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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4월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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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투잡’이 다양해졌다 … “제사장 가운 벗어야”

제6차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및 직업 박람회, 30개 부스 열어 직업 소개·현직자 조언 제공

목회 컨퍼런스
12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린 ‘제6차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에서 목사 직업 박람회 부스를 둘러보는 참석자

A목사는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한 때 100명 넘게 모이던 교회였지만 고령화로 교인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자녀들은 커가며 돈 들어갈 곳은 늘지만 교회로부터 받는 보수는 적다. ‘투잡’을 뛰고 싶지만 기술도 능력도 없다. 재정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목사는 예배 중에 공황증상이 발생했고 결국 예배를 중단했다.
코로나로 인한 교세 감소는 목회자들의 재정적 위기를 악화시켰다. 교회 수입이 줄어들면서 생활고를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교회도 부지기수다. 이중직 목회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 자비량 목회를 고민하는 목회자들의 취업과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목회사회학연구소와 GMN, 크로스드로드, 일터개발원은 12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제6차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은 “택시운전과 택배, 배달 등으로 한정됐던 목회자의 직업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상당히 다양해졌고 전문화 됐다”며 “코로나로 인해 미자립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중직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생계유지와 직결돼있지만 이중직을 결단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이중직을 허용하도록 제도를 변경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지 조항을 유지하는 교단들이 꽤나 존재하기 때문. 목회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성 목회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조 소장은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펼치기보다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에 집중할 때”며 “이제 목회자들은 ‘제사장의 가운’을 벗고 삶 속에서 모범적 신앙인으로 사는 데 중심을 두면서 지속가능한 목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학대학교와 대학원의 역할도 강조됐다. 강사로 나선 이들은 목회자 후보생들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중직 관련 연구와 교육개발, 멘토링 등 선순환 체계를 제공해야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방선기 일터개발원 이사장은 “프랑스의 경우 신학훈련 속에 노동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이중직이 보편적이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중직에 적합한 업종을 개발하고 목회와 직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신학 커리큘럼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컨퍼런스 이후 진행된 ‘목사 직업 박람회’에는 카페창업부터 출판업, 중고차사업, 인테리어 등 다양한 직군의 이중직 목회 사례가 소개됐다. 이날 개최된 30개의 부스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비량 목회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안양준 향유담은옥합상조교회 목사는 장례지도사를 소개하는 부스를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교회를 개척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안 목사가 돌파구로 찾은 ‘제2의 직업’은 장례지도사였다. 그는 기독교상조회를 설립해 더 많은 목회자들이 동참하길 소망했다.
안 목사는 “삶을 마치는 이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례지도사는 목회자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며 “유교 사상이 중심인 장례문화를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 문화로 바꾼다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도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추천했다.
교회 마당에 세워진 붕어빵 트럭도 눈에 띄었다. 포항에서 온 김치학 푸른초장교회 목사는 목회자들에게 붕어빵 굽는 기술을 전하는 ‘붕어빵 학교’를 설립자다.
김 목사는 “교단에서 설교하는 것뿐만 아니라 트럭에서 붕어빵 굽는 것도 목회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붕어빵학교에 발을 들이는 목회자들은 삶의 절박함에서 시작하지만 이를 통해 재정적 보탬도 되고 전도하는 데 효과도 봐서 달라진 인생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북 완주에서 왔다는 박기수 목사는 “목회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왔다”며 “강의를 듣고 다양한 부스를 돌아보니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역을 구상할지 구체화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컨퍼런스를 공동주최한 크로스로드 정성진 목사는 “예수님도 목수로 일하셨고 사도 바울이 텐트를 만드는 기술자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목회자들이 직업을 갖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면서 이 시대를 밝힐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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