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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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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성 교수의 건축칼럼] 달라스의 추억: 웨스트 엔드(3)

조재성 (제이슨 조)
cho2979@j-jonathan-kim

21세기 도시 만들기의 화두인 ‘지속 가능한 도시’는 생태환경 조성이나 테크놀로지의 제공과 함께 역사적인 요소의 보존과 재창조가 결합되어야 가능하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걷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사람 중심의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카고 스쿨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산재한 웨스트 엔드 역사지구를 보존해서 랜드마크로 재창조한 달라스는 시 정부와 주민, 그리고 도시건축 전문가의 협력적 도시계획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만들어낸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달라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성장한 시카고에 인접했기 때문에 웨스트 엔드에는 시카고 스쿨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그러므로 20세기 도시건축 문명의 변화를 이끈 루이스 설리번이 세운 건축물과 그 영향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건축물들이 독특한 가로 환경을 만들어 내는 웨스트 엔드의 개성 있는 풍경을 즐기며 거리를 거니는 것도 도시 건축 답사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웨스트 엔드 지구의 카페와 보행자거리

이 지구의 역사적인 분위기와 건축물들은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그 이후에 세워진 호텔, 레스토랑, 콘도 등 현대적인 건축물들의 설계에 지침 구실을 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변해도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장소처럼 역사적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건물이 설계되었고 건축물의 높이도 무한정 올라가지 못하도록 제약을 받았다. 엘름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오래된 창고 건물과 새로 세워지는 아파트의 건축양식이 서로 어울리도록 건물의 외관, 높이, 창문 등이 디자인됐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웨스트 엔드는 도시가 과거를 빚어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명제를 우리 가까이에서 착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역사적 건축물은 물로, 과거의 보행로임을 실감 나게 하는 보도, 과거 그대로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벤치와 가로등, 이와 같은 거리 시설물들이 현재의 도시 건축물 설계에도 반영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이 낯선 도시 공간에 뿌리 없는 이방인처럼 내팽개쳐지거나, 거리의 시민들이 서로 모르는 타인처럼 무관심하게 거리를 바삐 스쳐 지나가지 않고 서로의 삶을 돌아보게 해 준다. 지나간 시간으로부터 이어져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살아온 삶의 채취가 친숙한 가로 풍경과 이미지에 담겨 축복받은 진정한 도시의 삶을 누리게 해준다.

웨스트 엔드 지구.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서성거려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그런 곳이다.

웨스트 엔드와 같은 지구에서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서성거려도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도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는 곳, 밤늦게 돌아다니는 낯선 여행객에게도 친절을 베푸는 곳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다양성이 넘치는 도시 환경이 만들어져 살고 싶은 도시, 일상의 삶에서도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의 랜드마크로서 웨스트 엔드의 역사적 분위기를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달라스 시의 노력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에서는 건물 소유주에게 세제 혜택이라는 인센티브를 주었고, 역사 지구 보존 프로그램을 통해 보행자에게 걷기 좋은 거리가 되도록 특색 있는 보도를 만들었으며, 가로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기반시설 정비를 우선했다.

무엇보다 빛나는 시민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시민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인간적인 도시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20세기 현대 도시의 경험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랜드마크의 보존을 위해 건물주는 재산권 행사의 제약을 감수하는 노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각계 각 분야의 노력이 황홀하게 빛나는 웨스트 엔드 역사지구를 만든 뒷심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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