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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5월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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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응답하신 하나님 (오현미 성도)

나의 첫 기도는 초등학교 2학년, 하교 후 집으로 오는 길에 신발가게 진열장에서 본 빨간 새 구두가 갖고 싶다고 기도한 것이었다. 신앙은 커녕 이제 갓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으니 어쩌다 교회에서 주워들을 것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적절하게(?) 이용해 먹은 기도였다. 그리고 이 기도가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는, 그 당시 엄마에게 조르다가 혼나고, 집 마당에 서서 밤 하늘을 보면서 한 기도였는데, 이상하리만큼 누군가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마음이 편안해 졌었다.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내 말을 듣고 있다는 확신이 든 첫 기도였다.

하나님은 내 첫 기도부터 지금까지 부지런히 응답하셨다. 말씀으로 응답하시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응답하신다.

내게 응답하신 기도 중 기억나는 최근의 것은 영주권을 얻는 동안 걸었던 4년이 넘는 광야와 같은 시간들이었다. 어떤 변호사는 우리의 서류를 거의 1년 가까이 진행도 하지 않았고, 인터뷰에서 만난 이민국 직원은 우리에게 증명할 수 없는 걸 증명해 보라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모래 사막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앞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 같은데, 왜 나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고 어디로도 못 가게 하시나 싶은 때였다. 그 기간에도 나는 습관처럼 기도를 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기간동안 내 손에 영주권을 빨리 쥐어 주는 대신 더 중요한 것을 먼저 가르치시길 원하셨던 것 같다. 이 때 하나님이 들려주시고, 마음에 들어와 새겨진 말씀은 하박국 2장 1절 “내가 파수하는 곳에 서며 성루에 서리라 그가 내게 무엇이라 말씀하실는지 기다리고 바라보며 나의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하실는지 보리라 그리하였더니”이다.

하나님은 여기서 파수꾼에 대해 오랫동안 묵상하게 하셨다. 파수꾼의 가장 중요한 일은 성루에 올라가서 성 밖 어딘가에 있을 적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격이 일어나면 빨리 성 안 사람들에게 알려 대비하게 하는 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 때로는 한밤중에도 해야 하는 일이다. 잠깐은 몰라도 긴 시간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가끔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볼때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을 보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성루에 오른 파수꾼은 외로울 수도 있다. 성 밖을 살필 때는 다른 일을 겸해서 할 수도 없다. 파수꾼이 자기의 일을 다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성 안의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평온한 일상이 파괴되는 끔찍하고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진다. 중요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위치도 아니다. 그 위치가 왜 중요한지 충분히 이해하고, 성실하게, 때로는 흔들리는 자기의 마음을 스스로 세워가며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세워져야 하는 자리다.

하나님은 내게 이러한 파수꾼처럼 살라는 마음을 주셨다. 영주권을 손에 쥐고, 또 그 다음을 외치며, 원하는 것들을 손에 쥐기 위해, 빠른 속도로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말고, 느리게 보일 수도 있지만 파수꾼처럼 매일 하나님 앞에 나아오는 중요한 일을 하라고 하신다.

세상에 오랫동안 눈을 두어 현혹되지 말고, 내가 지금 맡은 자리와 역할의 중요함을 알고, 가정 교회 세상의 파수꾼이 되라고 하신다. 일상속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가정과 교회 세상이 침략당하지 않도록 벽을 세우고, 적들이 들어갈 틈을 없애고, 알리고, 가르치라고 하신다. 깜깜한 허공을 긴 시간 바라보는 것 같은 때도 만나고 광야를 지나는 것 같은 때도 만나겠지만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한다면 하나님이 내 옆에서 함께 하실 것임을 믿으라 하신다. 하나님의 응답은 이처럼 지금 원하고 필요한 것 이전에 나의 삶 전체를 미리 아시고 더 중요한 것을 응답으로 먼저 주실 때도 있다. 지금은 그 가르침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그때로 돌아가 다시 그 과정을 통과하겠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진짜 힘들겠지만, 생각만 해도 지치지만, 그 가르침이 지금 내게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기에 “당연히”이다. 인생이란 짧은 여러 개의 코스가 연결된 긴 길 같다. 짧게 보려면 짧고 길게 보려면 길다. 그 여정속에서 내가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 가면, 하나님은 계속해서 나를 가르치시고 교정하시고 인도해 가실 것이다. 그렇게 가는 걸음이 느려보이기도 하겠지만, 빨리 달려가서 여러 번 돌아오기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응답을 통해서 하나님이 내 삶을 향한 의미 있음을 알아가게 하시는 것도 큰 기쁨이다. 내 자녀들이 매일 짧게 혹은 길게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기쁨을 알게 되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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