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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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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희 교수] “내 마음속의 Blind Spot (사각 지대)”

전창희 교수
UT 알링턴 영상학과 교수

얼마전 충격적인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 내용이 너무 안타까워 차마 끝까지 볼 수도 없었습니다. 테네시(Tennessee)주 멤피스(Memphis) 경찰의 바디캠(Body Camera)으로 촬영된 이 영상으로 미국 전역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분노의 시위를 하였습니다. 경찰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사망하게 된 흑인 청년, 타이리 니콜스(Tyre Nichols)의 이야기 입니다. 5명의 경찰관에게 폭행당하며 “엄마”를 부르짖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저는 더이상 이 영상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촬영된 이 동영상이 가져온 파문은 생각보다 커서 다시 한번 경찰의 과잉 진압 문제와 인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사망 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미디어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더불어 내 마음속에 있는 “Blind Spot(사각 지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Blind Spot”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Hidden Biases of Good People(선한 사람들의 숨겨진 편견)” 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인상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은 인종 차별 주의자 입니까?” 라고 물어 온다면,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특히 기독교인들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내가 특별히 좋은 사람이 아닐지는 몰라도 인종이나, 성별, 혹은 장애의 유무에 따라서 누군가를 그리 차별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특별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도 모르는 편견의 사각 지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발견하기 위해 “Implicit Association Test (IAT) (암묵적 연관성 시험)”이라는 것을 이 책은 소개 합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고자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라는 심리 유형론에 바탕을 둔 테스트를 하는데, 우리 마음속의 사각 지대를 발견할 의향이 있는 분들께 IAT를 한번 해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온라인에 가서 검색해 보시면 쉽게 찾아 보실 수 있는데, 특별히 하버드 (Havard) 대학에서 만든 웹사이트를 추천해 드립니다.(https://implicit.harvard.edu) 여러 종류의 IAT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 중의 하나는 인종에 대한 검사(Race IAT)로, 백인과 흑인의 사진을 두고 이를 긍정적인 단어와 부정적인 단어에 빠르게 연결해 보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해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름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기독교인으로 누구보다 인종 차별을 반대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했던 제 마음속에서 인종에 따른 Blind spot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흑인의 이미지와 긍정적인 단어를 연결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제 마음속에 혼돈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의 마음속에는 오랜 시간 쌓여온 우리의 경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종과 관련한 이 테스트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 사회에서 75%의 인구가 흑인보다 백인을 무의식적으로 훨씬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 75%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흑인에 관한 이미지들을 생각해 봅니다. 영화와 드라마에 묘사되어지는 전형적인 흑인 캐릭터의 이미지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다 보니 우리들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편견이 생기게 된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무의식적인 편견은 행동과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직원을 구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면 백인 지원자에게 흑인 지원자보다 친절하게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 하게 되지 않을까요? 타이리 니콜스(Tyre Nichols)가 백인에 멋진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이었다면 경찰들이 동일하게 폭행을 가했을까요?

코로나가 많이 유행하던 시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조금은 황당한 일을 경험 했습니다. 건장한 백인 남성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쿵푸 바이러스, 고 백 홈(Go back home)” 이렇게 소리를 쳤습니다. 순간 화도 나고 어이가 없었지만, 저는 웃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집에 가는 길이라고, 내가 사는 집이 그저 10분 거리라고 부드럽게 말해 주었습니다. 황당해 하는 그를 보면서 미국 사회에서 우리 아시아인들은 인종 차별의 피해자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숨어 있는 Blind Spot을 발견하고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가해자 일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 운전 면허 시험을 봤을 때를 기억합니다. 한국에서 이미 오랜 기간 운전을 했기에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미국의 운전 면허 시험은 능숙한 운전의 기술보다는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곤 당황했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고개를 돌려서 “Blind Spot”을 확실하게 점검하는 거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지라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마음속의 숨어있는 편견도 의식적으로 확인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보여지는 것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요즘에 나오는 자동차에는 Blind Spot을 확인해 주는 여러 장치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각종 카메라 장치들과 작은 거울들이 추가로 장착되어 혹시라도 사각 지대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사고들을 방지하도록 운전자를 도와 줍니다.

신앙인에게는 이것이 기도요, 말씀 묵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힘없고 소외된 자들을 찾아오신 예수님의 사역과 그분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먼저 우리 안에 숨어있는 편견들을 찾아내어 고쳐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럴 때에 잘못된 미디어의 이미지가 오랜 시간 우리 마음속에 만들어 놓은 편견들을 바꾸어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럴 때에 예수님 처럼 우리가 먼저 차별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주님의 복음과 사랑을 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내 마음속의 Blind Spot (사각 지대)”을 주님께 내려 놓습니다. 진정한 변화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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