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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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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실 사모] 아름다운 간격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으로 수필에 등단했다.
시인, 수필가,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 수필, 동화, 소설 등을 창작하고 있다.
목회하는 남편과 동역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다.

바람이 데려온 햇살과 정원을 산책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향기가 잠든 세포들을 깨웠다. 그 향기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한참을 걷다 어느 나무 앞에서 멈추었다. 잠시 눈을 감고 오감으로 향기를 만끽했다. 한동안 그 향기에 취해 헤어날 수 없었다. 향기를 맡으며 그토록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더 행복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발하는 향기에도 그토록 매료되고 머물고 싶은데, 사람에게서 나는 아름다운 인격의 향기는 어떨까!
심리학 교수인 이민규 저자는 그의 저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에서 그 1%가 바로 인격의 향기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마다 풍기는 고유한 품격의 향기가 있다. 그것은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생명력 있게 흘러가는 묘한 위력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사람 곁에서 더 머물고 싶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리라.
정원에 다양한 꽃향기가 있었지만 모든 향기를 뚫고 내 오감을 사로잡은 향기가 있었다. 강하지 않았지만 은은하면서 달콤한 향기에는 잊을 수 없는 무엇인가 있었다. 너무 근거리에서 맡으면 향기를 만끽할 수 없었다. 20m에서 30m쯤 거리를 두었을 때 향기가 가장 그윽하고 좋았다. 간격을 더 멀리하고 맡았을 때는 더 진한 향기가 났다.
인간관계에서도 아무리 친밀해도 적정거리를 유지할 때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근거리에 있으면 평소에 좋아 보이던 모습까지도 단점으로 보인다. 그 사람의 모습을 대면하지 않고 상상만 하다 막상 마주했을 때 말투와 행동이나 습관을 보고 실망할 때가 있지 않은가.
인간관계에서 건강한 거리 두기를 말할 때 나무 심기와 비유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가장 적절한 가격은 3m라고 한다. 화재 시에 서로 불을 옮겨서 산불이 확장될 염려가 없는 안전한 거리란다. 사람과의 관계도 건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지나친 집착이나 간섭은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깨질 위험이 있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때 보폭을 맞추어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부부나 자녀와의 사이도 정서적으로 적정거리가 필요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려면 최소한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면 어떨까!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견과 아집에 묶여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의 잠든 내면을 깨우고 생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소유한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향기가 나는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문다. 타인을 배려하고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향기를 품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생기와 생명력이 있다. 아름다운 미소를 자연스럽게 머금게 된다.
나이에 걸맞는 인격의 향기를 발하며 살고 있는지, 내 곁에 많은 사람이 머물고 싶은 향기를 품은 인격인지 돌아볼 일이다.
주님의 향기를 품은 인격의 숲에서 지치고 곤고한 사람들이 쉼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나가던 발걸음조차도 멈추어 서서 향기에 취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면 좋으리라.
가던 길을 돌이켜 서게 하는 그런 향기를 품은 인격이 되길 갈망한다. 시류에 밀려오는 다양한 바람에 요동하지 않고 견고한 뿌리를 내리고 그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에서 많은 사람이 안식할 수 있길.
후미진 곳에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는 들꽃은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기품있고 우아한 여인을 닮았다. 초라하지 않지만 품위 있는 자태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 모습을 오감에 담아 두었다.
아무리 화려하고 예뻐도 홀로 피어있는 꽃에 시선이 잘 가지 않았다. 비록 작고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꽃들에 마음이 더 머물렀다. 꽃마다 모양과 빛깔과 향기가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미성숙한 사람들보다 아름답다. 꽃은 계절마다 피는 색깔과 향기가 다르고 높이나 장소에 따라 향기가 다르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가!
정원을 산책하며 주님과의 거리를 점검한다. 삼 일길 앞서 행하시며 구름 기둥과 불기둥의 은혜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보다 내가 앞서간 것은 아닌지 상념에 잠긴다. 하나님 인도하심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내 흔적만 남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하나님과 거리가 멀면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없다.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보폭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친밀할수록 좋은 관계는 하나님과의 관계 외에 없다.
날마다 은혜의 지성소에서 부어주시는 생명을 공급받길 갈망한다. 주님과의 거리는 더욱 친밀하게 유지하되, 타인과의 거리는 적정거리를 유지하면 더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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