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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4월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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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김종환 교수 달라스 침례대학교 신학대학 부학장 겸 기독교교육학 교수 재임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 1904-1990)입니다. 그는 성공적인 매니저들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들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성공적인 매니저들은 단기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팀원들의 장기적인 발전을 비전으로 삼는다.
그들은 매일의 문제들을 팀원들의 판단력과 의사결정 능력 개발의 기회로 삼는다.
그들은 많이 경청하고 적게 명령한다.
그들은 깊은 사고를 유도하는 좋은 질문을 던진다. 팀원들이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질문을 사용한다.

그린리프는 이런 관찰결과를 토대로 하여 1970년 The Servant As Leader(리더로서 서번트)라는 책을 써서 서번트 리더십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며, 종업원, 고객 및 공동체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다.”
당시에는 서번트 리더십이 경영학계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 4월 경영관련 서적 전문출판사인 조시베스(Jossey-Bass)사가 On Becoming a Servant-Leader(섬기는 지도자가 되는 것에 관하여)를 출간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많은 경영학자들이 서번트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린리프는 서번트 리더의 모델을 독일의 헤르만 헤세(Herman Hesse)가 1932에 발표한 작품인 동방순례(Die Morgenlandfahrt; Journey to the East)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소설은 H.H.라는 사람의 관점에서 쓰였는데, 여기서 주요인물은 레오(Leo)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H.H.는 일단의 구도자들과 몇 가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마도 ‘궁극적인 진리’를 찾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납니다. “상당히 수준 높은 몇 가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려 했지만—그 목적들은 비밀의 영역에 속하기에 발설할 수 없다—순례에 참가한 자들에게는 누구나 개인적인 목적이 있었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한 종교단체의 순례단이었습니다.
그들의 순례는 시공을 초월한 여행이었습니다. “공간적으로만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여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동방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중세나 황금시대(Golden Age—문명의 진보가 절정에 이르러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시대)로도 행진하고 있었다.”
그 순례단에 레오라는 하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짐 나르는 일을 도왔고, 때로는 대변인의 사적인 일을 도맡아 하고 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남자는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끄는 구석이 있었고, 부담 없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어서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그는 즐겁게 일했다. 대개 혼자서 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었으며, 그를 필요로 할 때가 아니면 눈에 띄지도 않는 이상적인 하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레오가 사라졌습니다. “하인 레오가 실종되자 우리는 갑자기 잔인할 정도로 불화했고, 우리 사이에는 불신의 심연이 드러났다. 그리도 이를 계기로 그토록 견고해 보이던 우리의 결속도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여행의 가치와 순례자들의 동지애, 믿음, 맹세, 생활 전체가 가치와 의미를 상실할 정도로 위협을 받았습니다.
순례자들이 불안함을 느꼈고, 그들 속에 의심과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지키면서 논쟁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상대의 신상을 비난하거나 모독하는 발언도 하고, 서로 붙잡고 싸우는 일도 생겼습니다.
그들은 심부름꾼이었던 레오가 없이는 여행을 계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레오가 없어진 뒤에야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레오는 바퀴가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듯 모든 것의 구심점 같은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하인에 불과했던 그가 순례자들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것입니다.
결국 동방순례가 멈추고 주인공 H.H.는 레오를 찾아나섰습니다. 드디어 그를 찾았을 때, 레오는 “교황처럼 장중하고 찬란한 예복을 입은 그는 줄지어 앉아 있는 상급자 사이로 걸어가 최고 지도자의 옥좌로 올라갔다.” 사실 레오는 그 순례자들이 속한 종단의 최고 책임자였습니다. 그가 자기의 신분을 감추고 순례단에 합류했던 것입니다.
그린리프는 레오에게서 서번트 리더의 전형을 봤습니다. 그는 단체의 최고 책임자로서 ‘봉사와 헌신’으로 조직을 이끈 레오를 리더의 표상으로 삼았습니다.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고 개념을 정리하고 서번트 리더의 모델을 제시한 사람은 그린리프였지만, 그가 그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닙니다. 이미 2,000년 전에 예수님은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하기 위해 왔다고 마태복음 20:28과 마가복음 10:45에서 밝히셨습니다.
그 예수님이 서번트 리더십을 실제로 보여주셨고 크리스천들이 서번트 리더의 삶을 살기를 기대하신다는 내용이 요한복음 13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3절,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 이것만 보면, 그 다음 구절에는 큰 명령이나 놀라운 기적이 기록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4절과 5절에서 예수님은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수건으로 닦으셨습니다.
그리고 15절에서,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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