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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3월 28, 2024

[주요한 목사] 사순절에 드리는 평화의 기도

주요한 목사
웨슬리교회 담임

3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 가운데 프리드리히 2세가 있었습니다. 그는 학문과 예술을 좋아했으며 지적 호기심이 풍부하여 여러 방면의 지식과 문물을 습득하고자 했습니다. 본인이 9개 국어를 구사할 만큼 언어 능력이 특출하였는데, 이는 언어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갓 태어난 아기에게 말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그 아기는 순수한 자연언어를 쓰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프리드리히 2세의 명령에 따라 부모가 없거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즉각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아기를 돌보는 보모에게 하달된 몇 가지 실험 준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아기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항상 청결을 유지해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보살필 것.

둘째, 아기들을 각각 독방에서 키워야 하며, 먹일 때와 씻길 때를 제외하면 안아주거나 스킨쉽을 해선 안 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인데 절대 아기들에게 말을 걸어선 안 된다.

프리드리히 2세는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의 순수한 자연언어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장담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언어는 라틴어나, 히브리어, 그리스어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고, 신생아들이 과연 어떤 언어를 말할 지 서로 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기에서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아기들은 아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모두 죽었기 때문이었지요.

누구보다 좋은 조건에서 보살핌을 받았던 아기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람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 관계 안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대인 관계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인간에겐 대인관계보다 더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하나님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야 삽니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과 화해하라”고 권면합니다. ‘화해’의 헬라어 단어 ‘카탈라게’(καταλλαγή)는 “하나님과 우정의 관계로 들어가는 것”이란 뜻입니다. 이 말은 먼저 하나님과의 불화, 갈등을 전제합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사랑의 관계를 단절하고 불화하게 하는 것이 죄입니다. 니키 검블(Nicky Gumbel)은 “인간의 죄의 근원은 하나님과의 깨어진 관계이며, 그 결과는 그분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생명의 원천이신 하나님과의 단절은 곧 생명과의 분리입니다. 생명이신 하나님과 멀어지는 것이기에 죄의 삯은 사망, 죽음입니다.

죄는 하나님과 사랑의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하나님과 화해하기 위헤선 죄를 제거하는 것이 선행 조건입니다. 구약에서는 동물의 희생 제사를 통하여 죄를 속해 주셨으며, 하나님과 화해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러나 구약의 제사는 임시적인 처방일 뿐, 죄를 온전하게 영원히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는 십자가 위에서 완결되었습니다.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보고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1:29)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고 가신 세상 죄에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사람의 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세상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로 나아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다 이루었다”(요19:30)고 외쳤습니다. “다 갚았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지불 완료하셨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던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 죄 때문에, 저와 당신의 죄 때문에, 세상을 대신하여, 저와 당신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대신 저주를 받아 값을 치렀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를 속함 받고, 하나님과 화해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왜 그리스도를 믿어야 합니까? 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까? 자연적 인간은 누구나 다 하나님을 떠나 사는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만이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서 화해를 위한 제물입니다. 그리스도만이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죄 사함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미 하나님과 화해를 이룬 사람입니다. 먼저 화해한 우리에게 하나님은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습니다.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부탁하셨습니다.(고후5:18~19) 이 직분을 받은 그리스도인에게 서로 오해하고 미워하고 분열하게 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용서와 이해, 사랑을 전하는 말이 이 직분에 어울리는 입술의 열매입니다.

지금 교회 절기로 사순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로 주님의 십자가 수난을 향한 길에 동참하는 기간입니다. 이번 사순절 영적 여정 중에 우리에게 맡기신 화해의 직분을 묵상하며 성 프란시스의 ‘평화의 기도’를 나눕니다.

주여!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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