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경, 다른 결론 … 팩스턴과 탈라리코의 ‘기독교 정치’

낙태·LGBTQ 놓고 정반대 해석, 텍사스 연방상원 선거에서 맞붙은 두 크리스천 후보

오는 11월 텍사스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맞붙는 공화당 켄 팩스턴과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는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기독교 신앙을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러나 낙태와 LGBTQ, 정교분리 문제에서는 같은 성경을 이야기하면서도 전혀 다른 정치적 결론에 도달한다.

팩스턴은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교단 소속은 명확하지 않다. 탈라리코는 장로교인으로 오스틴장로교신학교에서 미국장로교(PC-USA) 목회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아왔으며 현재는 학업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8월 UT·텍사스폴리틱스프로젝트 조사에서는 탈라리코가 42%로 팩스턴의 39%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실시된 AARP 조사에서는 탈라리코 48%, 팩스턴 44%,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된 N+ 유니비전 조사에서는 48% 대 43%였다.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1988년 로이드 벤슨 이후 38년 만에 텍사스 연방상원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

◇ ‘생명 보호’ vs ‘양심과 선택’

팩스턴에게 기독교 신앙은 낙태 반대 입장의 중요한 토대다. 그는 2015년 텍사스트리뷴 인터뷰에서 미국 헌법이 “신앙인들에 의해 쓰였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신앙과 헌법관이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한 보수적 입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법무장관으로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정책과 소송으로 연결해왔다. 2022년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응급 상황에서 낙태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연방 지침에 맞섰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피임약 제공을 거부하는 고용주의 권리와 전통적인 결혼관을 가진 위탁부모 등을 옹호하는 법적 의견을 제출하는 등 종교 자유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반면 탈라리코는 여성의 낙태 접근권을 지지한다. 그는 팟캐스트 진행자 제이미 컨 리마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몸에 관한 결정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이 믿음은 신앙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신앙 때문에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가 낙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성경 역시 낙태 문제에 명시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학적 해석도 밝혔다.

텍사스 하원의원으로서는 낙태 시술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에 반대해왔으며, 임신 당사자가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 ‘보수적 기독교 가치’ vs ‘포용’

두 후보의 차이는 LGBTQ와 성·결혼 문제에서도 선명하다.

팩스턴은 동성결혼과 트랜스젠더 관련 정책에서 보수적 기독교 가치관을 강조해왔다. 미성년자 성전환 의료를 금지한 주법을 근거로 의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학교 스포츠에서 생물학적 성을 기준으로 참가 자격을 구분하도록 한 법 집행에도 적극 나섰다.

공립학교에서 종교의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도 지지한다. 팩스턴은 텍사스 공립학교 교실에 기증된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한 주법을 법정에서 방어해왔으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기도문을 낭독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도 지지했다.

그는 법무장관실 공식 메시지에서 “텍사스 교실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펼쳐지고 십계명이 걸리며 기도가 울려 퍼지기를 원한다”는 취지로 밝히고, 미국이 “성경적 진리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고 주장했다.

탈라리코는 같은 기독교 신앙에서 다른 원칙을 강조한다. 예수의 ‘이웃 사랑’과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됐다는 믿음을 정치적 메시지의 중심에 놓는다.

지난해 12월 설교에서는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다”며 이민자를 학대하고 소외된 사람을 괴롭히며 가난한 사람을 억압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하원의원으로서는 2023년 미성년자 성전환 의료를 금지한 SB14와 2021년 트랜스젠더 학생 선수의 경기 참가를 생물학적 성을 기준으로 규정한 HB25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정교분리에서도 두 후보는 충돌한다. 탈라리코는 공립학교 십계명 게시 법안에 반대하면서 특정 종교를 정부의 힘으로 다른 종교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기독교의 이웃 사랑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3년 텍사스 하원 연설에서 십계명 게시 법안을 “우상숭배적이고 배타적이며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또 올해 CBS ‘스티븐 콜베어의 레이트쇼’에서는 기독교인은 무슬림과 유대인, 불교도, 힌두교도, 시크교도뿐 아니라 불가지론자와 무신론자까지 모든 이웃을 사랑하라는 부름을 받았다고 말했다.

◇ 선거전으로 번진 신앙 공방

두 후보의 신앙관 차이는 이제 선거전의 직접적인 공격 소재가 됐다. 팩스턴은 지난 7월 유세에서 탈라리코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고,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의 팟캐스트에서는 탈라리코의 견해가 “역사적 기독교 신앙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탈라리코가 하나님을 ‘논바이너리’라고 표현하고 석유·가스 산업 지지를 비기독교적인 것으로 규정했다는 점도 공격해왔다. 탈라리코는 자신의 발언이 맥락에서 벗어나 인용됐다고 반박했다.

탈라리코 역시 팩스턴이 지지하는 일부 정책을 ‘기독교 민족주의’와 연결하며 비판한다. 그는 정부가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하나의 종교 전통을 다른 종교보다 우위에 놓는 것은 종교의 자유와 기독교의 이웃 사랑 모두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충돌에는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과 보수 기독교 진영이 형성해온 오랜 정치적 동맹이라는 배경도 있다. 인디애나대 역사학과 재닌 조르다노 드레이크 교수는 이 흐름을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를 중심으로 성장한 종교 우파 운동과 연결한다.

종교는 텍사스 선거에서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텍사스 성인의 약 3분의 2가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45%는 종교가 자신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두 후보의 대립은 단순한 ‘신앙 대 비신앙’의 구도가 아니라 같은 기독교 신앙에서 어떤 가치를 정치의 중심에 둘 것인가를 둘러싼 충돌에 가깝다. 팩스턴이 태아 생명 보호와 전통적 가족관, 미국의 유대·기독교적 전통을 강조한다면 탈라리코는 이웃 사랑과 개인의 자유, 종교적 다원주의를 앞세운다.

조기투표는 10월 19일 시작되며 선거일은 11월 3일이다.

이선지 기자 ⓒ T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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