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렬 목사] 천국은 이땅에도 있습니다.

기영렬 목사(달라스 드림교회 담임)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주 듣는 고백이 있습니다. 구원받았다, 영생을 얻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것을 죽은 뒤에 가는 좋은 곳, 천국 티켓을 얻어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비행기 표를 예매해 놓고 출발 날짜만 기다리듯, 구원을 이미 확보해 둔 보증수표 정도로 여깁니다.

하지만 천국은 이 땅에도 있습니다. 죽은 다음에 가는 천국만이 아닙니다. 이 땅에서 펼쳐지는 천국에 대해 성경은 오히려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합니다. 예수님이 사역을 시작하실 때 가장 먼저 외치신 메시지는 하나님의 나라였습니다(마태복음 4장). 그것은 이 땅에 임하는 강력하고 실재적인 하나님의 다스림이자 통치였습니다.

누가복음 17장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말씀의 ‘너희 안에’를 마음속의 평안이나 기쁨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안에’는 ‘가운데’, 즉 ‘너희들 사이에’라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천국은 개인의 내면 상태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실제로 다스리시는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임하는 것입니다.

물론 성경이 묘사하는 천국은 아름답습니다. 눈물도 죽음도 없는 곳, 하나님의 영광이 빛나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핵심은 장소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입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풍요로운 곳이라도 하나님의 통치가 없다면 천국이 아닙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다스림이 있다면, 가난과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그곳은 천국이 됩니다.

주기도문에는 이런 기도의 문장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오며”. 이것은 단순한 소원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지금 이 땅에서 실현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요청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 할까요?

마가복음 10장에서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영생을 얻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영생을 얻는다는 것은 죽지 않는 방법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소유를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청년은 순종하지 못했습니다. 영생을 간절히 원했지만, 그의 마음의 왕좌에는 하나님이 아닌 재물이 앉아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다스릴 공간이 그의 마음에는 없었습니다.

반면 예수님은 어린아이들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천국은 이런 자들의 것이라”(막 10장). 이것은 순수해야 천국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들도 이기적이고 악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기댈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모를 전적으로 의지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존하는 나라입니다. 부자 청년이 재물을 의지했다면, 어린아이는 아무것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아버지께 나아옵니다. 그것이 천국 백성의 자세입니다.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 완전히 완성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는 사람은 말씀에 복종하는 삶을 삽니다. 세상의 안락함을 포기합니다. 핍박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이 땅에서 100배의 복을 받고 영생도 얻습니다.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막 10:29-30)”

현세에 100배를 받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물질을 100배로 채워주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집과 전토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 새로운 영적 가족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신앙 때문에 재산과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났습니다. 혈육에게 버림받았지만,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는 어머니와 형제를 만났습니다. 100배, 1,000배의 형제자매가 생겼습니다. 천국의 약속이 교회를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청년 신학생 시절 따뜻한 밥상을 내어주시던 교회 권사님, 학비도 없어 허덕이던 때 책값을 쥐여 주시며 용기를 주시던 집사님, 아무것도 없이 날아온 낯선 미국 땅에서 이름 없이 생활비를 보태주신 교회 성도님. 혈연이 아님에도 어머니처럼, 형제처럼 곁을 지켜준 그분들의 사랑 안에서 저는 이 땅에 임한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맛보았습니다.

교회는 단순히 믿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예배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하나님 나라의 표본입니다.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서 그분을 찬양하고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공동체, 그곳이 천국이고 교회입니다. 이 땅의 교회는 불완전합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하나님의 꿈이 실현되는 공동체이며, 예수님의 몸입니다.

교회가 사랑의 공동체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는 천국의 모델하우스이기 때문 입니다. 사람들은 천국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통해 천국을 부분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천국은 먼 훗날 막연하게 가야하는 우주 저편의 어떤 장소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이 임하는 곳이 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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