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스 뉴송교회 협동목사
TCN 고문
“목회자의 죄를 지적해도 되나요? 그분은 하나님의 종이니까 하나님께서 직접 다루시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가끔 듣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대개 “목사는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이므로 사람이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다윗이 사울을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를 치는 것은 옳지 않다”(사무엘상 24:6)고 말한 사건을 오늘날 목회자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회자의 도덕적 타락조차 성도들이 언급하거나 교회가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과연 신약 시대의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성경이 말하는 ‘기름부음’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성경에서 기름부음은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을 특별한 직분과 사명을 위해 선택하시고 거룩하게 구별하셨음을 나타내는 의식입니다. 기름부음은 하나님의 선택과 임재, 그리고 사명 부여를 상징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름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사람에게 권위와 책임을 맡기시고 성령의 능력으로 사명을 감당하게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구약에서 기름부음을 받은 대표적인 사람들은 제사장과 왕, 그리고 일부 선지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을 대제사장으로 세우시며 기름을 부으라고 명령하셨고(출애굽기 29:7; 레위기 8:12), 사울과 다윗은 왕으로(사무엘상 10:1; 16:13), 엘리사는 선지자로(열왕기상 19:16)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이방 왕 고레스도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이사야 45:1)로 불렸으며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름부음은 특권이나 면책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무거운 사명과 책임을 맡았음을 의미했습니다.
신약에서는 기름부음의 의미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됩니다. 히브리어 “메시아”와 헬라어 “그리스도”는 모두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이며, 예수님은 참된 왕이시요 영원한 대제사장이시며 완전한 선지자이심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내게 기름을 부으사”(누가복음 4:18)라고 선언하셨고, 베드로도 하나님께서 예수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부으셨다고 증언했습니다(사도행전 10:38).
더욱 중요한 것은 신약이 성령의 기름부음을 특정 지도자에게만 제한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믿는 자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견고케 하시고 기름을 부으시고 성령을 주셨다고 말했고(고린도후서 1:21-22), 요한도 성도들이 거룩하신 이에게서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기록했습니다(요한일서 2:20, 27).
따라서 신약 시대에는 목사만 기름부음을 받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모든 성도가 동일하게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목회자는 그 가운데 말씀을 가르치고 교회를 돌보는 직분을 맡은 사람이지, 다른 성도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신분을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구약에서 왕에게 적용되었던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개념을 오늘날 목회자에게 동일한 의미로 적용하여 어떠한 비판이나 권면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약의 가르침과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신약은 교회의 지도자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합니다.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어야”(디모데전서 3:2) 하며, 장로 역시 흠이 없어야 합니다(디도서 1:6-9). 또한 장로에 대한 고발은 두세 증인의 증언 아래 신중하게 다루되, 죄를 범한 장로는 다른 사람들도 두려워하게 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책망하라고 명령합니다(디모데전서 5:19-20). 참고로 성경은 감독, 장로, 목사를 목회자라는 한 직분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베드로전서 5:1-2). 목회자는 책망할 것이나 흠이 없어야 한다 말씀은, 목회자가 하나님의 종이라는 이유로 죄에 대한 책임에서 제외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양 무리를 자원하는 마음과 즐거운 뜻으로 지도하는 권한을 맡은 만큼 더 큰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는 책임이 교회 공동체 전체에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는 교회 밖 사람은 하나님께서 심판하시지만, 교회 안에서 음행이나 탐욕 등 심각한 죄를 범하는 사람은 교회가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고 말합니다(고린도전서 5:9-13). 또한 예수님께서는 형제가 죄를 범하면 먼저 개인적으로 권면하고, 듣지 않으면 두세 사람과 함께 가며, 끝내 회개하지 않으면 교회가 다루라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복음 18:15-17). 따라서 목회자의 죄 역시 사랑과 진리 가운데 성경의 절차에 따라 다루어져야 하며, 침묵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성경적인 태도는 아닙니다. 책망의 목적은 정죄가 아니라 회개와 회복, 그리고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는 데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목회자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이므로 그의 죄를 지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모든 성도는 동일하게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목회자는 그 가운데 말씀을 가르치고 교회를 섬기는 직분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의 권위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죄를 덮거나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교회의 지도자는 더욱 엄격한 도덕적 기준 아래 있어야 하며, 죄를 지었을 때는 성경이 제시한 원칙에 따라 공정과 사랑으로 권면과 책망, 그리고 필요한 치리를 공개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고 복음의 신뢰를 보존하며 하나님께서 세우신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워 가는 성경적인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