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완벽’을 강요합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지,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앞서 나갈지에 대한 지침서들로 가득합니다. 만약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는 스스로를 ‘하자 있는 물건’처럼 취급하며 자책하곤 합니다. “학벌이 부족해서”, “성격이 소심해서”, “건강이 나빠서”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인생의 뒤안길로 숨어듭니다.
하지만 성경안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반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는 한 번도 ‘준비된 완벽한 사람’을 찾아 일하신 적이 없으시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세상이 꺼려하는 ‘약점투성이’ 인생들을 수집하여, 역사를 뒤바꾸는 위대한 걸작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사사기 3장에 등장하는 사사 에훗의 이야기는 바로 그 ‘약함의 역설’을 보여주는 가장 짜릿한 드라마 중의 하나입니다.
사사기 3장 15절은 에훗을 소개하며 단 한 마디의 수식어를 던집니다. “그는 곧 베냐민 사람 게라의 아들 에훗이라 그는 왼손잡이더라.” 현대인들에게 왼손잡이는 그저 조금 불편한 정도의 특징이지만, 고대 근동 사회에서의 의미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시 히브리어로 ‘왼손잡이’라는 표현은 직역하면 ‘오른손이 제한된(shut) 사람’이라는 뜻을 내포합니다. 이는 단순히 왼손을 잘 쓰는 습관을 넘어, 오른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신체적 장애나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모든 무기와 방어 체계가 오른손잡이 위주로 짜여 있던 시대에, 에훗은 군인으로서 ‘실격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저런 몸으로 무슨 나라를 구하겠느냐”고 비웃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님의 기막힌 반전이 시작됩니다. 에훗의 ‘제한된 오른손’은 적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완벽한 위장막이 되었습니다. 모압 왕 에글론의 경비병들은 에훗을 철저히 수색했겠지만, 그들의 시선은 오직 ‘오른손잡이 전사’가 무기를 숨길 만한 왼쪽 허벅지에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에훗의 결함을 통해 적의 허점을 찌르는 ‘보이지 않는 칼’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에훗의 약점을 적을 제압하는 도구로 쓰신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약점에 대해 원망하거나 열등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실때 사람들의 문제점은 하나님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심각한 난독증 때문에 학창 시절 낙제생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복잡한 재무제표나 보고서를 읽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가 바로 버진 그룹의 회장이었습니다. 난독증은 경영자로서 치명적인 핸디캡이었습니다. 그러나 브랜슨은 이 약점을 숨기는 대신 비즈니스의 ‘단순화’라는 전략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난독증이 있는 나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명확하게 사업 계획을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버진 그룹의 모든 서비스는 대중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친근한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의 약점이 오히려 고객과의 소통을 가장 원활하게 만드는 무기가 된 것입니다.
이 ‘원리’가 정점에 달한 곳이 바로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십자가는 철저한 패배였습니다. 제자들에게 배신당하고, 옷이 벗겨진 채 나무에 매달려 숨을 거두신 그 모습은 무력함 그 자체였습니다. 로마 군병들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내려와 보라”며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처절한 ‘약함’을 통해 인류의 죄라는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리는 구원의 전략을 완성하셨습니다. 가장 약해 보이는 죽음의 순간이,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는 가장 강력한 생명의 폭발이 된 것입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진정한 능력은 내 안에 가득 채운 강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을 비우고 하나님의 능력이 머물게 하는 약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약점을 제거해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소심한 성격을 고쳐주세요”, “이 가난한 환경을 바꿔주세요”, “이 아픈 몸을 낫게 해주세요.” 물론 하나님은 치유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나, 때로는 바울의 가시처럼 그 약점을 남겨두실 때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사람들이 그 약점 때문에 하나님을 붙들기 때문입니다.
강함은 사람들을 교만하게 만들어 하나님의 손길을 거부하게 만들수 있지만, 약함은 우리를 겸손의 무릎으로 인도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머물게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함이란 남들보다 부족한 것이고 모자란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 앞에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은 왼손잡이 사사 에훗을 사용하셔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에글론의 압제에서 구원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실때 왼손잡이라는 결점은 오히려 하나님의 비밀 병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더 예뻐야 하고 더 날씬해야 하고 더 배워야 한다는 스트레스 속에서 매일 매일 살아갑니다. 그러나 문제는 약점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눈에는 약한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약함은 하나님을 더 의지할수 있는 또 하나의 은혜가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백했습니다.
“나의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우리의 약함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될 ‘최적의 장소’입니다. 우리의 약함이 주님의 손에 들리는 순간, 그것은 세상을 구원하는 에훗의 비밀병기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