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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5월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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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 두번째 맞은 환갑

김종환 교수
달라스 침례대학교 신학대학 부학장 겸 기독교교육학 교수 재임

며칠 전 환갑(還甲)을 맞았습니다. 환갑은 회갑(回甲)이라고도 합니다. 십간(干)과 십이지(支)에 따라 같은 이름을 가진 해가 60년만에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평균수명이 길지 않았기에 환갑을 맞이하는 것은 장수를 의미했으므로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축하했습니다. 얼마전 신문에서 보니 요즘 한국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69.4세이고 기대수명은 83.5세이랍니다. 그래서 환갑이 특별한 의미를 잃고 하나의 생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환갑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적잖은 충격이 됩니다. 이제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지금부터 살아갈 날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확실해집니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앞으로 남은 시간을 볼 때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집니다. 과거를 돌이켜보고 평가하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들이게 되고 절망에 빠지거나 초연하게 됩니다.
그러나 필자는 세가지 이유로 인해 환갑이 별로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고전 15:10). 둘째, 앞으로 남은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미래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셋째, 환갑을 처음 맞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이유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이 있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어렸을 때 아이들도 아빠의 생일에 관해 늘 의아해 했습니다. 장성한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혹시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필자가 생일을 1년에 두 번씩 맞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설명하려고 합니다.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모든 증명서류에 의하면 필자는 1964년 2월 25일에 태어났습니다. 그것이 법적인 생일이고, 며칠 전에 기념한 생일입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필자가 그날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음력으로 1962년 6월 5일에 태어났다고 하십니다. 그날 그 현장에 계셨던 부모님이 필자의 생일을 제일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매년 학교에서는 법적인 생일을 기념하고 집에서는 생물학적인 생일을 기념했습니다.
그런데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1년이 354일이고, 양력은 해를 기준으로 하여 1년이 365일입니다. 둘을 비교하여 양력으로 생일을 챙기다 보니 매년 날짜가 다릅니다. 음력 6월 5일이2023년에는 양력 7월 22일이었고, 2024년에는 양력 7월 10일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아빠의 생일에 대해 헷갈려 했던 것이 당연합니다.
이것은 필자의 세대나 그 이전 세대에는 흔한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 정부의 기록관리 체계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가정에 아기가 태어나면 호적에 올려야 했는데, 호적에 올리는 날이 그 아기의 생일이 되었습니다. 많은 가정들에게 있어 아기의 출생 당일에 호적에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가난과 질병 등으로 인해 영아사망율이 높았기 때문에 어떤 가정에서는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관찰한 후에 호적에 올렸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객지에서 아기를 출산했는데 곧바로 고향으로 달려가서 호적에 올릴 형편이 못 되기도 했습니다. 또는 부모가 아기를 호적에 올리는 방법을 몰라서 이장이나 동네 어른에게 부탁해야 했는데, 그들이 그 부탁을 즉각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필자의 경우는 세번째에 해당된다고 들었습니다.
호적나이와 실제나이가 차이나는 데서 오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호적상 또래의 친구들보다 성숙해서 대장노릇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를 따지는 나이가 되어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손해를 보는 것이 싫어서 호적나이와 실제나이를 함께 밝혔습니다. 은퇴를 고민하는 나이가 되니 호적나이 때문에 일을 2년 더 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더 언급해야 할 것은 한국에는 나이를 세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자 마자 한 살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한국식 나이’라고 하고, 이 나이의 의미는 생명은 출생시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잉태시에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간주하고 매년 1월1일에 한 살씩 더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만 나이’ 따지기도 했는데, 이는 태어난 시점을 0살로 간주하고 생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날 때마다 나이를 한 살씩 더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이 방법입니다. 그리고 ‘연 나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것입니다.
이런 관습 역시 아빠의 나이를 파악하려고 하는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는 생년이 두 개이고 생일이 세 개라며 헷갈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 자신도 혼동이 될 때가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달라서 발생하는 사회적, 행정적 혼선 및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 2023년 6월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나이 계산법이 단순화되어 아이들이 덜 헷갈리게 됐으니 다행한 일입니다.
각설하고, 필자는 지난 60년 동안 생일선물을 의도적으로 두 번 세 번 착취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여기서 분명히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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