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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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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재 박사] 초능력자와 소(少)능력자

전동재 박사
UT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에서 콜레스테롤 대사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현재 Dallas Baptist University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생명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2020년 “초능력자 사냥꾼”으로 알려진 James Randi가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 앞에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자에게 큰 상금을 내걸고 초능력 검증 챌린지를 50년 이상 진행해 온 인물이었다. 1964년에 $1,000로 시작한 이 상금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1996년에는 $1,000,000로 불어났다. 2015년 James Randi 자신이 은퇴하면서 이 챌린지도 자연스럽게 종료되었다.
그럼 지금까지 진행된 이 첼렌지에 과연 몇 명의 초능력자가 나타났고 거액의 상금을 받은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초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그들 중 이 상금을 받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몸에서 전기를 발생시켜 작은 전구를 켜는 능력, 투시력, 텔레파시, 무덤에 들어가 있는 시신의 성별 맞추기, 전화번호부 페이지를 염력으로 넘기기, 맨 살에 다리미나 동전 붙이기, 죽은 사람의 영혼을 빙의하여 말하기, 손목에서 느껴지는 맥박을 멈추게 하는 일, 손대지 않고 나침반을 움직이는 능력 등등 수많은 기이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도전했다.
하지만 James Randi는 이들의 능력을 똑같이 재현해 내거나 간단한 조건 하나로 그들의 초능력을 “초라한 능력”도 못되는 무능력으로 전락시켰다. 자칭 초능력자들은 그 앞에서 멋쩍은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대중들은 그들에게 실망을 넘어 때로는 분노했다. 이들의 초능력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이 마술에나 쓰이는 눈속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James Randi 자신은 이미 방송에서 The Amazing Randi”로 알려진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마술사이자 탈출 묘기의 달인이었다. 그는 자칭 초능력자들이 쓰는 모든 눈속임을 이미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가 소위 “초능력자 사냥꾼”이 된 배경에는 아프리카 여행 경험이 있었다. 그 곳에서 James Randi는 한 초능력자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그들이 자신을 광적으로 숭배하게 만들고 돈을 착취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James Randi에게 그것은 초능력이 아닌 단순한 눈속임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가짜 초능력에 속아 재정이 털려 나갔고 무엇보다 올바른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쳐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목도한 James Randi는 분노했다. 그 때부터 그는 초능력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Peter Popoff는 사이비 목사로 1980년대 미국에서 신앙 치유 집회를 열면서 거액의 돈을 기부 받은 인물이었다. 그가 마이크를 대고 기도하면 사람들은 쓰러지고 치유 되는 듯 보였다. Popoff 목사는 치유를 위해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신상과 앓고 있는 질병까지 처음 만났음에도 불과하고 정확한 내용을 맞췄다. 사람들은 그에게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 감격했다. 그러나 James Randi는 그가 남의 병은 잘 고치는 사람이 자신의 귓속에 아주 작은 보청기 같은 장치를 꽂고 있었던 점을 수상히 여겼다. James Randi는 라디오 전파 전문가를 집회에 투입하여 한 여성이 Popoff 목사에게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자세히 읊어 주고 있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Popoff 목사의 아내 Elizabeth였다. Popoff 목사는 아내가 알려준 정보를 귀로 듣고 마치 하나님과 직접 소통하는 선지자처럼 연기를 했다. 이 내용이 1986년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Johnny Carson 쇼에 나가면서 그의 사기극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일 년이 지나 파산신청을 한 그는 거기서 그의 커리어가 끝날 것처럼 보였지만 90년대 다시 복귀했다. 그는 기적의 생수(Miracle Spring Water)를 선전하며 여전히 부유하게 살고 있다. 이 생수는 정확한 곳에 뿌리기만 하면 구약과 신약의 모든 기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이스라엘 출신 세계적인 초능력자 Uri Geller도 James Randi를 피해가지 못했다. 1973년도에 그는Johnny Carson 쇼에서 나와 체면을 구겨야만 했다. James Randi는 토크쇼 프로듀서에게 Uri Geller가 초능력으로 구부릴 숟가락과 그가 초능력으로 다시 작동시킬 멈춰 버린 손목시계를 방송국에서 직접 준비하도록 요구했다. 또 열개의 작은 항아리 중 한 곳에만 물을 넣고 그에게 물이 담긴 항아리가 어느 것인지 맞춰 보도록 했다.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Johnny Carson토크쇼에서 진행자는 그에게20분 이상을 할당하며 기다렸지만 Uri Geller는 어떤 초능력도 발휘하지 못했고 변명만 늘어 놓다가 쇼는 끝이 났다. 이후 James Randi와 Uri Geller의 악연은 법정 고소로 이어졌지만 James Randi은 법원에서 실형은 고사하고 벌금형 조차 받아 본 일도 없었다.
김하연 작가가 쓴 소(少)능력자라는 만화책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가공할 만한 초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개성 넘치는 초능력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소(少)능력자들이다. 이 들은 혼자서는 힘이 너무 약하기에 오직 연합할 때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초능력 수퍼 히어로에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소(少)능력자들의 이야기는 참신하게 다가왔다.
우리 각자의 크리스천은 소(少)능력자와 같다. 우리는 서로 겹치지 않는 개성 있는 작은 능력을 지녔다. 그렇다면 교회는 다름 아닌 소능력자들의 유기적인 연합인 것이다. 주목할 점은 소(少)능력자들이 유기적으로 하나로 연합되어 있을 때만 비로소 창출되는 새로운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생명과학에서는 출현 현상(Emergent property)라 말하는데 모든 살아 있는 조직은 이 특징을 가진다. 홀로 혹은 부분들의 합으로 남아 있을 땐 존재하지 않다가 유기적인 연합으로 전체가 되면 생기는 새로운 기능/능력이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초능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초능력은 개인기가 아니라 섬김의 관계로 연합된 생명력 있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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