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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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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사모] “오페라 맛보기”

서정숙사모
시인 달라스문학회회원

달라스의 기후는 여전히 롤러코스터를 타지만 그런 와중에도 풀싹이 돋듯 아이들은 쑥쑥 큽니다. 날개 달린 민들레 홀씨처럼 꿈을 펼치러 흩어집니다. 그래도 터전에 남아있는 민들레 원뿌리 같은 이민 1세들,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전공인, 비전공인이 주축이 되어 2015년에 시작된 MMC가 2월 18일에 공연한 “A Taste of Opera-오페라 맛보기”에 다녀왔습니다. 입구에서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순간 “어머 한글이 하나도 없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는 곡도 있었지만, 영어 곡명 옆에 한국어를 써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작년 6월 공연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재미있게 관람했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페어팍의 오페라 홀에서 직접 봤기에 교회에서 어떻게 연출하려나 궁금증이 컸는데 예상외로 코믹한 연출과 의상, 출연진의 열연에 받은 감동이 생각났습니다. 특히 친절한 한글 설명이 반가웠거든요. 이번에는 특별히 “오페라의 맛”을 보여주는 공연인데 학생과 젊은이들에게 클레식한 음악을 쉽게 들을 기회를 마련했다고 들었습니다. 종족과 세대 간의 차이를 음악으로 공감하며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마음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가 “고통스러운 슬픔으로 가슴에 상처를 입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음악은 은빛 화음으로 빠르게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라고 했고, 마틴 루터도 “상념으로 가득한 내 마음이 고통스럽고 지쳤을 때 음악으로 종종 위로받고 다시 생기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총 13곡의 “오페라 맛보기”의 처음 두 곡은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중의 명곡. 몇 해 전 손님이 특별선물로 주신 달라스 오페라하우스 맨 앞줄 정중앙, 특석에 앉아서 보았던 오페라입니다.

<축배의 노래> 파티에서 처음 만나 부르는 주인공 남녀의 노래. 흥겹게 잔을 들고나와 부르는 MMC 합창. 두 번째는 사랑의 감정이 슬프고 애처롭게 들리는 소프라노와 테너의 <È strano>, 세 번째 곡은 레오 들리브가 작곡한 오페라 라크메(프랑스어: 브라만 여사제의 이름) 의 1막에 나오는 <꽃의 이중창 Flower duet>으로 보석 같은 여성 이중창이었습니다 “대화와 음악이 어우러진 스페인의 전통 오페라”, 파블로 소로자발의 항구의 선술집 중 <그럴 리가 없어요.> 이어서 비제의 카르멘 중 잘 알려진 두 곡, <하바네라>와 토레아도를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잘 알려진 <투우사의 노래>. 그 후로는 바그너 작곡 오페라의 아리아가 이어집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겐의 반지, 그리고 탄호이저의 명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순례자의 합창>은 MMC의 남성합창단이 각자의 개성대로 모자를 쓰고, 자연스레 부르는 화음이 장중하고도 멋스러웠습니다. 이어지는 노래는 애상적이지만 아름다운 바리톤의 <저녁별의 노래> 마지막으로 엘리자베트의 헌신 덕분에 탄호이저가 구원을 받은 것을 알리는 표로 들고나온 듯, 야광 촛불을 든 합창단의 합창이 울려 퍼지면서 “오페라 맛보기”가 끝이 났습니다.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악보 없이 다양한 언어의 다양한 오페라곡을 부르는 프로성악가들, 한 손에 악보를 들고 감정을 내며 아름답게 화음을 맞추는 비전공? 성악가들. 오늘 몇 나라 작곡가의 오페라를 들은 걸까? 몇 개 국어를 들은 거지? 단원들 모두 즐겁게 서로를 보듬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한 마음으로 연습했을까. 천국시민으로서 이 땅의 이민자로 사는 청중들에게 위로가 되는 밤입니다. 수고한 MMC 단원들 모두 이 땅의 수고 끝난 후 천국합창단의 영광에 참여할듯 부러웠습니다.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겐의 반지, 레오 들리브가 작곡한 오페라 라크메, 파블로 소로자발의 항구의 선술집은 오페라로 본 적이 없어서 버킷리스트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800석 가까운 강당 좌석이 반 이상 찼고 학생과, 젊은이들, 외국인 가족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하신 분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민 1세 남녀노소 합창단원의 뜨거운 열정. MMC가 달라스 이민사회 음악인들과 주류 음악인들의 다리가 된 듯 “NBC 5에서도 ‘A Taste of Opera’기사”를 올렸습니다. 우리도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듯 뿌듯합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 마지막 부분, “끊임없이 아름다운 화음을 내며 사방에서 나란히 행진하는 구름 같은 무리….” 는 ‘크리스챤’과 ‘소망’이 천성문 앞에서 환영받는 모습입니다. 합창대의 마지막 찬양과 오버랩되며 천국 시민권자로 이 땅에 사는 삶이 새롭게 충전되는 밤이었습니다.

“이르되 아멘 찬송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권능과 힘이 우리 하나님께 세세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하더라” (계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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