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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4월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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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사모] 텅 빈 기도 창고

서정숙 사모
시인
달라스문학회회원

보내야 하는 것에는 늘 아쉬움과 연민이 남습니다. 그러나 섭리 따라 모든것을 보낸 가을 덕에 맞는 환희의 봄. 그 절정에서 맞는 기독교인들의 부활절! 알록달록 예쁜 옷 입은 달걀들, 알 깨고 나오는 병아리들. 귀여운 토끼들, 당장이라도 향기가 쏟아질 것 같은 백합꽃, 빈 무덤, 이 모든 상징이 담긴 각종 부활 카드를 보내고 받았습니다만 무거운 머리에 마음은 천근입니다. 부활절 예배에서 시작되는 성찬식 “아무 흠도 없고 … 이는 주가 지금 나에게 주시는 영생하는 양식이요 마시는 잔일세” 떡을 받으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균형을 잡을 수 없어 휘청대는게 힘이 듭니다. 두통으로 암것두 할 수 없다고, 머리가 울려 큰소리로 찬양할 수 없어 영적으로 초라해진 내 모습. 누워서 시간 죽이기도 힘들어 불쑥 나는 짜증. 작년 10월 부주의로 넘어진 후 여러가지가 불편해서 다시 찍은 MRI에 Brain liquid 가 있다고 비상이 걸린 겁니다. 더 큰 응급실로 갔어야 했을걸. 뇌진탕으로 응급실에서 입원시켰을 때 억지로 퇴원하지 말고 물리치료 받을걸. 행여 좋아질까 5개월 기다리지 말고 MRI를 찍어야 했을걸. 타이레놀 먹으며 버티지 말아야 했을걸. 껄, 껄, 후회하는 내가 싫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다리, 신장, 목 등 세 번의 대수술과 입원과 재활로 애를 먹인 남편과 애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주위 분들에게도 부끄럽고 민망했습니다.
또 언제 완전히 회복될지 막연함에 기도도 잠시 잊었습니다. 큰아들과 아들 친구, 며느리 손녀의 화상전화. 또 작은애가 출장 가는 비행기표도 아직 안 사고 있다고 전화했습니다. “아들아, 시간의 십일조를 하듯 기도하던 엄마의 기도 창고가 바닥이 난것 같애. 네가 열심히 기도해 주렴. 요즘 간단하게 몇 마디 가족·친지 속성 심방 기도밖에 못 한단다.” “넵 마덜 저도 기도할게요” 화요일에 신경 전문의 본 후 결과를 전화해 주면 바로 비행기표 사겠다는 말에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가족과 친지들의 기도와 배려! 사랑의 음식 배달! 이렇게 또 받게 된 사랑의 빚, 다시 기도의 창고를 채우는 일에 힘을 내겠다고, 기도사명을 감당할 힘주시기를 먼저 기도 했습니다. 언제 끝날 지 모를 고통중에 있지만 기도와 찬양과 감사로 간증 꽃을 피워내는 은혜로운 사모님들. 다시 기도하며 그분들을 생각하니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쑥 들어가고 싶습니다.
켄 가이어 목사님의 『고통의 은혜』. 특히 마지막 부분에 반 고흐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지인이 준 『고흐의 편지』도 이번 기회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해바라기 화가로 잘 알려진 고흐는 신실한 목회자의 아들로 첫 목회지는 황폐한 광산촌이었습니다. 4개 국어를 하고 성경을 달달 외우는 고흐는 그들과 빈곤을 나누고 탄광까지 함께 들어갔으며 집을 심방하며 아픈 사람을 돌보고 주일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1877년 그는 인생을 순례 여정에 비유한 성경 구절을 본문으로 삶에 지친 광부들에게 설교했습니다. 여행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한 후 가을 풍경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 여러분 이 세상에서 우리는 이방인입니다. …본향을 향해 걷고 있는 동료 여행자입니다.…여행자는 길이 무척 가파르고 멀어서 슬프지만 목적지 곧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갈망하는 본향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기뻐했습니다. 그는 쉬지 않고 산을 오르며 나지막하게 기도 합니다. “나는 더욱 지치고 또 지칠 것이나…주께 더욱 가깝고 또 가까워지리라” 당시 그가 했던 이 설교는 사랑했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도 실려있습니다.
    성경은 고흐의 평생 삶의 인도자였고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그의 애독 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신학보다 사람의 영혼을 사랑했던 그는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배워야 하는 신학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행동하는 설교자가 되고 싶었으나 목회의 지나친 열정과 신학을 배우는 과정에서의 회의로 결국 사역의 길을 접습니다.
    그가 19살 때부터 쓴 850여 통의 편지, 주변인들의 그에 대한 기록과 의사들의 연구에 의하면 그는 뇌혈관 장애로 태어났고 그 질병이 측두엽 간질로 발전했다고하며 또 조울증 환자였을 거라고 합니다. 조증 때문에 엄청난 작품을 그렸고 또 심한 우울증으로 취중에 자살을 시도 했고 결국 이틀 후 사랑하는 동생 테오가 지켜보는 중에 사망합니다. 그는 또 풍경화로 인한 일사병, 물감에 의한 납중독, 메니에르병, 그가 복용했던 압신트속에는 튜존이라는 독성화학성분이 들어있어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켰다는 이론이 우세하다고 합니다. 그의 생애 37년간 드로잉과 스케치 포함 2천여 점을 그린 천재의 고통을 상기시킨 켄가이어 목사님은 <사랑하는 주님>이라는 시로 『고통의 은혜』를 마무리합니다.

<사랑하는 주님>
“슬퍼하되 항상 기뻐하게 하소서
갈수록 더 피곤하고 지치겠지만,
그만큼 주님께 더욱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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