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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월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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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목사] 통합예배 ABC

나는 어느 나라 시민인가?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원로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리기 위한 한 가지 조치로 나눔교회가 사용하는 공식 성경을 “새번역성경”으로 결정했습니다. 개역성경은 옛 문어체를 사용했기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체가 아니라서 현대어문으로 된 새번역성경을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은 영어가 더 익숙하기에 영어 성경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한글을 배우고 한글 성경을 읽을 경우에는 현대어로 된 새번역성경을 읽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 모두가 개역성경에 익숙했기에 새번역성경을 가지고 예배 때 성경봉독을 하는 경우가 처음에는 드물었습니다. 그럴 경우에 나는 새번역성경을 사용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개역성경으로 읽을 때는 경건한 것 같은데, 일상언어로 된 새번역성경을 읽을 때는 아직 입에도 익숙하지 않고, 뭔가 덜 영적인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지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새번역성경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하더군요. 새번역성경 사용이 갑자기 늘어나게 된 결정적인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개척멤버 중 한 분이 이사야서를 읽다가 경험한 것을 나눈 게 계기가 되었지요. 이사야서를 개역성경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새번역성경으로 읽으니까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게 되었다는 거였지요. 그렇게 되니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새번역성경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주일어린이성경학교에서도 영어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한글 교재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재도 한국에서 제작한 겁니다. 요새는 달라스 지역에 한글 교육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글학교를 개설한 교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일학교에서는 영어로 교육하는 걸 봅니다. 토요일에는 한글 교육을 해 놓고 주일 성경을 가르칠 때는 영어 교재를 사용하는 이 모순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배운 한글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일어린이성경학교인데 말입니다. LA에 있는 예시바 고등학교(Yeshiva Highshool)를 탐방하면서 유대인 회당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이 12살이 되면 회당에서 성인식을 하게 되는데, 이 성인식 가운데 아이들이 히브리어 성경 두루마리를 펼쳐서 그 날 본문을 낭독하는 순서가 있다고 하더군요. 성인이 된 자녀들이 이제부터는 히브리어 성경을 회중 앞에서 대료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거지요.

언어가 사용하는 자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을 언어학을 전공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언어 혼동없이 다섯 개 정도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어떤 아이들이 영어와 한국어 사용에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대부분은 가정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게 원인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 테이블 세팅해”라고 부모가 말하면, 아이들은 이 문장 그대로 이해를 하게 된다는 거지요. ‘식사’와 ‘해’는 한국어, ‘테이블 세팅’은 영어라는 구분을 하지 못하는 거지요. 그래서 한글이면 한글, 영어면 영어로 된 완성된 문장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유아원, 유치원을 가면서부터는 가르치지 않아도 영어를 습득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사용하는 비중이 줄어버린 한국어를 불편하게 여깁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외부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국어 사용이 현저하게 줄기 때문에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한국어 사용이 현격하게 줄어들게 되고, 부모도 아이들이 편한 방향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아이들은 한국어가 어눌하게 되고, 그걸 부끄러워해서 더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아빠의 언어를 아이들이 이어받는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인식시키고 가정에서 한국어를 유지하면, 이중언어 능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의 사이가 친밀해야 활발한 대화가 가능해지기에, 부모의 언어가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랑의 괸계가 필수적이지요. 이렇게 아이들에게 언어 습득 능력이 자연스럽게 배양되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 게 되지요. AI로 번역과 통역이 가능한 시대이지만, 새로운 언어를 안다는 것은 그 언어의 세계관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AI가 채워주지 못합니다.

요새는 한류의 영향력 때문인지, 외국인들이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인 걸 봅니다. 달라스에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에 삼성반도체 단지가 들어오면서 사람들을 고용하는데,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사람을 우선으로 채용한다고 합니다. 채용하려고 해도 사람이 모자라고 한다네요. 그만큼 한국의 영향력이 더 키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다중 언어를 구사하는 것의 유익한 점 중 하나는, 새롭게 습득한 언어의 세계관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즉, 여러 개의 언어를 안다는 것은 여러 개의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만큼 사고의 틀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영어에만 비중을 두지 않고 부모의 언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포용성을 넓혀주는 게 되겠지요. 아이들 중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경우도 있고, 건축물에도 그런 동양적인 감각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도 엿보게 됩니다. 결국은 이러한 다양성이 미국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걸 점점 더 알게 되는 시대가 온 거지요. 그런 면에서 교회에서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통합예배는 건강한 한인이민 사회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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