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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4월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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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나사렛 출신 예수님

최승민 목사
현 플라워마운드 한인교회 장년교육 담당 목사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우리말로 기독교인(基督敎人), 영어로는 크리스천(Christian)이라고 부릅니다. 기독(基督)이라는 말은 ‘그리스도’의 한자어 음역(transliteration)입니다. 한자 문화권에 복음이 전파되면서, 예수님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 크라이스트(Christ)를 자신들의 언어로 부르기 편하게 음역한 것이 “기독”인 것이지요. 따라서 기독교라는 말은, “그리스도교” 혹은 “예수교”의 다른 표현이고, 기독교인이라는 말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한국어와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믿는 대상’으로 종교에 이름을 붙여 기독교라는 표현을 만들어 내었고, 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기독교가 시작된 이스라엘에서는 어떨까요? 이스라엘에서의 유학 생활을 위해 현대 히브리어를 배우고 있을 때, 기독교인을 부르는 히브리어의 방식이 꽤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예수님을 히브리어로 ‘예슈아(yeshūâ)’라고 하니, “예슈아교(dat yeshūʾut)” 정도의 의미로 불러야 할 것 같지만, “가지(a branch)”라는 의미의 단어 네쩨르(nẓr)에서 기원한 ‘나쯔루트(naẓrūt)’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믿음을 “가지교(a religion of the branch)”라고 부르는 셈입니다. 예수님과 가지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예수님을 가지로 묘사하는 내용은 이사야서에서 발견됩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ḥṭr)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nẓr)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사 11:1)

예수님을 믿지 않는 유대인들이지만, “가지교”라는 표현을 통해,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으로 고백하고 있는 모습이 퍽 재미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을 “가지교”라는 의미의 ‘나쯔루트’라고 불렀다면, 예수님을 믿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나쯔루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노쯔리(noẓrî)’라고 부릅니다. 노쯔리라는 표현은 ‘가지의 사람들’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예수님이라는 가지에 붙어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표현을 통해, 누가 하나님의 자녀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지 교회에 출석하거나 자신이 어려움에 부딕쳤을 때에만 예수님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예수님이라는 가지에 붙어 있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마태복음에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가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방해하려는 헤롯(Herod the Great)이 아기 예수님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만, 하나님은 천사를 통해 예수님과 그의 가족이 이집트로 피난 할 수 있도록 위험을 알려줍니다(마 2:13). 이후 헤롯이 죽고 그의 아들이 유대의 임금이 되었을 때, 예수님과 그의 가족은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거주했다고 이야기합니다(마 2:22). 그리고 뒤이어 예수님께서 나사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에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리라 하심을 이루려 함이라고 언급합니다.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사니,
이는 선지자로 하신 말씀에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리라 하심을 이루려 함이러라(마 2:23)
이 구절을 읽으면 의문이 떠올라야 합니다. 구약의 어떤 선지자가 예수님께서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리라’고 예언했던가? 의문을 품고 구약의 선지서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아도 구약의 어느 선지서에서도 그러한 예언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태복음의 기자는 왜 예수님께서 나사렛이라는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이유를 선지자의 예언을 이루려 함이었다고 설명했을까요?

해답은 나사렛이라는 지명(地名)에 있습니다. 우리말에서는 ‘가지’와 ‘나사렛’의 연관성이 보이지 않으나, 히브리어에서 두 단어는 같은 어근(語根)인 네쩨르(nẓr)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따라서 ‘나사렛 예수’라는 표현은 ‘가지라는 지역의 예수’를 의미합니다. 이새의 뿌리에서 난 가지이신 예수님께서, 가지라 불리는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며, ‘가지 출신 예수’라는 닉네임(nickname)을 얻으셨던 것이지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닉네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구원’을 의미하는 예수라는 이름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꽤 인기 있던 이름이었습니다. 예수를 히브리식으로 발음하면 ‘예슈아’인데, 이는 ‘여호수아’와 정확히 같은 이름입니다. 시대에 따라 표기법(morphology)과 발음법(phonology)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선지자 이사야나 호세아의 이름 역시 예슈아와 같은 어근 자음을 활용한 이름들입니다.

이사야서의 예언이 선포되던 시기에 이스라엘에는 ‘나사렛’이라는 동네조차 없었기에, 당시의 사람들은 이사야 11장 1절의 ‘이새의 뿌리에서 난 한 가지’로서의 메시아에 대한 예언을 들을 때, 그저 메시아가 이새의 뿌리에서 난 한 가지, 즉 그의 후손 중에서 나올 것으로만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인간의 기대와 생각을 넘어섭니다. 이사야가 예언을 선포한 지 700여 년이 지나고, 예수님께서 메시아로서 이 땅에 태어나셨을 때, 어린 시절을 보내신 동네가 ‘가지’라는 의미의 ‘나사렛’이었던 것이지요.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당시의 수많은 예수라는 동명이인들과 구분하기 위해 ‘가지 출신 예수’라고 구분하여 부를 때마다, 구약에 정통했던 유대인들은 ‘이새의 뿌리에서 난 한 가지’로서의 메시아 예언(사 11:1)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따라서 마태가 언급한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리라’는 선지자의 메시아 예언은 메시아를 ‘한 가지’로 묘사한 이사야의 예언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

이새의 뿌리에서 난 ‘한 가지’로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 역시 그 분에게 접붙임 되어 있는 가지가 될 것을 요청하십니다. 성탄절을 기대하며, 생명의 근원 되시는 예수님에게 접붙임 되어 있는 가지로서의 삶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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