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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4월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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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재 교수도파민과 마약 중독

전동재 박사 UT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에서 콜레스테롤 대사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현재 Dallas Baptist University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생명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개미귀신은 모래 위에 “개미지옥”이라 부르는 고깔 모양의 함정을 파고 그곳에 빠져드는 개미를 잡아 먹는다. 기어오르는데 탁월한 개미라지만 함정에 발 디디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지옥” 속으로 빠져든다. 왜냐하면 빠져 나가려 버둥거릴 때마다 발 딛고 있는 모래 알갱이들이 경사면을 따라 밑으로 흘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개미가 가까스로 그 지옥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면 개미귀신은 밑에서 모래를 뿌려 개미의 탈출을 좌절시킨다. 개미귀신은 모래 밑에 몸을 숨기고 긴 집게턱 만을 밖으로 내밀어 사냥하기 때문에 이 지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집게턱으로 먹잇감의 복부를 물어 독이 섞인 소화액을 주입하면 곧 개미의 내장은 곧 녹아 물컹해진다. 개미귀신은 이것을 빨아먹고 홀쭉하게 껍데기만 남아 죽은 개미를 밖으로 던져버린다.
개미가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보면 왜 “지옥”이나 “귀신”이라는 섬뜩한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된다.
영어로 개미귀신을 Antlion이라 부르는데 직역하면 “개미사자”란 뜻이다. 문득 베드로 전서 5장 8절의 내용에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라는 말씀이 떠오르는 이유는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개미지옥 같은 함정과 개미귀신(Antlion)같은 존재는 우리 현실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은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스스로 그 함정에 한 없이 빠져 들기 때문에 개미 지옥을 연상시킨다. 마약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빈 껍데기만 남은 개미같이 비참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미국 마약 단속국(DEA) 발표에 의하면2023년 마약으로 인해 미국에서112000명 이상 사망하는 전례 없는 일들이 일어 났는데 이중 70% 이상이 펜타닐 과복용(Fentanyl overdose) 이었다.
같은 아편계열(Opioids)의 마약이지만 펜타닐은 헤로인(Heroin) 보다 50배, 몰핀(Morphine) 보다 100배 강한 합성마약의 끝판왕이다. 2 mg이면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이것은 마약이 아닌 독약에 가깝다. 불법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비교적 고급 마약이라 여겨지는 코카인(Cocaine), 필로폰(Methamphetamine) 등에 몰래 섞여 유통된다. 이를 모르고 투여했다가 펜타닐 과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고 펜타닐은 이제 미국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마약이 되었다.
최근에는 말과 같은 가축에 신경안정제로 쓰이는 Xylazine을 Fentanyl과 함께 투여하는 마약이 유행하고 있다. Xylazine은 사람에게 상처 치유를 더디게 만들어 살이 썩어 들어가는 부작용이 있지만 이를 알지 못한 마약 중독자들은 더 자극적인 경험을 위해 자신의 몸에 주사바늘을 꽂는다.
중독을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 몸에 행복, 쾌감,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 체계가 존재하고 그것을 불러 일으키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림픽 선수들은 계속되는 경기에서 이겨 메달 순위에 다가 갈수록 긴장감과 더불어 기대감도 고조된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철저히 통제해가며 고된 훈련을 견뎌왔던 모든 노력이 메달이라는 결과로 보상받는 순간에 밀려오는 감격과 환희는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기쁨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 한가지는 이러한 순간에 뇌 속의 Ventral Tegmental Area (VTA)라는 곳에서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이다. 분비된 도파민은 뇌 속의 쾌락중추(Pleasure Center) 혹은 보상중추(Reward Center)라 불리우는Nucleus Accumbens (NAc)를 자극한다. 이곳에서 성취, 쾌락, 기쁨, 환희 같은 정서가 형성되어 선수는 심리적으로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값진 열매로 보상받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도파민은 이런 기대감이나 동기부여, 성취감 뿐만 아니라 성욕, 식욕과 같은 생리적인 욕구에도 관여한다. 삶을 살아 내려는 의지와 더불어 이러한 감정은 일상에 생기를 불어 주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마약을 비롯하여 모든 중독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Ventral Tegmental Area와 Nucleus Accumbens를 자극하는 메커니즘을 가진다. 특히 마약 중독은 보상받을 만한 합당한 일이나 과정없이 약물 투여를 통해 조작된 보상과 쾌락을 즉각적이면서 최대치로 누리려는 반복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코카인(Cocaine), 필로폰(Methamphetamine), 헤로인(Heroine), 펜타닐(Fentanyl)같은 마약들은 결국 위에 언급한 보상회로를 인위적으로 자극하여 보상 쾌락을 얻는 도구인 것이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누리는 쾌감을 귀에 착용한 보청기에서 나오는 소리로 비유한다면 마약은 콘서트 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와 같다. 사람들은 쉽게 도파민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마약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 생략되어 있는 조작된 쾌락에 중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열매는 수고, 즉 땀, 눈물, 인고의 과정을 요구한다. 이런 수고가 지불되어 맞이하는 열매에 진정한 기쁨이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시편에서도 말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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