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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3월 28, 2024

[서정숙 사모]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일과 영성-팀 켈러』

“목사님 캔디 스토어에 가서 일하시지요? 운동도 하고 사람들 만나 영어도 배우고 돈도 벌고… 미국에서는 목사님들 일하는 분 들 많아요. 또 이상한 거 아니지요”

20년도 더 전에 의료보험도 없는데 목사인 남편에게 스트로크가 왔고 치료받는 중에 집사님(남편이 미국분)이 남편에게 조언한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목사의 아내로 물리치료사로 일하던 것도, 학교에서 강의 하던 것도 “사모가 교회일 만 해야지 세상일 한다”고 교인들이 불평해서 그만두었는데 미국에서는 목사도 일한다고 합니다.

-하나님 목사가 ‘세상일’ 다 버리고 ‘주의 일’하면 생활비는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목회 외에 밥벌이를 따로 해야 한다고요? 모든 게 야속했고 헷갈렸습니다.

30년 전의 이민 사회에서 사례비 없이 생계형 직업의 목사들은 부끄러워했고 아내들도 무슨 일 하느냐에 따라 슬그머니 자존심 상해하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교회가 생활비도 책임 못 지면서 70~90년대 한국에서만 목사 아내에게 일 못 하게 한 건지, 미국인들 교회는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결국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라 천차만별인데 다인종이다 보니 교회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이민 1세 목사의 아내가 전문직업을 갖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전문직 일하면 그런대로 높여보고, 심지어는 미국회사 빌딩의 샌드위치 샵을 하던 선배 목사 아내가 왜 그리 콧대? 가 높았던지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대도시에는 적지 않은 수의 한인교회가 ‘미션처치’라는 이름 아래 미국교회 일부를 빌려 쓰는 ‘셋방교회’입니다. 목사 아내는 본인 스스로 시간제로 일하면서 영어 익히고 가족 돌보며 주일이면 교인들의 ‘밥 엄마’가 됩니다. 일일이 수저, 그릇까지 챙겨 가고, 예배 후 한식 식사 교제 후에는 음식 냄새 때문에 미국교회 눈치 보여 촛불을 여러개 켜고 스프레이도 뿌립니다. 교인의 수평 이동과 이합집산을 보며 헷갈리고 마음 아플 때 많았지만 이민사회의 특성인가보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G&M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오디오북 클럽에서 팀 켈러 목사님의 『일과 영성』을 읽으며 깨닫고 배웠고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개척교회 목사의 아내로 시작, 15년 목회에 교회 건축의 어려움을 통과한 후 속된 말로 ‘등 따습고 배고픔 면하니’ 미국행. 다시 이민 목회 최일선에서 숨차게 살아온 나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주고 또 주어도 “…다고 다고” 하다가 다른 교인까지 끌고 나가 거짓 루머를 퍼트리던 사람들, 특히 같은 교역자끼리의 인두로 지지듯 아팠던 문제들, 아물지 않을 것 같던 상처들!

-그래 잘 살아왔구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걸. 뭔지 몰라 실수도 했겠지. 용서와 화해로 아버지께 영광이 되게 하려고 수치와 모멸감에 눈물을 삼키며 살아 낸 세월. 그동안도 함께 해 주셨던 우리 아버진 역시 멋진 최고의 하나님 아버지, 고맙습니다!

『일과 영성』의 프롤로그에서 “일은 단순히 밥벌이가 아니라 소명이다“를 읽는 순간 솔직히 (성령의) 방망이로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낙원에서도 하나님이 일하셨고 아담과 하와에게도 일을 맡기셨으며 그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라고 했습니다. 이민 초기 ‘가족의 밥벌이-breadwinner’로 빌딩의 밤 청소일을 도와야 했고 Manicurist-네일 테크니션 일을 시작한 줄 알았는데 그분의 뜻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답하기 위해 애쓰는 선한 수고는 지극히 사소하고 단순한 것일지라도 하나하나가 영원무궁한 가치를 갖는다. 그게 바로 기독교 신앙이 주는 약속이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일은 사람을 존엄하게 만든다. 은사와 열정을 쫓아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체면과 우월감이 사라지게 된다. 질투나 상대적 박탈감도 사라지게 된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와 개척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는 확신과 만족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일에 대해, 사역에 대해, 바울도 그 많은 학문과 지위 다 내려놓고 천막을 짓는 일을 했다지요. 그룹에서의 나눔도 모두 오픈된 마음, 가슴 뭉클하고, 눈물과 한숨, 다양한 감정 표현에 원망과 섭섭함을 넘어서 감사와 찬양으로 책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내 사랑 하는 형제들아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며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을 앎이니라”(고전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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