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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2월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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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 지엽의 묵상

크리스마스의 기쁨

김종환 교수
달라스 침례대학교 신학대학 부학장 겸 기독교교육학 교수 재임

매년 이맘때 찾아오는 크리스마스는 단지 한 아기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순히 거리마다 불빛이 반짝이고, 들뜬 마음으로 집 안팎을 장식하며, 가족이나 친지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날도 아닙니다. 크리스마스는 그저 축제와 소비의 열기에 휩쓸려 하루를 보내는 이벤트가 아니며, 잠시 현실을 잊고 즐기기 위한 연말의 핑계도 아닙니다. 또, 화려한 트리나 멋진 식탁이 크리스마스의 전부가 아니고, SNS에 올릴 사진 한 장으로 완성되는 날도 아닙니다. 크리스마스는 그 모든 시끌벅적함을 넘어서는, 보다 깊은 의미를 지닌 날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크리스마스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역사 속으로 직접 들어오신 날입니다. 예수님은 인간 문명이나 종교적 사상의 발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분은 인류의 노력이나 깨달음의 결실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우리에게 찾아오신 분, 곧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사람들은 때로 예수님을 “위대한 종교 지도자,” “훌륭한 도덕 교사,” “박애정신의 상징”으로만 생각합니다. 물론 예수님은 사랑과 용서를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단지 ‘좋은 말씀을 하신 분’이 아니라, 말씀 자체이신 하나님이십니다. 요한복음 1장1절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그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사건이 바로 성탄입니다. 즉, 예수님의 탄생은 인간의 종교적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의 개입입니다. 인간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늘에서 손을 내밀어 우리를 붙잡으신 사건입니다.
갈라디아서 4:4은 이렇게 말합니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이 말씀은 하나님이 정하신 시간에 친히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셨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기뻐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입니다.

둘째,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날입니다. 세상의 많은 종교는 인간이 신에게 가까워져가는 여정을 말합니다. 더 많이 수행하면, 더 깊이 깨달으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르면 신의 영역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복음은 전혀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기독교는 “인간이 신에게 올라간 이야기”가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내려오신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이 스스로 낮아지셨습니다.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인간의 연약함을 입으셨습니다. 그분은 부유한 왕궁이 아니라 비천한 마구간에 오셨습니다. 높고 찬란한 자리가 아니라 낮고 어두운 자리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셔서 우리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시고, 우리의 눈물을 함께 흘리셨습니다.
빌립보서 2:6-8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 말씀은 하나님의 겸손과 사랑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그분은 인간이 신의 자리로 올라가려는 교만을 뒤집고 신이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신 겸손으로 구원의 길을 여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육신의 신비요, 크리스마스의 중심에 있는 사랑의 진리입니다.

셋째,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까이 오신 날입니다.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인간의 한계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우리의 삶 속으로 친히 들어오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또 다른 이름은 “임마누엘”이며, 곧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입니다(마 1:23). 하나님은 우리의 기쁨과 감사 속에 계실 뿐 아니라, 우리의 두려움, 실패, 고뇌 속에도 함께하십니다.
예수님은 2천 년 전 베들레헴에만 계셨던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지금도 우리 각자의 인생이라는 작은 역사 속으로 들어오십니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면, 그분은 어둠 가운데 빛으로 오십니다. 요한복음 1:5은 이렇게 말합니다.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예수님은 세상의 어둠을 비추는 참빛이십니다. 우리가 그 빛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인생 또한 새 역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상처의 자리에 치유로, 절망의 자리에 소망으로, 갈등의 자리에 화해로, 전쟁의 자리에 평화로 찾아오십니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이 인간이 되어 역사 속으로 들어오신 날이자 우리의 삶에 들어오신 날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기쁨은 “무엇을 받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오셨는가”에 있습니다. 하나님이 오셨습니다. 그분이 우리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분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 1:14). 이 말씀처럼, 그분이 우리와 동거하시고 동행하십니다. 하나님의 본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우리 가운데 거하시며 어둠 속에 빛을 비추시고, 우리의 상한 마음을 고치시고, 무너진 삶을 세우십니다.

이 크리스마스의 계절에 여러분의 마음이 주님을 맞이하는 작은 베들레헴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분이 오실 때, 여러분의 역사에는 구원의 빛이 비췹니다. 그분이 머무실 때, 여러분의 삶은 새로워집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눅 2:14). 이 고백이 여러분 모두의 마음과 가정 속에서 울려 퍼지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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