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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5월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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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목사] 보리건빵 신앙

이기욱 목사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

하루는 아버님이 군대시절 먹던 ‘건빵’이 너무 드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군 복무 중이던 저는 중대장님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중대장님의 배려로 건빵을 구해서 아버님께 갔다 드렸습니다. 아버님이 건빵을 맛있게 드시면서 “고맙다”고 처음(?) 제게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아버님은 돌아가셨습니다. 8년 동안의 투병 생활하시면서 웃으실 일이 별로 없으셨는데, 건빵 드시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이셔서, 제 마지막 기억에는 그 당시의 아버님 얼굴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마트에 가면 가끔씩 건빵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간식으로 사서 먹곤 했습니다. 사실 맛은 예전만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아버님과의 추억이 떠 올라 이상하게도 건빵만 보면 잠시동안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데 한번은 시장에 갔는데, ‘보리건빵’이 눈에 띄이는 겁니다. ‘이왕 먹는데 건강에 좋은 것을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보리로 만들었다는 ‘보리건빵’을 사다가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 먹고 나서 봉투를 버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봉투에 붙어있는 ‘성분표’가 눈에 들어 오는 겁니다. 가만히 보니까 보리건빵에 보리가 2.0% 라고 쓰여있고, 주성분은 그냥 수입산 밀가루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보리건빵인데 보리가 거의 없는 겁니다.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어서 행복한 추억까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사실 이런 일 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전에 모 회사 제품 중에 ‘바나나 우유’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성분을 보니까 바나나가 하나도 안 들어 가고, 그냥 맛만 내는 바나나 향을 첨가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나나 우유’라고 판매 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항의를 하니까, 이제는 “바나나 맛 우유”라고 그렇게 이름을 고쳐서 여전히 판매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우리의 신앙 모습도 어떻게 보면 보리 없는 ‘보리건빵’일 수 있고, 바나나 없는 ‘바나나 맛 우유’ 일 수가 있다는 겁니다. 교회에 다니기는 해서 ‘교인’이라고 부리는데, 말 그대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입니다. 즉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다 믿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 어느 정도 교회를 다니다 보면 믿음이 생겨서 ‘성도’라고 불리기는 하는데, 그 믿음을 드려다보면 보리건빵처럼 2.0%의 믿음만 있고, 나머지는 수입 밀가루처럼 세상의 것으로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는 겁니다. 결국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우리 삶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믿음은 최하위에 있고, 세상의 일이 언제나 먼저인 사람들이 성도라 불리우는 사람들 가운데 여전히 많다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대부분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교회도 잘 다니고, 예배도 잘 드리는 것 같아서 평소에는 믿음이 좋은 사람들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려운 일이 생기고, 시험이 찾아오면 그 믿음의 모습이 보리 2.0%의 보리건빵 신앙의 모습을 보일 때가 허다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고난이 찾아 왔을 때도 변함없이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고 감동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과일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 여름철 과일로 수박을 참 좋아합니다. “여름철에 수박 두 통 이상을 먹으면 그 해 겨울에 감기로 고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로는 매 년 수박을 두 통 이상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수박을 좋아하는 것과는 달리, 막상 수박을 살 때는 고민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겉과 속이 다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맑은 소리가 나서 샀는데 맛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꼭지가 싱싱해서 샀는데 속은 썩어 있습니다. 수박 겉에 있는 줄이 진한데, 속 안은 희멀건 합니다. 그럴 때 참 속상합니다.
이와같이 신앙생활에서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겉은 웃고 있는데 속은 화가나 있고, 겉은 괜찮다고 하는데, 속은 미움과 증오로 가득차 있고, 겉은 겸손한데 속은 교만으로 꽉 차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겉으로는 경건의 모습이었는데 속에는 교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모습을 보시고 “외식하는 자 들이여”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앞에 언제나 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화 있을진저” 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겉과 속이 다른 진실하지 못한 사람들은 “화 있을진저” 입니다.
저는 가끔씩 성도님들에게 “주일이 기다려 지십니까?” 하고 묻습니다. 또 “예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까?” 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배에 나오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기쁨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네” 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만약에 우리의 마음이 주 중에 생활하면서 정말 주일이 기다려 지고, 예배를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고, 예배에 나오는 우리들의 마음이 진심으로 기쁘다면, 분명한 것은 적어도 우리의 믿음이 2.0%의 보리건빵 신앙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하루는 한국 마트에 갔는데 보리겉빵이 또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리가 예전의 2.0%가 아니라 2.5% 라고 쓰여있는 겁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의 믿음이 100%에 가까워 지면 가까워 질수록, 자신 뿐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얼마나 행복해 하실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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