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공립학교, 성경 ‘필수 읽기’로… 2030년부터 의무화

주 교육위원회, 500만 명 대상 새 읽기 교육과정 최종 승인… “미국 첫 사례”

AI 생성이미지

텍사스주 교육위원회가 지난 6월 26일 공립학교 학생들의 필수 읽기 목록에 성경 구절과 이야기를 포함하는 새 읽기 교육과정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30년부터 텍사스 공립학교에 다니는 5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성경의 일부 내용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된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교육위원회(전체 15명 중 공화당 10명)가 승인한 이번 결정은, 미 공교육에서 기독교 전통을 확대하려는 보수 진영의 움직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새 교육과정에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 세계 문학과 함께 신약성경의 여러 이야기와 구절이 필독 자료로 포함됐다.

학교에서 다윗과 골리앗’, ‘다니엘과 사자굴’ 읽는다

새 교육과정은 학년별로 성경 내용을 단계적으로 접하도록 구성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다윗과 골리앗’, ‘다니엘과 사자굴’ 같은 성경 그림책을 읽게 된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신약성경 내용을 배우기 시작하며, 중학교에서는 산상수훈을 비롯해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는 예수의 가르침 등이 읽기 자료에 포함된다. 고등학생들은 디킨스와 제인 오스틴 등 영문학 작품을 공부하면서 관련 배경 자료로 시편 23편(여호와는 나의 목자)과 탕자 비유, 욕기 등 성경 구절도 함께 학습하게 된다. 성경 본문은 흉희 사용되는 킹 제임스 흔(KJV) 판을 기준으로 한다.

교육위원회는 유대·기독교 전통이 미국 건국의 중요한 기반이었으며 학생들이 이를 이해하는 것은 역사 교육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텍사스는 이미 공립학교에서 학교 상담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목회자 채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교실 내 십계명 게시를 의무화하는 법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성경 내용을 포함한 선택형 교육과정(블루본넷 커리큘럼)도 이미 승인한 바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교육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텍사스 프리덤 네트워크(Texas Freedom Network)는 텍사스 공립학교에 다양한 종교를 가진 학생들과 종교가 없는 학생들도 함께 다니고 있다며, 특정 종교의 경전만을 필독서로 지정하는 것은 모든 학생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하는 공교육의 원칙에 어꺋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종교가 교육 안에서 자리를 가질 수 있지만, 특정 교파의 기독교를 편향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가정과 종교 기관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정교분리(교회와 국가의 분리)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학부모는 이번 목록이 기독교 경전에만 치우쳐 있고 연령에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고 증언했다.

“미국과 텍사스는 언제나 기독교 국가이자 기독교 주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포트워스 인근 지역과도 인연이 깊다. 성경 구절과 기독교 이야기의 포함을 앞장서 주도한 인물은 포트워스 북서쪽 알레도를 지역구로 둔 교육위원회 2구 브랜던 홀 교육위원으로, 그 자신이 목회자다. 그는 성경과 기독교 이야기가 미국 문화를 비추는 소중한 거울이며 모든 텍사스 학생이 배워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새 교육과정을 둘러싸고 찬반 양쪽에서 거의 500명이 공개 증언을 신청할 만큼 관심이 컸다. 읽기 목록에 성경 구절이 너무 많이 추가되자 일부는 조정 과정에서 제외되기도 했는데, 1학년용 ‘노아의 방주’ 관련 도서가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위원회는 이날 성경 이야기와 미국 역사를 연결한 사회 과목 교육과정도 함께 다뤄, 미국과 텍사스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미국 첫 사례”… 전국 논쟁으로

교육 전문가들은 특정 종교 경전을 포함한 의무 읽기 목록을 주정부가 직접 지정한 사례는 미국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이자 미국영어교사협의회(NCTE) 회장인 안테로 가르시아는 다른 주에서는 학교나 교사가 학생 수준에 맞는 읽기 자료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처럼 종교 문헌을 포함한 필독서를 주정부가 의무화한 사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단체인 PEN 아메리카 역시 이번 조치가 학생과 교사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다양한 문화와 목소리를 배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텍사스 기독교계와 보수 성향 학부모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표결 전 공청회에 나선 한 학부모는 성경 구절을 가르치는 것은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온전한 교육과 역사 이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미국이 흔들림 없는 기독교적 가치 위에서 세워진 나라임을 건국 250주년을 맞아 기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 측은 성경이 미국 역사와 서구 문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고전이라는 점을 거듭 내세웠다.

이 같은 흐름은 한인 교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달라스·포트워스 지역 한인 크리스천들은 텍사스의 친기독교 정책을 대체로 반겨 왔으며,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미국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맞서면서, 이번 결정이 앞으로 전국적인 교육 정책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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