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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3월 28, 2024

“우리는 세종대왕의 후예,문자를 만들어 선교하지요”

홍은선 선교사는 미국 위클리프 성경번역 선교회 이사, 국제 SIL 디아스포라 이사, 달라스 국제대학 교수로 섬기고 있다. 홍 선교사는 언어만 존재하는 국가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던 언어학의 방법으로 그들만의 문자를 만들어 주고 또한 성경번역을 통해 선교한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선교센터가 있는 ILC 달라스에서 디아스포라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홍은선 선교사

Q. 간단한 본인 소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에 미국에 이민을 왔습니다. 1994년에 선교사가 된 후 지금은 국제 디아스포라 사역을 맡고 있습니다.

Q. 국제 디아스포라에서 하는 일은?
전 세계에는 7300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성경이 번역된 언어는 10%인 724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중 1600개의 언어가 성경번역이 꼭 필요합니다. 게다가 자국에서 번역이 힘들다고 판단되는 언어는 약 300개가 있습니다.
이러한 곳들은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가 디아스포라입니다.
현재 하는 일은 2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올해 1월 1일부터 착수된 10개의 성경번역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위해 언어조사와 함께 미국 내 대도시에 퍼져있는 12명의 도시 담당 선교사님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언어의 성경번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언어개발입니다. 보통은 우리가 필요한 나라를 찾아서 언어를 만들어 주지만, 난민들이 직접 요청하기도 합니다.

Q. 성경번역 사역하면서 특별한 경험이 있었나?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하나님이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문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나라 사람들의 꿈속에 흰옷을 입은 예수님이 나타났다며 서로서로 그 사람이 누군지 아냐고 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한두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의 꿈속에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선교지에서 있었다는 것은 많이 들었지만, 미국에서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사람을 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며 “원한다면은 우리가 성경도 번역해 주겠다”고 하며 선교가 시작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 사람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션 퍼스팩티브 강의에서 강의하고 있는 모습

Q. 다른 사역도 있는지?
트라우마 힐링 사역도 있습니다. 난민이 되는 과정에서 사람이 겪으면 안 될 일들을 겪게 됩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적군을 피해 도망을 가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걸음이 느려서 모두 잡힙니다. 또 집에 두고 가면 적군인데 잡혀서 큰 고문을 당해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집에다 묵어 놓고 집에 불을 지르고 떠납니다. 그들은 그 죄책감으로 평생 살아가죠.
또 다른 예는 엄마가 보는 앞에서 사춘기 딸이 강간당합니다. 그것으로 인해 임신이 되고 아기를 낳습니다. 그리곤 그 첫 손주를 볼 때마다 딸이 강간당한 모습이 연상이 되는 거예요.
이러한 트라우마가 그 사람들의 뇌의 감옥생활을 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트라우마 힐링 사역을 하게 됐습니다.

Q. 트라우마 힐링 사역을 통해 치유된 사례가 있는지?
지난 2019년 아프리카 말라위 지역에 힐링팀을 3차례 보냈습니다. 힐링 워크샵을 한 후 팬데믹으로 인해 2년을 못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트라우마 힐링을 받았던 그레이스라는 자매가 본인의 트라우마가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놓이면서 기쁨을 얻게 됐고, 지난 2년 동안 이분이 500명을 힐링시켰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확장하여 트라우마 힐링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Tazama(타자마)는 어떤 단체인지?
이 단어는 스왈리어이고요. 아프리카 최대의 토착어죠. 그리고 한국어 뜻은 ‘와보라’ 입니다. 요한복음 4장의 사마리아 여인처럼 ‘우리도 힐링 됐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그레이스라는 자매의 집에서 재봉틀, 물비누, 음식 만들기 등이 이루어집니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스스로 Tazama로 명명하고 사역하고 있습니다.

Q. 문자를 만드는 데 있어서 기준은?
세종대왕이 한글은 만드셨던 언어학의 방법으로 문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양만 다르고 원리는 똑같죠. 또한 언어를 만드는 기준은 그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용어, 모국어를 토대로 만듭니다.
저희는 세종대왕의 후예로서 문자를 만든다고 이야기하곤 해요. 영어로는 알파벳 메이커라고 불립니다.

Q. 다문화 사역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위클리프 선교사가 되고 나서 했던 사역이 한인교회를 동원하는 것이었어요.
박사과정을 할 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주셨고 내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문화적인 부분이었어요.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문화 인류학적으로 볼 때 서로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나 저의 강의를 통해 서로의 입장에서 다른 문화를 바라보게 했을 때 비로소 그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을 봤습니다.


Q. 2012년 박사논문에 대해 한마디?
논문의 제목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선교사들이 어떻게 함께 사역을 잘할 수 있을지’입니다. 문제가 뭐냐면 이분들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단어를 정의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문화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해결책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픈 사람이 있어요. 어떤 문화에서는 아픈 사람과 함께 있어 줘야 해요. 그래야 아픈 사람이 위로받고 빨리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문화에서는 아프면 쉬도록 혼자 내버려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저것이 나를 위한 행동이었구나’라고 이해하는 것만이라도 갈등이 줄어들겠죠.

Learning that Lasts 위크숍에 참석

Q. 마음이 가는 선교지가 있는지?
태국은 아직도 선교 대상 국가입니다. 선교하기 전에 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약 1000가지의 질문을 합니다. 그중 태국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거의 모든 국민이 국왕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설교할 때 왕의 포인트를 잡아서 ‘왕의 명령’으로 전해달라고 선교사님께 부탁드렸어요. 그랬더니 선교가 잘 되었습니다.

Q. 힘들었던 적은?
아프리카에 선교하러 갔을때 추장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곳은 물이 정말 귀해서 동물의 배설물이 들어간 물을 끓여 먹기도 합니다. 물을 끓여도 색이 뿌옇죠. 추장이 그 물에 차를 타서 먹으라고 권한 적이 있는데 그 차를 먹어야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굉장히 힘들었죠.

Q. 선교의 준비단계는?
맨 처음은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그러나 나의 헌신과 하나님의 부르심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헌신했으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어요. 헌신은 내가 하는 것이고 부르심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입니다. 선교단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신앙적으로 탄탄한 준비가 되어있는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가 말씀하나 가지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가, 말씀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가, 언어학적인 면에서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가장 큰 지렛대라고 생각이 듭니다.

Q. 선교하러 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하나님께서 부르셨다면 당연히 가셔야죠. 저는 선교사 생활을 30년째하고 있는데요. 선교사만큼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 분 있으면 나와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24시간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세상에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어요.

Q. DFW 지역교회나 목회자분들께 한마디
우리 민족이 받은 그대로 다른 민족에게 성경을 전하고 있습니다. 최전선을 향해 나가는 선교단체가 바로 이곳 달라스에 있고 디아스포라 사역을 맡은 사람도 한인이기 때문에 연관관계를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민 기자 ⓒ T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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