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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월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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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단 한 번의 왕 대접

최승민 목사 플라워마운드 교회 동역목사

이번 주는 종려주일(Palm Sunday)로 지키는 주일입니다. 종려주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예수님은 이전에도 유대인의 절기를 따라 예루살렘에 들르셨지만, 죽임을 당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가실 때에는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모습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마가복음에서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예루살렘 가까이 이르러 감람산 벳바게와 베다니에 이르렀을 때부터 특별한 입성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제자 중 둘을 보내시며 맞은편 마을로 가서 아무도 타 보지 않은 나귀 새끼를 풀어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지요(막 11:1-2). 이는 스가랴서의 예언을 이루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스가랴 예언자는 예루살렘의 왕이 예루살렘에 임하실 때, 어떠한 모습으로 임하시게 될지를 예언하며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슥 9:9)”고 했습니다. 이 예언대로 왕이신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십니다.
구약에 예언된 왕의 모습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겉옷을 길에 펴고, 들에서 벤 나뭇가지를 길에 폈습니다. 메시아를 고대하던 당시 예루살렘 주변의 유대인들에게 왕으로서 오시는 스가랴의 예언은 잘 알려진 것이었기에 겸손한 왕의 모습으로 작은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제왕적 메시아를 찬송한 것이지요. 요한복음에서는 사람들이 길에 편 ‘들에서 벤 나뭇가지’를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냥 아무 들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뭇가지가 아니라 “종려나무 가지”였다고 합니다(요 12:13).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환영했기에 이날을 종려주일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다른 나뭇가지가 아니라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환영했을까요? 당시 예루살렘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구약의 율법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모든 성인은 1년에 세 차례 반드시 성전에 나아가 하나님을 뵈어야 했습니다(신 16:1-17). 절기 때마다 예루살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역시 유월절에 죽임을 당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길이었습니다. 그토록 붐비던 때에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의 입성에 많은 사람들이 나아와 자기 겉옷을 펴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찬양한 것이지요. 그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어디에서 얻었을까요? 예루살렘 및 감람산 주변 지역에서 종려나무는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종려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종려나무가 잘 자라는 곳은 구약에서 여러 차례 종려나무 성읍이라고 불리는 여리고였습니다(신 34:3; 삿 1:16; 대하 28:15).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의 가지를 잘라서 흔들며 예수님을 맞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종려나무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우리 문화권에서 대나무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반듯하고 올곧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대쪽 같다는 표현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지요. 대나무는 쪼갠 조각조차도 반듯하기에 성미와 절개가 곧은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우리가 대나무에 대해 가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고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종려나무에 대해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새로운 왕이 취임할 때,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그들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왕으로 취임하는 자가 하나님께서 세우신 의로운 왕으로서 의롭게 통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왕이 하나님의 의에 입각하여 정의롭게 통치하고 하나님 앞에서 의로움을 지킨다면 그가 다스리는 나라 역시 평안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성경을 통해서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 하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맞은 사건 한 번만 볼 수 있지만, 요세푸스의 역사 기록에 따르면 마카비 가문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그리고 헤롯 대왕(Herod the Great)이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 역시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맞았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작은 나귀 새끼를 타고 가시고, 사람들은 손에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환호합니다. 여러 사람이 예수님을 향해서 외치는 소리의 내용은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마 21:9)”였습니다. 다윗의 자손인 예수님의 혈통을 언급하며 찬송한 것이지요. 종려주일에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영락없는 왕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도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 즉 왕으로 고백했습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종려주일에 관한 내용을 읽는다면 굉장히 가슴을 졸이게 됩니다. 정치적 쿠데타를 일으키기 직전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을 본 당시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과 권세자들은 예수님을 가만히 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종의 모습으로 사시다가 단 한 번 왕의 모습을 하시고 왕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죽임을 당하시기 위한 때에 그 죽음으로 한 걸음 더 가기 위하여 왕으로 대접을 받으신 것이지요. 종려주일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뻐하는 절기가 아닙니다. 평생을 종의 모습으로 섬기며 살아오신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하시기 위하여 왕의 대접을 받으신 것을 기억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종려주일을 보내며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 그리스도인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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