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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2월 21, 2024

[박영실 사모] 선택과 순종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으로 수필에 등단했다. 시인, 수필가,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 수필, 동화, 소설 등을 창작하고 있다. 목회하는 남편과 동역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회에 맞닥뜨린다. 그때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이 달라진다. 배우자, 비전, 전공, 학교, 직업, 만나는 사람 등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 사람을 알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평소에 어떤 신앙적 가치관과 신념으로 살아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말과 선택이 일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사람들도 있다. 선택은 그 사람의 삶의 이력서와 같다. 주변에서 여러 사람의 선택을 보며 실망감에 씁쓸했던 적이 종종 있다. 반면에 평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존경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다.
40대 초반인 부부의 선택을 보며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그 부부는 교회에서 평신도이고 전문직에 종사했다. 어느 날, 남편과 나를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뭔가 중요한 결정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고액의 연봉과 부부 소유의 저택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접어두고 홀연히 선교지로 가겠다는 거였다. 많은 생각과 기도 끝에 내린 결론인 듯했다. 남편과 나는 그 부부를 잘 알기에 역시 특별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집사님은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남다른 가치관과 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어 언제 봐도 칭찬이 절로 나오는 사람이다. 부인은 미소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지는 따뜻한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을 잘 돌아보고 섬기는 삶이 몸에 배었다. 타 인종이어서 한국인 시부모님과 소통이 되지 않아 불편할 텐데, 시부모님을 잘 섬겼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부모님을 방문하고 집안일도 잘 도왔다. 부인 집사님은 일주일 동안 직장에서 일하고 피곤할 텐데 주말마다 한주도 빠짐없이 시댁에 가서 지냈다.
그 부부와 아이들이 살던 저택을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그 집에 거주하라고 배려하고 갔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금전 문제가 철저한 현대인들에게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아무 대가 없이 무료로 집을 내어주고 간 그 부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쉽지 않은 결단과 선택을 보며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평소에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을 자주 펴고 섬기는 것을 즐겨 했다. 정작 본인들은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는 삶을 살았다. 그릇의 크기와 용량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다.
얼마 전에 그 부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는 곳의 기후가 습하고 무더워 가족들 건강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적응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거였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한집에서 생활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데 결단하고 순종했다. 교회를 가려면 어린아이들과 두 시간 동안 버스로 여러 차례 환승해야 한다는 거였다. 자동차를 구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단다. 여러 사람을 만나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란다. 그 부부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풍요로운 삶을 내려놓고 좁은 길을 택했다. 내려놓음과 동시에 가장 값진 것을 소유한 셈이다.
젊은 부부는 안정된 삶을 살다 협착한 길을 택해 홀연히 떠났다. 사람의 기준으로 협착하지만, 마음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다. 얼마 전에 부부한테 연락이 왔다. 미국에 있을 때 오랫동안 앓았던 질병이 회복되어 모든 약을 끊었다는 거였다.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었을 때의 편안함이 있다. 소명이 있는 자는 그 소명을 따라 순종할 때 행복하고 안전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결단하고 순종한 그 부부의 삶을 기도로 응원하며 지지한다.
가장 찬란한 순간에 그 자리를 내려놓고 명예와 부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수의 사람이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그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 부부는 과감하게 내려놓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했다.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사람이 선택하고 걸어가는 길이지만 가장 값진 하늘의 상급이 있으리라 믿는다. 선택은 순종이 기반 될 때 가능하다. 선택과 순종은 하나다.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 영광을 버리고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낯설고 이질적인 문화 속에 개입하셨다. 인간의 삶 속에 친히 찾아오셨다. 선교의 본을 몸소 보이셨다. 하늘에서 낯선 땅으로 오셔서 죄인들과 함께하셨다. 성탄의 계절, 은혜의 계절에 가정과 삶의 모든 영역 가운데 임마누엘의 은혜가 충만하게 임하시길 기도한다. 아울러, 2025년 새해에도 삼 일길 앞서 행하시는 여호와 이레의 손길 안에서 너끈히 승리하시길 바란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각자의 자리에서 순종함으로 가정과 교회 공동체가 더욱 건강하게 두 날개로 비상하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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