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안 하면 53만 달러 끊겠다” … 종교 행사 vs 재정 압박 정면충돌
텍사스주 그랜드프레리시가 시 소유 실내 수상공원에서 6월 1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슬람 명절 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그렉 애벗 주지사가 행사를 취소하지 않으면 주 지원금 53만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결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달라스 지역에 사는 아미나 나이트(Aminah Knight)다. 6남매를 둔 어머니인 그는 올해로 3년째 이드 알-아드하(Eid al-Adha) 기념 파티를 주최해 왔다. 이드 알-아드하는 공동체와 자선을 중심으로 나흘간 이어지는 이슬람 명절이다. 나이트는 에픽워터스 실내 수상공원(Epic Waters Indoor Waterpark)을 시간당 5,000달러에 대관하고 관련 비용도 모두 납부했다.
초기 홍보물에 “무슬림 전용(Muslims only)” 입장, 정숙한 복장 규정, 개인 기도 공간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홍보물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보수 진영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나이트는 “누구도 배제할 의도가 없었다”며 홍보물 문구를 “모두 환영”으로 수정했다.
나이트는 행사 취지를 거듭 설명했다. “정숙한 복장 규정이 있는 무슬림에게 일반 워터파크 방문은 쉽지 않다”며 “아이들과 지역 공동체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영복 셔츠와 반바지 착용 등 단정한 복장 기준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6일 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리고 5월 11일까지 행사를 취소하지 않으면 53만 달러의 지원금을 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행사를 “종교 차별이며 위헌”이라고 규정하며, 자신이 서명한 ‘샤리아법(Sharia Law)’ 금지 법안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 법이 사적 행사에도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랜드프레리시는 달라스 모닝뉴스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추가 검토와 시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나이트는 시 측으로부터 아무런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에픽워터스는 2017년 주민들이 0.25% 판매세 인상안을 승인하면서 설립된 시 소유 시설로, 현재는 제3자 업체가 위탁 운영 중이다.
이번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달 달라스 경찰의 이민세관단속국(ICE) 협조 규정을 문제 삼아 3,200만 달러의 주 지원금 삭감을 경고했고, 휴스턴과 오스틴에도 유사한 압박을 가했다. 결국 달라스는 합법적으로 억류·체포된 사람의 이민 신분을 확인하고 연방 당국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경찰 규정을 수정했다. 재정 지원 삭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슬람 관련 사안에서도 애벗의 행보는 반복되는 패턴을 보인다. 지난해 말에는 달라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곳에 조성 계획 중인 무슬림 중심 주거단지 ‘더 메도우스(The Meadows·구 에픽시티)’를 주거 차별 혐의로 겨냥했고, 해당 분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지자들은 주지사가 종교적 이유로 이 단지를 표적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최대 무슬림 시민권 단체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에 대한 조사도 현재 진행 중이다.
나이트는 보수 진영의 공격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슬림 대부분이 보수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단정한 복장 기준을 요구하는 이번 행사야말로 꽤 보수적인 행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기조에 맞지 않는 주나 도시에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반복적으로 경고해온 방식과 닮아 있다고 분석한다. 애벗 주지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주 단위에서 그대로 구사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종교적 소수자의 공공시설 이용 권리와 주지사의 재정 통제권이 정면으로 충돌한 이번 사태는 법적·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CN 편집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