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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월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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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 지엽의 묵상

교회 건물은 성전인가?

김종환 교수
달라스 침례대학교 신학대학 부학장 겸 기독교교육학 교수 재임

오늘날 많은 크리스천들이 교회 건물을 “성전(聖殿)”이라고 부릅니다. ‘거룩한(聖)’ ‘큰 집(殿)’이라는 말입니다. 교회 건물을 지을 때 “성전을 건축한다, 성전 건축헌금을 드린다”고 하거나, 교회 건물을 청소하면서 “성전을 깨끗하게 한다”고 하고, 설교 중에도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라”고 하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이런 말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신앙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볼 때,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렇게 부르는 것을 삼가야 할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부르는 이유
    첫째, 구약에 있는 성전 개념의 영향 때문입니다. 구약에서 성전은 BC 960년경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에 세운 건축물로서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거룩한 공간이었습니다(왕상 6-8장). 예루살렘 성전은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과 만나는 곳이었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며, 하나님의 용서와 뜻을 구하는 장소였습니다. 따라서 성전은 예배의 중심이었습니다. 구약 이후에도 많은 신자들이 신성한 장소의 개념을 계속 사용하며,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둘째, 역사적, 문화적 전통이 그 사용을 강화했습니다. 1세기경 초대교회는 가정집이나 회당이나 야외에서 모였으나, 313년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한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부터 바실리카를 본 딴 예배당이 세워졌습니다. 바실리카는 고대 로마의 재판소나 공공 건물이었으나, 4세기 이후 교회 건물의 건축 양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양식은 긴 직사각형의 평면에 중앙 통로와 양쪽 측면의 통로로 구성되며, 안쪽에 제단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때부터 교회 건물은 단순한 모임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거룩한 집”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중세 교회는 화려한 장식과 상징물들을 통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표현했고, 신자들은 자연스럽게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불렀습니다. 즉, 성전이라는 용어는 신앙적 경건과 존중의 표현입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공간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사용합니다. 신자들이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건물 자체를 신성시하려는 의도보다는,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의 경외와 감사를 나타내는 언어적 표현인 셈입니다.

셋째, 단순한 논리에 따라 사용하는 이름입니다. 그리스도를 마음에 모신 사람들이 성도이고, 교회 건물은 성도가 모이는 곳이므로 성전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성전이라는 이름을 일반화된 용어로 받아들여 사용합니다.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이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사용으로 인해 의미가 변하는데,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일반화되었습니다.

  1.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부르는 것을 삼가야 할 이유
    첫째, 신약 시대의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고 하셨는데(요 2:19), 이는 자신의 몸을 가리킨 말씀이었습니다(요 2:21). 또한 사도행전 17장 24절은 “하나님은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신다”고 선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약의 성전 개념은 완성되었고, 더 이상 하나님은 특정한 건물 안에 거하시지 않습니다.
    성령님이 임하신 이후,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전입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주인으로 모신 크리스천이 곧 “하나님의 성전”라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고전 3:16-17; 6:19-20). 또한 교회 공동체 전체가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로 함께 지어져 간다”(엡 2:22)고 했습니다. 즉,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 안에 거하는 교회 공동체입니다.

둘째, 교회 건물에 과도한 신성성을 부여하여 신앙의 본질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성전이라는 용어는 신앙의 초점이 하나님에서 물리적 공간으로 옮겨가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특정 장소에 제한하는 구약적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가게 하고, 종교적 형식주의와 외형 중심의 신앙을 강화하여, 성도 각자가 성전이라는 본질적 진리를 흐리게 만듭니다. 그 결과 하나님 중심, 복음 중심의 신앙이 건물 중심, 행위 중심의 신앙으로 왜곡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의존적인 신앙인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약에서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성전으로 나아갔습니다. 성전의 제사장들은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사람들은 제사장들을 통해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부르게 되면, 그와 같은 구약의 신앙습관을 암암리에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부르는 것은 구약의 흔적과 역사적 신앙의 전통 그리고 단순한 논리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그러나 신약의 관점에서는 성전의 의미가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하나님은 건물 안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 그리고 성도와 그들의 공동체 안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교회 건물은 성전이 아니라, 교회가 모이는 곳으로서 교회당이고, 예배를 위한 장소로서 예배당입니다. 크리스천들은 교회 건물을 존중하되, 참된 성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 안에 있는 성도 공동체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성전의 바른 이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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