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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1월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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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목사] 소그룹 성경 공부가 교회가 되었습니다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담임)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내 인생에 일부가 되기 시작한 개인성경연구는 소그룹으로 성경을 가르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1982년에 성경번역 훈련을 위해 달라스로 간 나와 내 식구는 한 교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 교회의 구성원 30여 명 중 한 사람만 빼고는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거의 교제를 위한 모임이었지요.
그런 모임에서 일반 성경공부 교재로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성경 연구를 한 것을 토대로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어서 사용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교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더니, 20분이면 끝냈던 것을 2시간 가까이 토론하는 일이 벌어지더군요. 하나님께서는 이 교회 식구들을 위해 성경공부 교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계속 성경을 연구하도록 만드셨습니다.
파푸아뉴기니로 가기 전까지 약 2년 동안 한국에 있는 동안 몇몇 그룹과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대문 새벽시장과 도깨비시장, 그리고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이었지요.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가시는 목사님이 나에게 돌봐 달라고 부탁한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나는 이 그룹을 각각 따로 성경공부를 인도했습니다.
새벽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오전 10시쯤이면 가게를 닫고서 나와 함께 성경공부를 했는데, 장소를 찾기가 어려우면, 한두 시간 빌린 근처 여관방에서 십여 명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교회를 떠난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생 연륜으로 볼 때 내가 한참 모자를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나는 장로와 안수집사 직분을 가진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 비하여 나이로나 사회 경험으로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고 미숙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분보다 한 가지 나은 것이 있다면 그건 성경에 관한 겁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세상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 지는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바를 알려드릴 테니 여러분은 그 말씀에 순종하시면 됩니다.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시면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나의 당돌한 질문에, 여섯 분의 어르신들이 모두 순종하겠다고 하셨지요. 그때 내 나이 서른이었고, 그분들은 모두 오십 세를 넘기신 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나에게 개인 차원을 넘어 소그룹으로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이렇게 2년 동안 성경공부를 하다가, 선교지로 떠나야 하는 시기가 가까이 오자, “이제는 각자 교회를 찾아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러지 말고, 함께 모여서 교회를 시작하자”는 얘기가 오갔습니다. 마침 교회를 섬길 신실한 목회자를 만나게 되어, 그분에게 맡기고 나는 파푸아뉴기니로 떠났지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교회가 소그룹 성경공부를 통해서 시작된 겁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도 소그룹 성경공부는 나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과하티케 부족의 형제들과도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으니까요.
천주교 교인이었던 그들 중 몇몇이 나를 찾아와서는, “주일 미사 때, 미사 안내서에 나온 설교를 그대로 읽는데, 그 내용의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성경을 가르쳐줄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왔다”며 좋아하더군요.
나는 이 부족으로 우리를 주님께서 이끌어 주셨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공용어로 된 성경으로 소그룹 성경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성경공부를 통해, 그들이 주일 미사 본문을 가지고 설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성경공부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지요. 하지만 그들이 이 방식을 통해 성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결렸지요. 그런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기보다는 계속 격려하면서 성경공부를 하다 보니까, 어느새 그들도 스스로 설교 본문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에는 마리아에 관한 문제로 천주교 지도자들과 갈등하다가 천주교회에서 축출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쫓겨나온 자들이 과하티케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지요. 이들은 천주교에 남아있는 자들과 등을 돌리지 않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천주교인들의 신앙생활을 위하여 성경 읽기를 도와주기도 하고, 뜻을 풀어서 알려주니, 자연스럽게 두 그룹 사이에 있던 경계심이 사라져서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와 함께 성경번역에 참여했던 현지 형제들은 교회에서 말씀을 가르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나와 함께 매주 성경 말씀을 가지고 씨름을 하던 이 형제들을 통해 하나님은 어둠에 있던 자들을 빛으로 나아오게 하셨습니다. 루카스라는 형제는 무당이었다가 나와 함께 요한복음 공부를 하다가 예수님을 만났고, 나피안이라는 형제는 초등학교 선생이었는데, 나와 함께 로마서 공부하다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이들 모두 성경번역에 헌신했고, 번역된 성경이 완성된 후 여섯 명의 일꾼들이 다른 부족의 성경번역을 위해 헌신해 지금까지 사역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나는 교회 개척을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성경공부를 통해서 현지 교회가 현지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네요.
그리고 달라스에 왔을 때, 나를 찾아온 네 가정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다가, 나눔교회를 시작하게 된 것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성경공부 은사를 활용하셨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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