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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5월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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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목사] 찍는 도끼에 향을 바르는 삶

이기욱 목사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

프랑스의 화가 중 조르주 루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미술작품마다 예수님의 모습을 많이 등장시키는데, 누구나 한번 즈음은 보았을 대표작으로는 ‘그리스도의 얼굴’ 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작품마다 특이한 제목을 붙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 ‘모욕당하는 예수님’ 그리고 ‘구세주로서 나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믿는다 ‘등 많은 작품을 판화로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의인은 향나무처럼 자신을 치는 도끼에 향을 바른다’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문득 예수님의 은혜가 생각납니다. 가시면류관을 머리에 씌우게 하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밖고, 더 나아가 마지막까지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우리들에게 결국은 보혈의 피를 묻혀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그 한없는 은혜 말입니다.
그러면서 “과연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깊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수님처럼 자신을 내리 찍는 도끼날에도 자신의 향기를 발라 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을 아프게 하는 시간에도 자신의 향기를 전할 줄 아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배신의 순간에도, 좌절의 순간에도 향나무 같이 자신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는 삶을 끝까지 간직할 수 있을까? … 물론 어려울 수 있겠지만 결국은 그런 삶이 진정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과 동행한다면,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가 살아간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열매 맺는, 향기나는 삶을 살아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 비린내가 아닌 부활의 향기로 우리들에게 생명을 주셨듯이, 십자가의 고난이 오더라도 그 고난을 기쁨으로 이겨내며 오히려 감사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십자가 향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지요.
성경의 ‘스데반 집사도 자신을 돌로 치는 자들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축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얼굴은 천사의 얼굴처럼 광채가 빛났습니다. 마치 새벽 이슬을 먹고 자란 백향목이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그런까닭에 하나님의 은혜를 듬뿍 받은 자는 결국에는 자기를 내리 찍는 도끼 같은 자들에게도 향을 묻혀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2022년 6월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왔는데, 어느 성도님 가정이 교회를 나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대장을 1/3을 짤라 내고 온 사람에게 건강에 대한 안부도 없이 떠나겠다고 하니까 얼마나 마음이 아프든지 그 아픔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서럽고 원통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고난 주간과 부활절을 지내면서 예수님을 깊이 있게 묵상하는 가운데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필요하시니까 옮기신 것이지, 하나님이 다른 교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계획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하신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너무 서러워하거나 원통해 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 때문에 행복하다고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주님 때문에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자신의 삶이 형통합니다. 자녀들이 잘되고 비즈니스가 잘되고 건강에도, 물질에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노후도 잘 해결될 듯합니다. 그래서 이것이 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은혜 때문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 십자가 고난이 찾아 온다하더라도 그래서 내 건강, 내 물질, 내 자녀, 내 직장, 내 사업이 잘 안되고 또 잃어버려도 “내가 하나님 때문에 여전히 행복하고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백하는 변화의 순간이 바로 진정 주님의 십자가 향기가 드러내는 참된 그리스도의 삶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깨닫기를 바랍니다.
어려움이나 고난 때문에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늘 하나님 바라보면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더 행복해지도록 그렇게 평안함으로 살아가는 삶의 훈련이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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