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F
Dallas
금요일, 3월 13, 2026
spot_img

[김종환 교수] 지엽의 묵상: 제목의 의미와 목적

달라스 국제대학교(www.DIU.edu) 국제학장
달라스 뉴송교회 협동목사, TCN 고문

지엽은 한자로 枝葉이라고 쓰며, 지(枝)는 가지를, 엽(葉)은 잎을 뜻합니다. 즉, 지엽은 나뭇가지와 잎을 의미하는 말로 뿌리나 줄기에 비해 부수적이고 주변적인 요소를 가리킵니다. 본 칼럼의 제목을 지엽의 묵상이라고 정한 이유는 크리스천들의 언행 중 부차적이고 사소한 것이라고 여겨서 함부로 취하는 말과 행동들을 성경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뿌리와 줄기는 생명을 가능하게 하며 이어가게 하고, 가지와 잎은 생명을 확장하고 표현합니다. 가지와 잎은 비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계절이나 환경에 따라 변하며, 대체가 가능합니다. 반면에 뿌리와 줄기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으며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가지나 잎은 없어도 여전히 나무이지만 뿌리나 줄기가 없으면 더이상 나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뿌리와 줄기는 본질이고 가지와 잎은 이차적이고 보조적인 지엽이라고 합니다.

나무의 예에서 보듯이 지엽보다 본질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지엽이 본질을 대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엽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서 본질이 자동으로 성취되지는 않습니다. 예배의 순서가 완벽하다고 해서 하나님께 대한 경외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손을 아무리 깨끗이 아무리 자주 씻어도 마음의 정결함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가 정의와 긍휼과 믿음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엽으로 본질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와 같은 지엽을 본질로 착각하면 율법주의나 형식주의가 강화되고 정죄와 분열이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엽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엽은 본질을 구현하고 풍부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엽은 본질의 종류와 특성을 드러내므로 지엽을 보면 본질을 알 수 있습니다. 지엽은 본질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본질의 모양을 바꿈으로써 본질에 대한 이해와 경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지엽을 중시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엽이 본질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지엽은 본질을 가리거나 훼방하는 요소가 아니라 본질이 왜곡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장치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엽에 신경 쓰지 않으면 자유로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엽을 간과하면 본질은 주관적인 주장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즉, 지엽을 무시하면, 자의성과 혼란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들은 연구과제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논문작성법은 귀찮은 지엽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논문작성법이란 연구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에 따라 서술하는 방법입니다. 그것은 서론과 본론과 결론의 구조(structure), 객관적이고 명료한 표현(expression), 그리고 인용표시와 각주와 참고문헌 등의 규범(norms)을 포함합니다. 그것은 연구내용의 분명한 소통과 신뢰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그 지엽을 등한시하면 학문연구의 본질인 ‘진리 추구’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크리스천의 삶에도 갖추어야 할 본질과 더불어 많은 지엽들이 있습니다.

  • 구원: 영적 감동의 정도, 결심의 방식, 시간과 장소 기억, 침례의 방법(세례, 관수례, 침수례)
  • 구별된 삶: 옷차림, 음주와 흡연, 문신과 바디 피어싱, 재정관리, 문화 콘텐츠 소비형태, 휴대폰이나 SNS 사용습관, LGBTQ+를 대하는 태도
  • 신앙표현: 신앙용어 사용, 간증의 내용과 형식, 기도의 자세, 기도 문구와 표현의 버릇, 헌금의 종류와 액수, 감정표출의 강도, “아멘” 화답의 크기, 기도회 또는 목장모임 참석의 빈도
  • 하나님 예배: 예배의 일시와 공간(예배당, 가정, 온라인), 예배시의 몸가짐, 찬송가 vs 복음성가, 예배 복장(정장, 캐주얼)
  • 영성훈련: QT 접근법(노트, 앱, 묵상)과 시점(아침, 저녁), QT의 양과 길이, 성경공부와 기도 관습, 성경지식의 양, 금식의 횟수와 기간
  • 복음에 대한 신앙고백: 소속 교파, 신학적 입장(보수, 진보, 자유; 무천년설, 전천년설, 후천년설)
  • 복음증거: 선교여행 참여(장기, 단기, 국내, 해외), 전도의 요령과 열매의 양, 동참하는 사역의 유형(물질중심 vs 관계중심)

크리스천의 삶에서 지엽적인 것들은 신앙을 규정하지는 않지만 신앙을 드러냅니다. 크리스천은 신앙의 본질을 부단히 추구해야 합니다. 지엽적인 것들은 개인의 은사나 적성 또는 문화나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질에 대해서는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고 지엽에는 관대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지엽을 중시하지 않는 풍조로 인해 예배가 너무 얕고 가벼워진 것을 봅니다. 성경에서 지엽을 다루는 가르침은 아예 외면해 버리기도 합니다. 신앙의 가르침이 구체성을 상실하여 피상적으로 변하고, 신앙생활이 임의적으로 되어지는 것을 봅니다. 크리스천의 삶 자체가 세상 사람들의 삶과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을 봅니다. 마치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그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던 그 상황을 보는 듯 합니다.

다른 말로 정리하자면, 본질 없는 지엽은 공허한 껍데기가 되고, 지엽 없는 본질은 주관주의로 흐르고 맙니다. 그래서 크리스천의 신앙에 있어 지엽과 본질은 긴장 속에서 함께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본 칼럼이 주장하고 강조하는 바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동기만 있으면 언행은 상관 없다는 생각이 교회 안팎에 허다합니다. 그러나 본 칼럼은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엽적인 것들을 상고해보고, 크리스천들로 하여금 지엽을 재고해보도록 동기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댓글 남기기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