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산 지 24년 만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온 처음 몇 년은 아파트에서 살았고, 후에는 HOA에서 잔디를 관리해 주는 모빌홈에서 지내다 보니 제가 직접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당이 생기고 나니 잔디 관리가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봄이 되니 제일 먼저 잡초가 마당을 뒤덮었습니다. 홈디포에서 제초제를 구해서 뿌렸습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했으나, 또다시 올라오는 잡초를 보며 정말 생명력이 질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잔디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잡초였다는 것입니다. 늦봄에 진짜 잔디가 올라오면서 기존의 것과 모양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잔디와 비슷하게 생긴 이 잡초는 일반 제초제로도 죽지 않았습니다. 그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가 있었지만 너무 독해 잔디까지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잔디는 죽이지 않고 잔디처럼 생긴 잡초만 죽이는 제초제를 아마존에서 찾았습니다. 그런데 종류가 너무 많았습니다. 잡초의 이름에 따라 약도 달랐습니다. 잡초의 이름을 알아야 거기에 맞는 제초제가 있다는 것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잡초의 이름을 알아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잔디와 잡초를 구분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잡초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은 더 큰 난제였습니다.
틈나는 대로 유튜브를 뒤져보고, 사진을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공부했습니다. 심지어 AI에게 사진을 올려 물어보기도 했는데, AI조차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최근에야 잡초 이름을 어렵게 알아냈습니다. 게처럼 생겨서 옆으로 퍼져나가는 ‘크랩그래스’라는 잡초였습니다. ‘달리스그래스’라는 잡초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한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씨앗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 구분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잡초의 이름을 알게 되니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봄이나 늦가을에 씨앗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발아 억제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여름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마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들 속에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습니다. 진리와 비진리가 공존하여 진리를 찾는 사람을 미혹합니다.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진리에 대한 탐구심이 강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잔디밭에 민들레나 클로버처럼 눈에 띄는 잡초는 쉽게 분별이 됩니다. 그런데 정말 잔디처럼 보이는 잡초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잔디밭을 완전히 잠식해 버립니다.
평평한 지구론에 빠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명문 대학교에서 교육까지 받은, 누구보다 논리적이고 똑똑한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통화하다가 이 친구가 평면 지구론에 빠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전부 NASA의 속임수이고 지구는 평평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론에 빠진 것입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그럴듯한 증거와 사진을 올려놓고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친구를 설득했습니다.
성경은 진리를 분별하는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바울 서신서만 보더라도 힘들여 개척한 교회에 거짓 교사들이 들어와 복음에 율법주의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성도들을 미혹했습니다. 요한 사도는 요한일서 4장 1절에서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시험하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7장에서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열왕기상 22장에는 아합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백 명의 선지자들이 한목소리로 왕에게 승리를 예언했습니다. 그러나 참선지자 미가야는 영적 환상을 통해 거짓의 영이 그들의 입에 들어간 것을 보았고, 왕의 패배를 예언했습니다. 다수의 확신이나 만장일치의 목소리조차 결코 진리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줍니다.
그럼 어떻게 진리를 구별합니까? 그것은 진리를 자세히,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잡초의 종류는 수십 수백 가지라 다 공부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짜 잔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루이스빌에는 사람들이 보통 버뮤다 잔디나 어거스틴 잔디를 심습니다. 그런데 버뮤다도 하이브리드 버뮤다가 있고 일반 버뮤다가 있습니다. 둘이 모양과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잔디의 특성을 제대로 알 때 비로소 잡초를 구분하는 분별이 가능해집니다.
위조지폐를 구별하는 훈련은 위조지폐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진짜 지폐의 특징, 촉감과 무게를 철저히 익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천 장의 진짜 지폐를 만져본 손은 자연스럽게 가짜를 금방 골라냅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단이나 거짓 가르침을 하나하나 연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진리인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고 깊이 묵상할 때 분별하는 능력이 조금씩 자라나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목소리와 잘못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진리의 말씀을 가까이할 때, 진리로 무장할 때 혼란한 세상에서 분별력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