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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5월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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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콘텐츠 ‘불펌’ 비일비재 … “허락없이 퍼간다면 저작권 침해”

한 인스타그램 계정의 불펌 기독 콘텐츠.(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최근 타인의 영상을 가져다가 재가공하고 SNS에 게시해 수익을 창출하는 ‘양산형 불펌 쇼츠’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무단 배포될 뿐 아니라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에서 정의하는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를 밝히더라도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수익 창출 목적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독교계에서도 이러한 저작권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처조차 밝히지 않은 짜깁기식 기독 콘텐츠들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배포되고 있다.
은혜를 나누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원작자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
실제로 ‘크리스천 자기계발 커뮤니티’로 불리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주요 기독교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영상들이 재편집돼 게시되어 있었다.
게시물을 보면 원본 영상의 길이를 줄이고 요약해 새로운 제목을 단다거나, 자막을 추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기독 콘텐츠를 번역하기도 한다. 영상 콘텐츠 속 출처는 명기되지 않았다. 아예 SNS 브랜딩을 통해서 후원 및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영상이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다 써도 교계에선 대체로 눈감아주는 분위기다. 복음 전파나 나눔에 목적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자에게 사용허가 여부를 묻는 것은 원칙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기독교방송국 작가 최 모씨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무단 공유는 원작자의 창작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최소한의 출처라도 밝혀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NS 상에서는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를 편집해 게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역시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설교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짜깁기식 편집으로 인해 설교자의 의도에 어긋난 방향으로 영상이 재가공될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과거 한 유명 목회자는 설교 중에 “제 설교 영상이 편집된 채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며 “본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어 지금 설교를 전하면서도 걱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선교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 속 양질의 기독교 콘텐츠 생산을 위해선 저작권자들의 권리 보호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함승모 교회저작권라이선스 대표는 “불펌 콘텐츠로 인해 원 창작자의 콘텐츠를 보지 않게 되면 원작자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십계명 속 남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에 어긋나는 행위이자, 미디어 선교 사역자들의 힘을 빼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곽수광 한국교회저작권협회 대표는 “교회는 세상보다 더 탁월한 도덕적 순수성과 우월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법에서 제시하는 기준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좋은 기독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만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허락 없는 무단 배포는 좁게 보면 복음 전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결국 기독 미디어 콘텐츠 시장 전체를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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