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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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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개기일식과 성경 역사

최승민 목사 플라워마운드 교회 동역목사

얼마 전 달라스 지역에서 완전한 개기일식(Solar Eclipse)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천체가 이동하면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여러 자연 현상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천체 운동에 관한 지식을 섭렵한 현대인이라고 하더라도 일식을 경험하며 감동하는 것이지요. 일식과 같은 현상은 고대인들에게 더 큰 의미였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사라지는 경험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이 일식 현상을 그냥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넘기지 않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오늘날 성경의 역사를 확인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성경과 관련된 연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시리아의 서기관들이 남긴 연대기가 중요합니다. 고대 아시리아인들은 자기들 시조(eponym)의 이름을 딴 림무 연대기(Limmu Chronicles)를 통해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였습니다. 림무는 초기 아시리아의 왕실 관리로서 새해 축제를 주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새해 축제를 주관하는 사람이었으므로 그의 이름을 따라 각 해를 구분하여 부른 것이지요. 고대 아시리아 시대에 이 직책은 왕이 맡을 수 없었으나 성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신-아시리아 제국(Neo-Assyrian Empire) 시대에 이르면 왕이 새해 축제를 주관하는 림무의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림무 연대기에 따르면, 부르-사갈레(Bur-Sagale)년 시마누(Simanu) 월에 일식이 일어났습니다. 이 일식은 고대의 니느웨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리아 일식(Assyrian eclipse)라고도 불리는 이 일식 사건은 림무 연대기에 아시리아 왕 아슈르-단 3세(Ashur-dan III)의 통치 10년째에 발생했습니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흐름을 역으로 계산하여 니느웨 지역에서 관찰되었던 고대 아시리아의 일식이 기원전 763년 6월 15일에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림무 연대기는 매년 빠지지 않고 기록을 남기기에 이 해를 기준으로 고대의 연대를 오늘날의 역법으로 계산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아시리아 왕 아슈르-단 3세가 통치한 지 10년째 되는 해가 기원전 763년임을 알게 된 고대 근동학자들은 성경에 기록된 사건의 정확한 절대 연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시리아 일식을 기준으로 하여 림무 연대기에 등장하는 사건과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공통된 사건을 찾아낸 것이지요.
먼저는 기원전 841년 북이스라엘의 왕 예후가 아시리아의 왕 살만에셀 3세(Shalmaneser III)에게 조공을 바친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오늘날 이라크 님루드(Nimrud) 지역에서 발굴된 검은 오벨리스크(Black Obelisk)의 기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이 오벨리스크는 성경의 인물 예후에 대한 성경 외 묘사로서뿐만 아니라 요즘 이스라엘과 긴장 관계에 있는 이란의 선조인 페르시아 사람들(Parsua)에 대한 최초의 언급으로서도 중요한 자료입니다. 아시리아 왕 살만에셀 3세가 주변의 어떤 왕들로부터 조공을 받았는지를 기록한 도상 자료(epigraphy)입니다.
여기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853년의 카르카르(Qarqar) 전투에 대한 기록도 확인이 됩니다. 이 전투 역시 아시리아 왕 살만에셀 3세가 다른 연합군을 맞아 카르카르에서 싸운 전투에 대한 기록으로 림무 연대기에서도 확인이 되지만 쿠르크 석비(Kurkh stele)라고 하는 또 다른 도상 자료에서 확인이 됩니다. 북쪽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아시리아 군대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의 여러 나라들이 모여 연합군을 형성하여 아시리아에 대항하였으나 살만에셀의 군대를 막을 수 없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고대의 기록이니만큼 그 역사적인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시대 아시리아 군대가 실제로 카르카르 지역을 넘어 진출한 것은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살만에셀의 군대에 대항하기 위해 모인 연합군에 북이스라엘이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연합군에 동참한 북이스라엘의 왕은 아합으로 묘사됩니다. 이 석비에서 아합은 2천 대의 병거와 1만 명의 보병을 파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계산에 기초하여 확인할 수 있는 최고(最古)의 성경 내 절대 연대는 솔로몬의 성전 건축입니다. 성경은 솔로몬 즉위 4년째에 성전 건축하기 시작했고, 이때는 출애굽 한지 480년 후라고 전합니다(왕상 6:1). 고대의 일식이 확인되는 기원전 763년의 부르-사갈레 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 솔로몬 통치 4년은 기원전 966년입니다. 이 연도까지는 다른 민족의 역사 기록과 교차 확인(cross check)이 되지만 이보다 더 이전의 성경 역사는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솔로몬 성전 건축 이전의 성경 역사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이견(異見)이 엇갈립니다.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은 성경에서 전하는 숫자를 그대로 더하여 계산합니다. 성전 건축이 시작된 966년이 출애굽 후 480년이니, 출애굽은 1446년에 있었다고 계산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는 성경에 기록된 숫자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도 하기에 이견이 생기는 것이지요. 또 다른 어떤 자료가 발견되면 성경의 역사를 더 정확히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류의 지식이 넓어져 가며 지성이 발전할수록 성경의 역사는 더욱 증명되어 간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이해의 수준에 하나님이 역사하는 범위를 가두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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