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트럴신학대학원 상담학 객원 교수
지난 두 해 동안 온 세상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평범했던 일상을 빼앗긴 채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우리 앞에 코로나 보다 더 시급하고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최근에 본 Seaspiracy(바다음모) 다큐멘터리는 필자에게 잊고 있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워줬다. 이 다큐는 해양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다룰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바다 생태계 파괴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주범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흡수를 막아 기후위기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너무 자주 접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 미국에서 시속 240km 토네이도로 100여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빅터 젠시니 노던일리노이대 교수는 토네이도 발생의 원인이 ‘겨울 이상 고온’일 수 있다고 했다.
◆ 기후위기
2021년 1월에 세계경제포럼(WEF)은 각 분야 전문가 8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계 위험 인식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2021 세계 위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환경문제로 그 중에서도 기후위기가 지목됐다. COVID- 19로 이미 경험한 것처럼, 기후대응 실패도 전염병처럼 발생 시 파급력이 큰 위험요인이다. 그래서 이미 과학자들과 언론에서도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에 ‘기후 비상사태, 기후 위기, 기후 붕괴’와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기후 비상사태는 ‘기후 변화를 완화시키거나 중단시키고, 그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환경적 피해를 피하기 위해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정의된다. 이런 기후 위기는 사람들의 신체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같은 동전의 다른 면처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 기후위기와 정신건강
필자가 속해 있는 VIPCare 상담소에서 지난 한 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상담소를 찾아온 대면, 비대면 내담자 수를 코로나 전과 비교해 보았더니 20% 이상 늘었다. 팬데믹 위기상황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심각한 기후위기도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점이 이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고통에 덧붙여서, 기후위기는 갈등을 부추기고 공격성을 높이고, 알츠하이머 등 신경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 2017년 미국에서 열린 ‘기후 및 건강 회의’에서 나왔다.
지구온도의 상승은 지난 20여년간 더 빈번하게 그리고 더 강력한 홍수와 허리케인과 같은 기후재앙을 가져왔다. 지난 2020년은 미국 허리케인 시즌 역사상 30회로 가장 많은 열대성 폭풍이 발생한 한 해로 기록됐다. 사람들이 이런 충격적인 재앙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정신건강에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기후재앙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목도하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기후재앙을 경험한 사람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심해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이나 우울증 또는 불안증으로 정신건강에 이상을 겪게 된다. 폭염(heatwave)은 사람을 쉽게 스트레스 받게 하고 화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섬망현상, 정신착란 상태, 불안과 정신적 고통까지도 야기할 수도 있다. 일부 향정신성 약물은 폭염 속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정신건강을 더 악화시킨다. 더위가 심해질수록 자살 빈도가 높아지고, 월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자살률도 함께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상승은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로 대기오염이 점점 심해져 황사 현상, 스모그현상, 미세먼지로 사람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우울, 불안, 치매, 자살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 회복탄력성을 높이라!
코로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답은 우리 인류가 함께 찾아야 한다. 자녀세대를 위한 부모세대의 책임이 막중하다. 기후위기에 맞서 탄소 중립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전 지구적 노력과 더불어 각자 자신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기후위기 속에서 마음과 정신까지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 사람이 전 지구적인 수준의 환경 재앙에 직면했을 때 슬프고, 우울하고, 분노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압도되어 마비가 되어버린다면 그런 감정들은 도움이 될 수 없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은 이런 일시적인 감정들에 압도당하지 않고 다시 정상적인 감정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더 성장하기도 한다. 우리 안에는 위기와 고난에 직면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저항력과 회복성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기후 위기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단호하게 현실을 수용하고, 인생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는 깊은 믿음을 갖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주의를 돌려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유머와 감사의 삶을 살고,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호흡과 명상을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주변에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무엇보다도 말씀 묵상과 기도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