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교회가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일에 실패했다고 진단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봅니다. 그만큼 교회가 직면한 현실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미의 한인 교회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1세대의 자녀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교회를 떠나는 비율이 열 명중 아홉 명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이민 교회의 청년부를 채워 왔었지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유학생의 수가 감소하는 바람에 더 심각해졌다고 합니다.
나는 이 현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건지 교회 개척 전부터 고민이 많이 되었지요. 이 문제에 대한 여러 문헌들을 찾아보았지만,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게 없더군요. 그러는 중에, 교회 출범을 앞두고 ‘건강한 이민교회’에 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앞에서도 언급한 볼티모어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한인 목회자와 선교사, 그리고 건강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비영리 단체 대표들이 모여 이민 목회의 현실과 해결 방안을 논의한 포럼이었지요. 나는 이 포럼에 참석해서 세대 간의 신앙 전수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미 이민 목회 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의 경험과 의견을 참고할 요량이었지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원했던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 한인 교회가 겪는 세대 간의 갈등과 이 갈등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대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방안을 교회 차원에서 찾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가족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애써온 단체의 대표가 나와서 교회를 중심으로 그 단체가 얼마나 많은 세미나를 열었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단체의 대표에 의하면, 그렇게 많은 세미나 열렸는데, 과연 각 교회에서는 그 단체의 세미나를 통해 어떤 열매를 얻었는가? 세미나 당시에 경험한 감격과 화해의 열매가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맺어질 수 있도록 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 그러나 그 단체는 나의 이 질문에 확실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교회가 건강한 가정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는 제자 훈련을 위해 부모들을 주중에 가정보다는 교회에 있게 만들었습니다. 교회의 성장을 위해 남선교회, 여선교회, 등 여러 사역 그룹을 만들어서 소위 하나님의 일에 열심을 내게 하였습니다. 가정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드는 사역은 5월 가정의 달에만 강조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과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버렸지요. 교회 일이 곧 하나님의 일이며, 그 일에 충성할 때 가정에 복 주실 것이라는 가르침에 많은 부모들이 교회 일에 매진했습니다. 영혼 구원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다른 어느 것보다 중요한 하나님의 일이라는 가르침에 아멘으로 화답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청소년기를 부모와 함께 하지 못한 자녀들은 부모의 신앙을 따른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어 버린 거지요. 그렇다고 자녀들의 신앙을 교회가 책임질 건가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정보다 교회를 우선으로 하라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성경 구절로 누가복음 14장 26-27절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새번역).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에게 죄책감을 들게 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 말씀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특히 목사나 선교사가 이 말씀 때문에 가정을 돌보는 소위 ‘세속적 일’보다는 ‘거룩한 일’에 전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자식 일보다는 하나님의 일에 힘을 다해야 제대로 된 ‘제자’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해석이 예수님의 의도와는 매우 상반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을 따라오지 않는 무리에게 한 게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에게 하신 말씀이었다는 거지요. 그러면 왜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충성을 보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걸까요?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시면 누가 실세가 될 것인지를 두고 서로 다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숨은 동기가 자기와 자기 가족들의 영화에 있다는 것을 간파하신 거지요. 이런 그들의 야욕을 예수님께서 지적하셨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의 일이 가족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의 동기가 어디에 있느냐를 잘 살피라는 거였습니다. 자신의 숨은 동기를 살피지 않은 채 예수님을 따르다가는 참된 제자의 길을 가지 못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거지요. 이런 면에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사역이냐 가정이냐로 고민할 게 아니라, 자신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목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