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나무교회 담임
내러티브 설교 연구소 소장
말씀 목회 공동체 Staff
울산 동신 장로교회 부목사
새문안 교회 대학부 담당
저서: <너의 길을 멈추지 마라> CLC
공저: <슬로우 바이블> 두란노
현 Southwestern Seminary 목회학 박사 과정 중
장로회 신학대학교 신대원(M-div)
경상대학교 경영학(BA)
사람에게 가장 통쾌하게 느껴지는 순간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이다. 억울하게 당했던 시간이 길수록 그런 소식은 마치 정의가 뒤늦게라도 실현된 것 같은 위로를 준다. 물론 인간의 복수심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악이 영원히 승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큰 위로가 된다.
나훔서는 바로 그런 시대에 선포된 말씀이다. 당시 앗수르는 고대 근동을 지배하던 최강의 제국이었다. 북이스라엘을 멸망시켰고, 남유다도 끊임없이 압박했다. 히스기야 시대에는 예루살렘을 함락 직전까지 몰아넣었고, 므낫세 왕은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치욕을 겪었다. 유다 사람들에게 앗수르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훔 선지자를 통해 뜻밖의 말씀을 선포하신다. “여호와는 질투하시며 보복하시는 하나님이시니라”(나1:2).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던 니느웨가 무너질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약 백 년 전 하나님께서 요나를 보내 회개한 니느웨를 살려 주셨던 분이 바로 하나님이셨다는 점이다. 그러나 회개를 버리고 다시 교만과 폭력으로 돌아간 니느웨는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은 심판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은혜이다.
이 예언은 요시아 왕의 종교개혁과 맞물려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요시아는 성전에서 발견된 율법책을 읽고 나라를 하나님께로 돌이켰다. 우상을 제거하고 예배를 회복했으며, 말씀을 삶과 나라의 기준으로 세웠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나훔을 통해 “내가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아니할 것이라”(나1:12)고 약속하셨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께 돌아올 때, 하나님도 그들의 역사를 새롭게 이끌어 가신 것이다.
나훔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준다. 문제보다 하나님이 더 크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려움을 만나면 먼저 문제를 바라본다. 사람을 원망하고 환경을 탓하며 해결책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성경은 가장 먼저 하나님께 피하라고 말한다.
“여호와는 선하시며 환난 날에 산성이시라 그는 자기에게 피하는 자들을 아시느니라.”(나1:7)
이 말씀은 하나님이 우리의 형편을 알고 계신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피하는 자의 산성이 되어 주신다. 우리의 억울함과 두려움, 눈물과 탄식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기도는 하나님께 정보를 알려 드리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하나님은 이미 알고 계시지만, 우리가 그분께 나아갈 때 관계 안에서 위로와 능력을 경험하게 하신다.
성경의 역사는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기록한 책이 아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증언하는 책이다. 앗수르는 징계의 도구였고, 바벨론은 포로 생활의 도구였으며, 페르시아는 귀환과 성전 재건의 도구였다. 세상은 강한 나라가 역사를 움직인다고 말하지만, 성경은 하나님께서 왕을 세우기도 하시고 폐하기도 하시는 분이라고 선언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를 짓누르는 문제는 앗수르처럼 거대해 보일 수 있다. 질병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일 수도 있으며, 인간관계의 상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인생의 주인은 아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갈수록 문제는 제자리를 찾고, 하나님은 더욱 크게 보인다.
‘나훔’이라는 이름의 뜻은 ‘위로’ 또는 ‘위로자’이다. 하나님은 절망 가운데 있는 백성에게 위로자를 보내셨다. 오늘도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신다. 진정한 위기는 문제가 많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다.
위기는 하나님께 돌아가는 기회이다. 말씀으로 돌아가고, 기도로 돌아가며, 복음으로 돌아갈 때 하나님은 다시 우리의 산성이 되어 주신다. 그리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문제들 위에서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을 경험하게 하신다. 이것이 나훔이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아름다운 소식이다.
하나님은 피하는 자의 산성이 되어 주신다. 우리의 억울함과 두려움, 눈물과 탄식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기도는 하나님께 정보를 알려 드리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