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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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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희 교수]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

전창희 교수
UT 알링턴 영상학과 교수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여지는가”는 많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고, 이에 따라 우리는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거울 앞에 서서 오랜 시간 무엇을 입을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속에서, 그리고 한류(Korean Wave)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K-Beauty에 열광하는 수 많은 세계의 여성들을 보면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한국의 대중 문화와 미디어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현상을 보면 영상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자부심을 갖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K-미디어의 지속적인 성장과 그 영향력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K-미디어는 어떻게 성공했으며, 미래에도 지금의 성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 입니다. 이 어려운 질문에 제가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못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성공했고, 그 미래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K-Pop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성공한 아이돌 그룹과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 그리고 자주 보게 되는 비슷한 안무를 떠올리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K-Pop은 이들의 공연이 주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아이들 그룹 외에도 K-Pop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음악이 존재 합니다. 잘 보여지지 않았을 뿐이죠. 언젠가 한국의 대중 음악에 대한 영상 제작과 관련해 한국의 홍대 거리를 간 적이 있습니다. 수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이 곳에는 흔히 생각하는 클럽들 외에도 다양한 인디 음악(Independent Music)의 공연장들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록(Rock) 그룹 멤버들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김치 록(Rock)”이라 소개하며 한국적 정서와 문화에 미국의 록 뮤직 스타일을 결합한 새로운 음악을 추구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의 꿈을 이룰 거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계속해서 창작 작업을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멤버가 유명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들이 자신들의 공연을 자주 찾아와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간다고 말해 주기도 했습니다.

K-Pop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분야에서도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창작의 과정입니다. 그저 비슷 비슷한 스타일이나 스토리를 가지고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것과는 다른 것들을 새로운 시각과 도전으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금방 잊혀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항상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잘 알려지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연을 찾아가곤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성공 뒤에는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음악들을 만들어 온 음악인들이 있었고, 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대중 음악을 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지원하고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K-Pop의 미래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음악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생충(Parasite)”이라는 영화의 칸 영화제 수상 이전에 한국의 단편 영화들이 먼저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사실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흔히 독립 영화, 저 예산 영화로 불리는 수많은 한국의 영화들은 잘 보여지지 않고, 그래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습니다. 수익성이 최우선시 되는 상업 영화와 다르게 이들 독립 영화들은 보다 더 새로운 소재와 영상 스타일에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 세계에 알려진 많은 한국의 영화 감독들에게도 이러한 독립 영화 제작은 그들 만의 독특한 영상 문법을 계발하게 해주었고,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는 보물 창고 같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수 많은 독립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이들 작품들을 위한 다양한 영화재도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디 음악을 하는 분들처럼, 이들에게도 경제적 문제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래도 꿈을 향해 가는 이들 젋은 독립 영화인들의 열정이 현재의 한국 영화 산업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존재는 K-미디어 성공의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교회 공동체를 생각해 봅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섬기시는 많은 성도들의 노력과 기도 없이, 은혜로운 예배를 인도하는 설교자와 찬양팀과 성가대가 존재 할 수 있을까요? 이곳 텍사스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잘 보여지는” 대형 한인 교회들이 있습니다. 잘 보여지고 드러나기에 대형 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주님의 사역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주님의 뜻을 감당하는 수많은 작은 한인 교회들도 있음을 압니다. 그 교회들은 대형 교회가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주님의 사역을 감당해 나가고 있습니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세상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감사의 계절입니다. 작은 것들에 그리고 숨겨져 있는 것들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위해 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보여지는 것을 위해 10분 동안 거울을 보아야 한다면 보이지 않지만 더욱 소중한 것들을 위해서 10분이라도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저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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