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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0월 29, 2024

[강태광 목사의 기독교 문학 산책]

레프 톨스토이의 ‘두 노인’

강태광 목사
월드쉐어 USA

두 노인이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두 노인은 신앙생활을 잘하는 예핌과 엘리사라는 노인입니다. 예핌은 술 담배를 하지 않을뿐더러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욕을 한 적이 없는 노인입니다. 반면에 엘리사는 보드카를 좋아하고 늘 끊어야지 맹세하면서도 코담배를 끊지 못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런 노인이었습니다. 이미 순례를 떠났어야 했지만 예핌 때문에 출발이 늦춰졌습니다. 예핌은 늘 많은 일을 핑계로 성지순례를 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엘리사가 “영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네. 집안 일 보다 영혼을 살피는 것이 더 급하지 않나?”하고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성지순례를 가기로 했습니다. 두 노인은 경비로 각자 100루불씩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엘리사는 100루불 준비가 쉽지 않아 가족들 도움으로 겨우 마련했습니다.

여행을 시작한지 수 주일이 지난 어느 뜨거운 낮이었습니다. 엘리사가 말했습니다. “물을 좀 마시고 가세” 예핌이 “난 괜찮으니 마시고 오게나.”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엘리사가 “그럼 저 농가에서 물 얻어 마시고 뒤따라 갈 테니 자네는 계속 걷게.”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예핌은 계속 예루살렘으로 향하여 가고 엘리사는 농가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농가에 들어가 보니 가족 모두가 죽기 직전이었습니다. 흉년을 만나서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집안 살림살이를 다 팔았지만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온 가족이 영양실조로 누워 있었습니다. 그들은 병도 들어 있었습니다. 엘리사가 그들을 보니 맘이 너무 아팠습니다.

엘리사는 물을 떠다 식구들에게 주고 빵도 조금씩 먹게 했습니다. 그리고 벽난로에 불을 지폈습니다. 빨리 예핌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들을 두고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을 보살피며 사흘을 보냈습니다. 기운을 차린 주인에게 그 집 형편을 듣고 엘리사는 고민이 더 많아졌습니다. 큰 맘 먹고 성지순례를 시작했는데 이 가족을 만나서 성지 순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엘리사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자를 찾아 저당 잡힌 옥수수 밭을 도로 찾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나가서 젖소와 짐수레와 밀가루를 사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막에서 말도 사 주었습니다. 그 집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 준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100루불에서 17루불 정도가 남았습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 비용으로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엘리사는 예핌을 뒤따라 갈 경비도 없었고 시간도 많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엘리사는 아쉬웠지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왜 돌아왔는지 궁금해 하는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길이 어긋나 예핌도 놓쳐버리고 돈도 모두 잃어버렸다. 순전히 내 탓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라고 얼버무렸습니다.

한편 예핌은 엘리사가 뒤따라오지 않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계속 걸어서 예루살렘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행인들에게 엘리사 인상착의를 말하면서 친구 예핌을 찾는 한편 성지 순례도 했습니다. 그는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마리아가 머물렀던 방에서 기도를 드리고 야고보 교회도 둘러보았습니다.

그 이튿날 예핌은 순례자들과 함께 성전 구석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엘리사가 머리에 후광을 받으며 제단 앞에 팔을 벌리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역시 엘리사가 와 있었군!’ 예핌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달려갔는데 엘리사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다음 날도 엘리사가 제단 아래에서 후광을 받으며 서있는 것을 보고 뛰어서 가보니 전날처럼 사라져버리고 없었습니다.

예핌은 예루살렘에 6주 동안 머물며 돈을 거의 다 쓰고 집으로 갔습니다. 돌아가는 도중 어느 마을 어귀에서 한 소녀가 그를 보고 반갑게 말했습니다. “순례자 할아버지! 우리 집에서 저녁 드시고 주무시고 가세요.” 예핌은 순례자를 존중하는 가족이라고 여기고 그 집으로 따라 가서 식사를 대접 받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엘리사가 물을 마시려 들어갔던 집이었습니다.

밝고 행복해 보이는 그 집 가족들은 에핌을 반가이 맞아 주고 식사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엘리사가 나흘 동안 머물면서 자신들에게 해 주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각자가 받았던 사랑을 추억하며 엘리사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예핌은 그 가족들에게 엘리사의 생활을 들으면서 예루살렘에서 보았던 엘리사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엘리사의 섬김과 나눔을 하나님께서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핌은 자신이 예루살렘에는 먼저 갔지만 엘리사가 자신보다 탁월한 신앙인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은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을 뿐이지만 엘리사는 하나님이 원하는 일을 실천했다는 것도 알았고, 예루살렘에서 후광을 받으며 서있던 엘리사의 모습은 공연한 허상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예핌이 집에 돌아와 보니 걱정했던 것처럼 집안일이 밀려 있었지만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예핌은 엘리사의 행동과 그것을 받아 주신 하나님을 생각했습니다. 예핌은 엘리사를 만나서 그에게 “오다가 자네 얘길 들었네. 자네는 몸은 안 갔지만 영혼이 예루살렘까지 다녀왔더군.” 라고 말했습니다. 예핌에게도 엘리사에게도 의미 있는 성지 순례가 되었습니다.

이상은 고뇌하는 작가 톨스토이의 소설 <두 노인>의 줄거리입니다.  톨스토이는 신앙인으로 진리를 찾는 여정에 몰두합니다. <두 노인>에도 진리를 찾은 톨스토이의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 바른 경건이 무엇일까요? 평생 욕을 해본 적도 없고 술도 마시지 않는 모범생이었지만 현실에 매여 사는 예핌의 경건에 아쉬움을 봅니다. 예핌은 현실에 충실했지만 그의 성실함이 그의 경건을 무너뜨리는 듯합니다.

둘째, 어떻게 주님을 섬길까요? 예수님의 흔적이 있는 성지순례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성지순례 보다 어려운 집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주님이 원하시고 주님을 섬기는 일이었습니다.

셋째, 현실 자각이 경건입니다. 예핌은 친구의 믿음이 자신의 믿음보다 탁월함을 깨닫고 그 사실을 바로 인정합니다. 이 점이 성실한 예핌의 장점이요 경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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