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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5월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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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목사] 통합예배 ABC

나는 어느 나라 시민인가?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원로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흥미로운 점은 영어권이 아닌 비서구권의 이민자 자녀들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남미권에서는 스페인어를, 동남아시아에서는 각국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다니는 학교에서는 영어를, 그리고 집에서는 한국어 사용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그런데 영어권으로 온 이민자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어떤 요인이 이런 현상을 만드는 지는 더 연구해 봐야겠지요.

미국의 이민 사회의 자녀들은 커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경험합니다. 어렸을 때는 자기가 미국인인 줄 알았는데, 10대가 되면서 점점 자신이 미국인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감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그 간극을 더 크게 느끼고 되고, 대학에 가면 자신이 미국에 살고 있지만 미국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 자기 부모의 언어인 한국어는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영어로만 소통하려 할 때, 대학에서 만나는 한국 유학생 그룹에 녹아들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특히 소극적인 성격의 경우에는 더욱 어렵지요. 이민교회의 EM 환경에서는 더더욱 정체성 혼란이 커집니다. 10대 대부분을 영어 사용을 당연하다고 여겼고, KM과는 상관없는 환경에서 교회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하지만 통합예배를 드리는 경우에는 아이들이 영어가 편하다 할지라도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예배 속에 어른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는 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저절로 습득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자신이 주류 사회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걸 크게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자신이 살아야 하는 환경이 어디인지도 알기에 훨씬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주류 사회에 진입을 하더라도 자신이 그들과 같을 수 없다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주류 사회에 속한 자들은 가질 수 없는 다양성과 포용성은 그들이 가진 다양한 세계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주류 사회에 들어가더라도 더 다양한 관점과

그러면 이렇게 언어와 문화를 중요하게 다뤘을 때 그 열매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민사회라는 배경을 가진 자녀들이 완전한 한국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미국인이 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자녀들을 “제3의 문화 자녀들(the third culture kids)”라고 합니다. 그러면 제3의 문화 자녀들이 어떤 소속감을 가져야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두 문화 어디에도 속한 것 같지 않은 ‘뜨네기’가 아니라 두 문화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나그네’가 될 수 있다면 그 길은 어떤 것일까요? 그 길은 바로 신앙의 전수입니다. 자녀들이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라는 인식이 분명해질 때, 두 문화, 언어, 세계관을 모두 포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문화와 언어, 인종, 민족 배경의 사람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능력도 배양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기 위하여, 우리는 통합예배를 고수하고 있는 거지요.

이렇게 되기 위해서, 통합예배는 단순한 예배 형식으로 남아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통합예배를 예배의 한 방식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통합예배는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또한 그 소통의 원활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걸 개척 초기에 파악하게 되었지요. 아마도 선교지에서 부족 문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문화 연구를 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같습니다.

선교지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위해 아이들의 출생지는 세 명 다 한국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의 나라의 역사가 낯설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역사 만화, 속담 만화, 드라마, 역사 다큐 비데오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뿌리 교육을 했지요. 이런 중에 큰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 찾기 과정을 글로 밝힌 적이 있습니다. 자기는 혈통이 한국인인데 완전한 한국인 될 수 없고, 교육은 미국 교육을 받는데,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니며, 자리기는 파푸아뉴기니인데, 그 나라의 시민도 아니라는 거였지요. 이렇게 붕 떠있는 것 같은 자신은 도대체 어디에 속한 시민인가를 고민했는데, 그 아이가 내린 결론은 자기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자기는 어디에 가더라도 자기의 가장 기본권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라는 걸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글이었어요.

이 글을 읽은 두 여동생들은 그대로 오빠의 입장을 수용하였지요. 그래서 그들은 파푸아뉴기니를 떠나 미국으로 한국으로, 중국으로 옮겨갈 때에도 자기들이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 사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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