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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5월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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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목사]“겨울 태풍 그까짓 것, 버티고, 견디고 참아내다보면 …”


이기욱 목사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몇 년 전부터 찾아오는 “겨울태풍”은 텍사스에서 맞이하기에는 참 어려운 시련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이내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아 내리고 평온함을 되찾게 됩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겨울태풍이 오는 것도, 겨울태풍이 지나 가는 것도, 또한 얼었던 것들이 녹아 내리는 것도 사실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저 그 시간을 견딘 것 이외는 말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크고 작은 인생의 어려움과 시련 또한 마찬가지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인생에 아픔과 고난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저 견디는 겁니다. 우리들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인내하며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따스한 봄 햇살의 평온함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시절 아버님의 사업부도로 인해, 어느 날 저희 온 식구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묵묵히 그 시간을 견디는 것 말고는 말입니다. 열심히 견디다 보니, 지하 단칸방을 얻게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하수구에 있는 똥물(?)이 역류하는 그런 집이었는데, 하지만 그런 집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또 견뎠습니다. -당시 어린 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희 가족이 봄 햇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전보다 더 넉넉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대학교 3학년이던 큰 누님이 갑자기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는데 결국 뇌 출혈로 인해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는데, 사춘기와 함께 찾아 온 가족의 죽음은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제가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큰 시련이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너무 울어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평생 뻥 뚫린 가슴으로 살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뒤 돌아 보니 어느 순간 상처는 아물고, 입가에는 다시 미소가 돌아오고, 또 어느 순간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낳고 그리고 주어진 목회를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견디는 것이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견디다 보면, 결국 차가운 시련의 바람은 어느덧 사라지고 -언젠가 또 올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따뜻한 봄 햇살의 온기가 자신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뒤돌아 보니 인생의 아픔과 시련을 나 혼자 견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곁에는 언제나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마치 믿음의 조상들에게 말씀하셨던 “네가 어디에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언제나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진작 깨달았으면 아파하는 시간, 방황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참 다행이었다” 용기내어 고백하며 그렇게 오늘도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의지와 결단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끝까지 견딜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바라기는 예수님이 십자가의 여정과 고통을 버티고 참아내고 인내 하셔서 결국은 부활의 생명을 보여 주신 것처럼, 사실 고통스러운 환경이나 고난을 견뎌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버티고, 참아내고, 오래 기다리고, 그리고 마침내 인내하다 보면 그 시간이 풍성한 열매가 되어 우리의 삶이 보다 더 퓽요로운 은혜의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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