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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4월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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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람 교수] 4월 8일, 날씨가 좋을까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자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텍사스부터 오클라호마와 펜실베니아를 거쳐 뉴햄프셔와 메인 주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올해 4월 8일의 날씨가 초미의 관심사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개기일식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곳 텍사스 DFW 지역에서는 흐린 날씨가 예보되어 있어 일식을 제대로 즐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으로, 지구 위 특정 위치가 달의 그림자 속에 들어갈 때 태양의 일부 또는 전부가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달이 태양의 일부를 가리면 부분일식, 전부를 가리면 개기일식이라고 부른다.
DFW 지역에서는 2017년과 작년에 부분일식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일식을 볼 수 있었다. 특히 2017년 일식은 8월에 있었는데, 텍사스의 높은 기온이 일식으로 살짝 떨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식의 진수는 아무래도 개기일식이라 할 수 있다. 부분일식은 태양의 밝기가 약해지긴 하지만 여전히 밝은 하늘을 보여준다. 하지만 개기일식에는 그야말로 밤에 가까운 어두운 하늘을 볼 수 있다.
이곳 DFW 지역에는 2017년과 2023년에 부분일식이 있었고 올해는 개기일식이 예고되어 있어서 일식이 흔한 자연현상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영토에서 일식이 관찰된 역사를 보면 20세기에 총 25번밖에 없다. 한 지역에서 일식을 여러 번 경험하려면 평균적으로 수십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텍사스는 이번 일식을 놓치면 21년 뒤인 204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텍사스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으로 관찰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부분일식은 이따금 관찰되지만, 개기일식은 매우 드물다. 최근 개기일식은 한반도 전체 기준으로는 1887년에 있었고 남한에서는 1852년에 있었다. 한반도의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이다.
일식이 이렇게 드물게 발생하는 이유는 달과 태양의 궤도(각각 백도와 황도)에 각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에 ‘태양의 궤도’라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천체물리학에서 황도라고 불리는 태양의 궤도는 여전히 널리 사용된다. 이는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천체 현상을 기술하는 나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백도와 황도의 각도 차이가 없었다면 낮에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끼어드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일식도 흔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도와 황도는 5도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달의 그림자가 지구에 드리워지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과 달의 크기, 그리고 지구까지의 거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개기일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태양의 지름은 약 140만 km로 달의 지름 3500 km의 400배다. 공교롭게도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태양이 달보다 400배 멀리 있다. 결과적으로 지구에서 보면 달과 태양의 크기가 비슷하고,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달이 지구 주변을 도는 궤도는 정확히 원형이 아니고, 타원에 가깝다. 즉 지구와의 거리가 주기적으로 변한다. 슈퍼문이라고 불리는 보름달이 있는데, 보름달이 지구에 가까울 때 평소보다 커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달이 지구로부터 상대적으로 멀리 있을 때 일식이 발생하면 달과 태양이 정확히 겹쳐지더라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하는데 이것을 개기일식과 구별하여 금환일식이라 부른다. 완전히 태양이 가려지는 개기일식만큼이나 장관을 이루는 현상이다.
1919년 5월 29일에 있었던 개기일식은 과학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개기일식이다. 당시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190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1915년에 발표하던, 물리학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였다. 아인슈타인은 두 질량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의 원리, 즉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 주변에서 뒤틀린 시공간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더 나아가 질량이 큰 물체 주변에서는 빛도 휘어진다는 결론을 내포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별빛이 지구로 오다가 태양 주변에서 휘어지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의 위치와 실제 위치는 다르다. 별의 궤도를 이미 알고 있다면 겉보기 위치와 비교하여 태양 주변에서 빛이 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1919년 5월 29일,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아프리카 서부 연안의 프린시페 섬에서 개기일식 주변의 천체 사진을 찍어 태양 주변에서 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증명했다. 개기일식으로 하늘이 어두워져 별을 관찰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태양은 지구 위의 모든 생명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동시에 태양은 때로 성가신 존재이기도 하다. 태양으로부터 고에너지의 전자와 양성자가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데, 이를 태양풍이라 부른다. 태양풍은 통신과 전력망, GPS, 우주선 등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서 많은 연구소가 태양을 수시로 관측하고 있다.
필자가 오래전 미국 동부에 있는 응용물리연구소(Applied Physics Lab)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태양을 두 개의 카메라로 동시에 찍어서 태양의 3차원 모양을 관측하는 연구였다. 두 개의 눈으로 감지한 영상을 두뇌에서 합성하여 3차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태양의 크기와 거리를 고려하여 두 카메라를 지구의 공전 궤도 주변에서 살짝 다른 속도로 운행하며 동시에 사진을 찍는다. 상상하기 어려운 큰 규모의 3차원 사진 프로젝트였다.
4월 8일 맑은 하늘에서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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