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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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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재 박사] 살릴 수 없는 생명, 빈사 상태(Moribund)

전동재 박사 UT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에서 콜레스테롤 대사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현재 Dallas Baptist University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생명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JFK was here”라는 현수막이 Dallas Love Field 공항 주변에 John F. Kennedy (JFK) 대통령 흑백 사진과 함께 걸렸다. 2023년 11월 22일은 JFK 대통령이 암살당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기에 이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60년 전, 1963년 11월 22일 오전 11시 38분에 JFK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Dallas Love Field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JFK 대통령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12시 30분에 Oswald Lee가 쏜 총에 저격을 당했다. 암살은 대통령이 소위 달라스의 탄생지로 알려진 Dealey Plaza를 지날 때 이뤄졌다. Houston street에서 Elm street으로 진입하기 위해 왼쪽으로 급하게 꺾어 들어와야 하는데 바로 그 지점에 Oswald Lee가 일하던 텍사스 학교 교과서 창고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Oswald Lee는 망원경이 달린 6.5 mm Carcano 장총을 갈색 종이로 감싸 마치 커튼인 것처럼 동료를 속여 들여왔다. 그리고 그는 빌딩 6층 창문에서 기다렸다가 대통령을 태운 리무진이 Elm street에 들어섰을 때 JFK 대통령을 뒤에서 정조준하여 저격했다. 그는 해병대에서 저격수로 훈련 받은 사람이었다. Warren Commission보고서에 의하면 Oswald Lee는 총 3발의 총을 쐈는데 그중 두 번째 총알이 대통령의 목을 관통했고 세 번째 총알은 대통령의 머리를 저격한 것으로 보고했다. 이 상황을 가장 근접하게 목격했던 Clint Hill이란 경호원은 두 번째 총알이 JFK 대통령의 목을 관통하여 대통령이 목을 감싸고 있을 때 대통령 리무진에 급히 올라탄 인물이다. 그가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다가갈 때 세 번째 총알이 대통령의 머리에 적중했다. 그의 진술에 의하면 대통령의 머리에서 피와, 뼛조각, 뇌 조직 일부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 경호원은 리무진 안에서 영부인께서 “오, 내 손에 그의 뇌가 있어. 이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사랑해 잭 (잭은 JFK의 애칭)”이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을 태운 리무진은 곧바로 Parkland 병원으로 향했고 대통령은 외상 처치 1호실로 옮겨졌다. JFK 대통령을 처음으로 치료했던 외과의사 Malcom Perry 는 대통령이 들어올 당시 “매우 위독한 상황이고 빈사상태” 로 보고했다. 빈사상태(Moribund)란 아직 살아 있으나 죽음이 진행되어 더 이상 목숨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저격을 당한 지 30분 만에 JFK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고 그는 3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1,036일 만에 직책도 삶도 그 자리에서 마감했다. Malcom Perry을 포함한 7명의 의사들은 미국 대통령의 꺼져가는 생명을 되돌리려 했지만 다가온 죽음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틀 뒤 마치 운명처럼 Malcom Perry는 그의 동료 의사인 Robert McClelland와 함께 대통령을 저격한 Oswald Lee를 외상 처치실에서 만나게 된다. Oswald Lee가 경찰 호송 과정에서 나이트클럽 주인이었던 Jack Ruby가 쏜 총에 맞아 Malcom Perry에게 실려 온 것이었다. 이틀 전에 저격 당한 대통령을 살려 내야했던 그는 그날 대통령을 저격한 암살자를 살려내야 하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의사로서 감당해야 했다. Jack Ruby는 38구경 권총으로 총 3발의 총탄을 준비했으나 단 한 발의 총탄만 발사했다. 그러나 그 총탄은 Oswald Lee의 대동맥(Aorta)과 대정맥(Vena Cava)에 큰 손상을 입혔다. Malcolm Perry와 Robert McClelland는 가까스로 손상된 혈관을 찾아 출혈을 막는데 성공하였지만 Oswald Lee의 심장은 이미 멈춰 선 뒤였다. 그들은 가슴을 열어서 심장 마사지까지 했지만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는 없었다. Oswald Lee 역시 과다 출혈과 심정지로 빈사 상태(Moribund)를 거쳐 사망하였다. 이 두 운명적 사건을 맞이해야만 했던 Malcolm Perry는 이후 언론에 시달렸다. 그는 더 이상 이 비극에 대해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2009년 12월 5일 Tyler에서 80세의 나이로 2년 동안 폐암과 싸우다 숨을 거두었다. 그 역시 빈사 상태(Moribund)를 거쳐 죽음을 맞이했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이 짧은 과정은 모두에게 임한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빈사(瀕死)는 죽음에 임박했다는 뜻이다. 아직은 살아 있으나 죽음으로 운명이 이양된 상태 아직은 죽지 않았으나 다시 살릴 수 없는 생명을 의미한다. 피할 수 없는 이 과정에서 죽음의 엄중함과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성경은 기이하면서도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다.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 소식은 사망에 종노릇 하는 우리를 영원히 해방시켰다. 육신만을 이야기 한 것도 영혼만을 이야기 한 것도 아니다. 믿음은 육신과 영혼을 다시 살리는 유일한 길이 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짊어진 사망이라는 빚을 몸소 다 갚았기에 우리는 영생을 위해 갚을 빚이 없다. 필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는 자는 죽어도 산다. 그러므로 믿는 자에게 빈사 상태는 하나님 나라로 가는 영광스러운 관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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