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목사] 직분자를 위한 은퇴 준비 세미나 (2)

– 은퇴와 사명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김재홍 목사. 웰에이징 미션 대표. 컬럼비아 신학대학원 (M.Div./Th.M./D. Min.).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부목사 역임. 새축복교회 담임목사 역임.

특정 연령에 은퇴하는 사회 현상은 19세기 말 독일 비스마르크 재상의 연금 제도 도입으로 시작되었다. 그 당시 상황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빈곤’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의 정치 공세가 격화되는 것을 예단하려는 차원에서 ‘노령 및 장애 연금법’을 제정하게 되면서 ‘은퇴’와 ‘연금’에 대한 정책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는 연금 제도와 정년제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었고, 미국은 1935년에 ‘사회 보장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에서는 1988년 ‘국민 연금제’가 도입되면서 고령자를 위한 연금 제도가 보편화되었다.

애초에 독일에서 입법한 은퇴 연금 수령은 70세부터 지급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19세기말 당시 유럽인들의 평균 수명이 40대 초중반이었기에 70세는 비현실적이어서 65세로 낮추게 되었고 이후 전세계적인 연금 수령의 표준 연령이 되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고령 인구의 증가와 이에 따른 국가 재정 압박으로 인해 연금 수령 연령을 66세 혹은 67세로 늦추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물가 상승과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70대 초반까지 일을 하거나 혹은 하고자 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단계적 은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편, 요즘은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되어 일찍 은퇴하는 ‘조기 은퇴자’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파이어족’ (FIRE 족) 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 Early’라는 문장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이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파이어족’이 인생의 꿈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형편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은퇴’가 아니라 재정 상태에 따른 자발적 ‘은퇴자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은퇴’ 제도의 지난 역사와 새로운 흐름을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은퇴’ 개념은 몇 가지 요인들이 합쳐지면서 생겨난 단어이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그 의미가 바뀔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첫째, ‘은퇴’는 사회 복지 차원에서 생겨난 단어라는 것이다. 나라가 개인들의 노년을 책임지겠다는 정치적 계산의 파생물이다. 따라서 정치 상황이 바뀌게 되면 ‘은퇴’와 ‘정년’도 변할 수 밖에 없고 변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은퇴’ 제도는 개인적인 노쇠 현상 때문에 출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평균 수명이 짧고 개인 보건 상태가 열악한 시절에 시작된 단어이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개인의 건강과 수명이 길어진 상황에선 ‘은퇴’없이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셋째, ‘은퇴’는 기업 경영 제도에서 발전된 단어라는 것이다. 일정한 나이가 되거나 노화되면 기업 차원에서 인사 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 혹은 개인 기업가라면 전형적인 ‘은퇴’ 유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은퇴’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나이만 기준으로 ‘은퇴’를 논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처한 형편과 의지와 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 ‘은퇴’라는 것이다. 반면, 교회에서 언급되는 ‘은퇴’ 제도는 너무나 경직되어 있는 것을 본다. 어떤 나이가 되면 무조건 ‘은퇴식’을 거쳐 은퇴자로 만들어 버리는 문화다. 개개인의 특성과 은사를 고려하여 ‘은퇴식’과 상관없이 섬김을 이어갈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경은 ‘은퇴’ 제도에 대해 뭐라 언급하고 있는가?

민수기 8장을 보면 “여호와께서 또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레위인은 이같이 할지니 곧 이십오 세 이상으로는 회막에 들어가서 복무하고 봉사할 것이요, 오십 세부터는 그 일을 쉬어 봉사하지 아니할 것이나, 그의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돕는 직무를 지킬 것이요 일하지 아니할 것이라 너는 레위인의 직무에 대하여 이같이 할지니라” (민8:23-26).

레위인의 복무 규정에 대해 50세 이상은 ‘그 일을 쉬어 봉사하지 말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서 ‘그러나 그의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돕는 직무를 지키라’고 명하고 있다. ‘은퇴’는 하되 사역 자체에서 떠나지는 말라, 아니, 계속 도우라고 말씀하고 있다.

이 말씀 구절을 목회자들과 직분자들이 유념하였으면 좋겠다. 교회 직분은 하나님께서 개인들에게 맡기신 사명과 부르심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은퇴는 직무에서 물러남이지 사명에서의 은퇴가 아니다!” 모든 성도들은 그 직분을 따라 그리고 개인의 부르심을 따라 끝까지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레위인들에게 은퇴는 있지만 섬김은 계속된 것처럼, 교회 성도들이 은퇴식은 갖지만 사역에는 계속 참여하고 섬기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또한 이런 문화를 이끌어 가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 은퇴 후에도 지속적인 사역 활동이 환영받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 더구나 여전히 건강하고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들이라면 은퇴식에 갇힐 일이 아니다. 새로운 사역을 개발하고 이어가는 새로운 ‘은퇴 문화’가 교회에 정착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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