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4 F
Dallas
화요일, 5월 14, 2024
spot_img

특별 인터뷰 | 이연길 목사 (빛내리교회 원로목사)

“하나님과 야곱처럼 씨름하고 바른 삶을 살도록 노력할 때”

이연길 목사

Q. 목사님께서 지난 2008년 은퇴를 하신 후 올해로 14년째가 됐습니다.
달라스가 그립지는 않으셨는지요? 달라스라는 곳은 목사님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일까요?

들으면 가슴이 떨리는 그런 말이 있지요? 어머니, 또는 고향 같은 말들처럼 달라스란 말은 언제나 가슴 떨리게 하는 곳입니다.
달라스는 하나님과 깊이 동행하며 살았던 곳이고, 제 믿음과 학문이 깊어진 곳입니다. 처음부터 달라스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요. 처음 달라스에 왔을 때 외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있음을 알고 결심했지요. 성경을 연구하는 데 달라스처럼 좋은 곳은 없다고. 18년 동안 성경과 씨름하고, 또 가르치는 기쁨으로 살았습니다.
또 빛내리 교인들이 기쁘게 말씀을 배우며 따라주더라구요. 그러니 달라스를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내가 존재하는 것은 바로 달라스와 빛내리 교회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달라스 교민들과 빛내리 교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Q. 은퇴 이후를 사역의 제 2의 소명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은퇴 후에 어떤 사역을 펼치셨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은퇴 하려고 준비할 때 참 암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제 인생의 황금기는 은퇴 후 15년이었습니다. 첫째는 모교인 서울 장로회 신학교로부터 객원교수 초청을 받고 5년 동안 봉사한 일입니다. 저는 학자도 아니고, 신학생들을 가르칠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강단에 서 보니, 18년 동안 교인들과 함께 성경과 씨름했던 내용들이 마치 금광처럼 제 속에 쌓여 있더라구요. 학생들이 강의를 즐거워 했고 저는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제 강의를 들었던 많은 제자들이 지금도 만남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내가 고국에 나간 시기가 내가 연구한 학문(Narrative Art of Bible)이 한국교회에 필요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를 찾는 곳이 참 많았습니다. 5년 동안 참 바쁘고 보람되게 보냈지요.
둘째로는 은퇴하고 나니 시간이 많아서, 많은 책을 집필할 수 있었습니다. 성경공부 교재 약 30권, 그리고 주석을 포함한 성경 이해를 돕는 책을 30권 정도 저술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작 활동을 계속해 갈 것 같습니다.
셋째로는 한국과 미국에서 많은 설교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셨습니다. 지금도 설교와 강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곳 Laguna Woods에서 성경 강좌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달라스에 목사님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성도들이 많이 계십니다.
기억에 남는 사역이나 성도, 혹은 일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뭘 자랑할게 있겠습니까? 저는 부족하고, 약점 투성이인 사람입니다. 제가 한 일이 있다면 모두가 주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첫째는 멕시코 유카탄 이사말을 중심으로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해 왔던 선교라 하겠습니다. 15년 동안 줄기차게 백명 이상이 넘는 교우들과 학생들이 한 마을을 집중적으로 선교를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우리 선교팀을 통하여 양육된 그곳 일군들이 150-200명이 됩니다. 그 아이들이 교사, 의사 또는 변호사가 되어 고향에 돌아와 봉사하는 모습은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또 그들 스스로 마을마다 교회를 세워서 25개 이상의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둘째는 온 교인들과 함께 주일 아침에 나누었던 성경 공부입니다. 성년들 성경 공부는 물론 영어권과 청년들 그리고 중고등학생들까지 수백 명이 아침에 모여 성경 나눔에 열중하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우리 자녀들이 유카탄 선교나 성경공부를 통해서 좋은 그리스도의 일꾼들로 자란 것을 감사합니다.
오렌지 카운티에는 빛내리교회 출신 젊은이들이 모이는 교회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 성경 공부를 통해서 바른 신앙 위에 세워진 젊은 교우들이 미국 전역에 흩어져서 교회의 기둥들로 봉사하는 모습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셋째는 교회 건물이 불타고 새 교회를 건축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이 커다란 새 건물을 세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님이 그 일을 해주셨습니다. 또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하나님을 생생하게 체험했던 기억은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Q. 한인 이민자 교회가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사역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칭찬과 아쉬운 점을 전해주신다면?)

제가 달라스 를 떠나 온 지 5 년이 지났기 때문에, 현재의 달라서 교회들의 형편을 잘 알지 못합니다. 몇 년 전 잠시 달라스에 들렸을 때 도시 자체가 엄청나게 확장되고 환경이 아름답고 세련되게 변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에 비해 교회는 이전에 비해 열정이 식어지고 있지 않는가 생각되었습니다. 달라스 교회들이 다시 하나님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에 불타고, 기도와 찬송의 함성이 되살아 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바랄 뿐입니다.

Q. 코로나 19팬데믹으로 한인 교회들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현재도 예전같은 회복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같은 환경 속 한인 이민자 교회가 가져야 할 목표와 방향을 주신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두 가지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 ‘나에게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하루하루 기쁘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 살자’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 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한계시록을 근거로 말한 다면 오늘의 세계는 인(The Seal) 재앙과 나팔 재앙 사이에 끼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팔 재앙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우리의 환경은 험악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생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욕심은 금물입니다.
특별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는 교회가 그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히 상고하면서 이 시대에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이 시대에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더 깊은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갈 때,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Q. 한인 목회자들이 은퇴 후에도 하나님의 사명을 올바로 감당하기 위해 이것만은 꼭 준비하라고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모든 삶이 다 변했지요. 우리의 생명은 100세 시대로 연장됐고, 반면 살아가야 할 환경은 지극히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은퇴를 65세 또는 70 세에 해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합니다. 은퇴 전부다 더 긴 세월이 기다리고 있는 이 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은퇴 후에 생활비 준비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조언하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하여 무엇이든 노력하라고 권하고 싶고, 또 은퇴 후에 교회들이나 선교지를 위하여 내가 무엇을 봉사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성경도 설교를 위한 본문만 다루었다면 은퇴 후엔 별 쓸모가 없게 됩니다. 막연한 희망은 금물입니다. 구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하나님의 교회들과 선교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을 얻기 보다는 나 자신을 하나님의 도구로 헌신하는 봉사자로 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앞에 모든 걸 다 바치고 온전히 헌신하며 살다가 주님 앞에 서겠다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이 있고 우리를 부르는 곳이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의 삶이 하나님에게 기쁨과 영광이 되고, 우리에게는 복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Q. 팬데믹 속에 힘든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달라스 동포들에게 전하고 싶은 권면의 말씀이 있다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 어려운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첫째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주님의 기도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기도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고 가장 많이 하는 기도입니다. 특별히 이런 어려운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나옵니다.
그래서 이 시대는 하나님과 야곱처럼 씨름하고, 하나님 말씀과 씨름하며 하나님 앞에서 바른 삶을 살도록 힘써야 할 때입니다. 그리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희망이 여러분의 가슴에 싹터 오기를 기도합니다.

Q. 마지막으로 텍사스 크리스천 뉴스 발간에 격려,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신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활자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에 좋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신문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부탁은 지금은 비판적인 소식을 전하기 보다는 밝고 기쁘고 희망찬 소식, 그리고 재미있는 소식을 많이 전해주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으면서 감격스러워 눈물 흘릴 수 있는 그런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어려울 때일수록 모든 독자들에게 분명한 삶의 지표를 제시해 주고, 그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사의 창간을 축하를 드리며, 여기에 함께 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지혜와 도심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다시 한번 지난 세월 동안 여러분 때문에 행복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은영 기자 © TCN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