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목회 현장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가운데 미국의 한 목회자가 자신의 설교와 저서, 소셜미디어 기록을 학습시킨 ‘AI 분신’을 만들어 성도들의 질문에 24시간 응답하도록 하는 실험에 나섰다. 이와 함께 미국과 영국에서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AI를 신학적·목회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프로젝트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hristian Today)가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밸레이오(Vallejo)의 프렌드십 미셔너리 침례교회(Friendship Missionary Baptist Church) 담임 저스틴 레스터(Justin Lester) 목사는 자신이 직접 응대하기 어려운 시간에도 성도들을 돌볼 수 있도록 ‘AI 디지털 도플갱어’를 만들었다.
레스터 목사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전한 모든 설교와 저서, 유튜브(YouTube)·틱톡(TikTok)·인스타그램(Instagram) 등에 남긴 자신의 기록을 AI에 연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AI가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성도들의 질문에 답하고 조언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사실상 하루 24시간 성도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이처럼 눈길을 끄는 개별 목회자의 실험과 함께,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급변하는 AI 환경에 대응하도록 돕는 두 가지 프로젝트에도 주목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교회 AI 툴킷(Church AI Toolkit)’이 공개됐다. ‘AI 시대의 목회적 지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툴킷은 올여름 버지니아신학교(Virginia Theological Seminary)의 트라이탱크 연구소(TryTank Research Institute)가 구성한 팀을 통해 개발됐다.
개발에는 성공회와 루터교, 감리교, 장로교 전통에 속한 성직자와 원목, 기술 분야 실무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교회와 병원, 돌봄 현장 등 서로 다른 사역 현장에서 AI가 가져오는 변화에 목회자들이 홀로 대응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툴킷에는 사례 연구와 기도문, 예식 자료 등이 담겼으며, 목회자들이 AI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기술 자체에 대한 설명을 넘어 슬픔과 외로움, 두려움, 삶의 의미 등 AI 활용 과정에서 다시 드러나는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목회적으로 다루는 데 비중을 뒀다.
영국에서는 기독교 단체와 신학자, 기술자, 학자들이 참여하는 비영리 조직 ‘AI 기독교 파트너십(AI Christian Partnership)’이 출범했다.
이 단체는 AI가 교회와 사역, 일터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면서, AI가 올바르게 관리될 경우 인간의 삶을 돕고 복음을 전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독교인들의 ‘AI 문해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교회 지도자와 성도, 일터의 기독교인들이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리적·신학적 문제가 제기될 경우에는 성경과 신학에 근거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파트너십은 ‘AI란 무엇인가’, ‘언제 AI를 사용할 수 있는가’, ‘어떻게 AI를 사용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제작하고, 기독교 단체들 사이의 논의와 협력을 촉진한다.
제공되는 자료 가운데는 케임브리지의 학제 간 연구기관인 패러데이 과학종교연구소(Faraday Institute for Science and Religion)가 개발한 무료 자료 ‘기독교 사역을 위한 AI 지침(AI Guidelines for Christian Ministry)’도 포함돼 있다.
이번 글을 쓴 영국 성공회 세인트올번스(St Albans) 소속 피터 크럼플러(Peter Crumpler) 목사는 레스터 목사의 ‘AI 분신’ 실험이 기독교계의 AI 대응 가운데 다소 이례적인 사례일 수 있지만, 최근 잇따라 등장한 관련 프로젝트들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AI가 던지는 신학적·목회적 질문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국 성공회 커뮤니케이션 국장을 지낸 크럼플러 목사는 AI가 빠르게 발전하며 사회 전반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독교인들이 이 기술과 그 영향력을 외면하기보다 배우고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