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에 다녀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넷플릭스 드라마를 다운로드해서 보았습니다. 전체가 9편짜리였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중간에 도저히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일본 드라마인데 요즘에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1위라고 합니다. 제목이 “지옥에 떨어집니다”인데 2000년대 초반에 일본 방송계를 뒤흔들었던 실존 점술가 “호소키 카즈코”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일종의 전기 드라마라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전한 후인 1946년 경제적으로 매우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가족 역시 굶주림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습니다. 그 시절 주인공은 빵을 훔치고 지렁이까지 먹어야 했을 정도로 처참한 밑바닥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때 겪은 지독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주인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유흥업계에 발을 들였고,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도쿄 긴자에 고급 클럽을 열 만큼 큰돈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기꾼에게 넘어가 엄청난 빚을 지게 됐고 그 빚을 갚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야쿠자의 폭력과 어둠의 세계에 얽히게 되었습니다. 빚을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이 새로운 빚이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는 지경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1973년에 석유 파동으로 일본은 위기에 처하게 됐고, 주인공이 운영하던 클럽도 그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우연하게 빚 때문에 자살하려던 일본의 전설적 국민 가수를 구해 주게 되었고, 겉으로는 그 가수를 다시 무대에 세워 준 거처럼 행동했지만 실제 그 가수가 번 돈을 모조리 갈취하는 잔인한 착취를 저지릅니다. 자기가 당했던 그대로 했던 것이었습니다.
우연하게 점술가 행세를 하던 주인공은 점술가가 되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출판계와 방송계를 장악하였습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사람들에게 “지옥에 떨어질 거야!”라는 식으로 독설을 뱉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주인공을 찾아오는 상담자들에게 조상 공양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돈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추악한 모습과 범죄 세계 연루설이 폭로되면서 방송계에서 퇴출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말미에 자막이 나오는데, 재미있는 것은 완전히 망한 줄 알았던 주인공이 오히려 SNS, APP을 통해 방송할 때보다 사람들이 더 열광하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짜가 아닌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사회”라고 했습니다.
제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꼭 방문하는 곳 중 하나는 치과입니다. 제가 찾는 치과는 제가 한국에 살던 때인 1994년 1월부터 다니던 곳입니다. 그러니 벌써 32년이 넘었습니다. 그 치과와 원장님은 그때부터 – 아마도 그 이전부터 –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계십니다. 원장님은 그리스도인인데 늘 박종호 장로님의 찬양을 들려주시는 그것도 그대로입니다. 그 원장님이라고 왜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얼핏 기억을 해봐도 1990년대 말에 IMF 위기가 있었고, 최근 COVID19 때는 정부에서 치과 문을 닫도록 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원장님은 결혼 후 10년 동안 아이가 없어서 그것이 늘 기도 제목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원장님은 저보다 연배가 높은데도 그 집 아이들은 저희 아이들보다 더 어립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안산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예배드렸습니다. 예배실에 들어갔는데 한 젊은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사를 했는데 제 인사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에게 눈도 돌리지 않았습니다. 쑥스러워하면서 자리를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젊은이는 담임 목사님의 아드님이고 작년에 받았던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고 합니다. 교회 가족들은 10여 명 정도 되어 보였는데 목사님과 사모님, 그 아드님, 따님과 사위분을 빼면 4-5명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3-4명 정도의 성도님들은 제가 보기에 지적 장애인 성도님들 같았습니다. 예배 후에 목사님께 여쭤보니 목사님께서 25년 넘게 그 교회를 섬기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갈라디아서 6:9을 보면,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맙시다”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선한 일이라고 하면, 뭔가 남다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치과 원장님과 안산의 그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교회 식구들, 아마 사람들은 이런 분들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하나님께서는 이런 분들이야말로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인정해 주실 것입니다. 아마 사람들은 이런 것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께서는 이런 분들이야말로 “진짜”라고 인정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에 열광하고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