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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1월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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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 목사] 바울의 기도(빌1:9)

바울의 기도(빌1:9)“내가 기도하노라 너희 사랑을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하사”

오정석 목사 프렌즈교회 담임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졸업을 앞두고 가장 인기 있던 과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실제 회사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과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는 원론적이고 기초적인 학문을 배우지만, 이 과목은 실무에 바로 쓰이는 것이었기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지적되던 대학 교육의 문제 중 하나는 ‘대학교육과 실제 회사의 실무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회사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회사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현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실무 중심의 과정을 개설하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사실 배운 것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식적으로 준비되어 있다 해도 실무에 쓰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배운 것을 잘 활용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지식은 많아도 실무에서는 서툰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저는 신학을 공부할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신학교에서 공부를 정말 잘하는 학생이 있는데, 삶을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신학적 지식이 많아도, 그 지식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설교를 많이 듣고 은혜를 많이 받는다 해도, 그 지식을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있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는 만큼 살아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는 것 같은데, 막상 실제 삶에서는 그만큼 실천이 잘 되지 않습니다.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을 위해 기도할 때에 “지식과 총명이 더욱 풍성하게 되기를” 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식과 총명이 중요한 이유는, 이 두 가지를 통해 우리가 ‘선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할 능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배우고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배운 것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지식뿐 아니라 총명을 함께 구한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해내는 사람을 총명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지혜는 단순히 가르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은 가르칠 수 있지만, 선과 악을 분별하고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지혜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바울은 지식과 함께 총명을 더해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지금도 개신교 안에는 여러 교단이 있고, 이상한 이단들도 존재합니다. 거짓 교훈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도 바울 당시에도 거짓 교사와 거짓 복음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가는 곳마다 거짓된 가르침을 조심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럼에도 참 감사한 것은, 성령께서 구하는 자에게 지혜를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을 위해 지식과 총명을 구하며, 그 지혜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는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 때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의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가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된다고 말합니다. 바울은 지식과 총명이 있어야 선한 것을 알아보고 분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빌립보 성도들을 위해 기도할 때, 지식과 총명을 구한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성도들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지만, 실제 삶은 엉뚱한 일에 집중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혜를 달라고 기도하지만, 그 은혜를 흘려보내는 일에는 힘쓰지 못합니다. 건강을 구하지만, 그 건강을 어디에 사용해야 옳은지는 분별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물질을 달라고 구하지만, 그 물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선한지 구하지 않습니다. 마치 마르다처럼 많은 일로 분주하여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기도를 통해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능력을 달라고 구한 것입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할 때에 비로소 열매 맺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기도할 때, 열매를 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지혜와 분별의 영을 달라고 구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사탄이 심어놓은 가라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오늘도 선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화를 낼지 용서할지, 미워할지 사랑할지 선택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선택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그 해답이 오늘 바울의 기도에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고, 그 지혜로 지극히 선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며 살아갈 때에 우리의 삶에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의의 열매가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모든 성도님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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