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50주년을 기념하는 것을 ‘금혼식’ (金婚式)이라고 한다. 부부의 연을 맺어 반백년을 함께 해로한다는 것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장수시대가 되면서 금혼식을 뛰어 넘어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식’ (回婚式) 혹은 ‘금강혼식’(金剛婚式) 행사를 알려오는 분들의 소식도 접하게 된다. 보통 결혼식을 20대에 했다고 가정하면 부부가 다 80 중반 혹은 90까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건강하게 해로했다는 얘기니 정말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부부들을 만나보면 어떤 공통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편안함’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오면서 서로의 성품을 훤히 알게 되어 오래된 신발을 신을 때처럼 서로 편안하다. 대화도 거칠 것이 없고 서로 놀리며 웃는 일도 두 사람 사이에는 재밌는 놀이처럼 보인다. 가끔 서로 의견이 달라 잠시 긴장이 일기도 하지만 ‘거 참!’하며 입맛 한번 다시고 나면 다른 화제로 얘기가 돌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본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성품에 익숙해져 충돌없이 피해가는 지름길을 서로들 알고 있는 것이다.
신앙생활의 본질도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과의 하나됨에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상황과 사건들을 겪으며 그 과정 속에서 성경을 통해 알고 있던 하나님이 우리들의 삶에 실제로 개입하시고 가르치시고 이끌어 가신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깨닫게 되는 일평생의 과정들이다. 믿음이 좋다는 것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그분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길을 선택하고 따르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이런 사랑이 커지면 그 사람의 마음에는 늘 평안함이 임하게 되는 법이다.
육체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성공적인 노후 대책의 전부인 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칠십이 되어서도 초콜렛 복근을 갖겠다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믿음 안에서 ‘웰에이징’ 한다는 것은 육체에 앞서 영혼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세월이 쌓여 갈수록 하나님의 뜻과 성품을 깨달아 하나님을 닮아가는 은혜가 깊어지는 과정이 ‘믿음 안에서의 웰에이징’이라고 하겠다.
아브라함의 인생 여정이 바로 ‘믿음 안에서의 웰에이징’이었다고 하겠다. 그는 75세에 하나님을 만나 175세에 죽기까지 100년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체험하며 하나님의 성품을 깨달아 하나님의 뜻을 선택하는 법을 배우는 삶을 살았다. 말하자면 100년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이 어떠하신지를 알게 되었고, 놀라운 것은 아는 만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순종하는 삶을 믿음으로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러 갈 때의 일이다. 이삭이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물었다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 그때 아브라함이 이렇게 답변하였다. “아브라함이 이르되 내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창22:8). 이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120을 바라보았으니 하나님을 만난지 50년 가량이 되었을 때이다. 반백년의 세월 속에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어떤 성품이신지를 알아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확인하는 사건이 되었다.
그때로부터 20년의 세월이 더 흘러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위해 며느리를 찾으러 자기 고향 땅으로 나이 많은 집사장을 보내게 되었다. 가나안 땅에 살고 있는 아브라함의 상황에서 보면 저 멀리 고향 땅으로 며느리를 구하러 사람과 재물을 보내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잡신을 섬기는 가나안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믿음의 결단이었다.
이 일을 떠맡은 집사장이 혹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에 질문을 했을 때 아브라함이 이렇게 얘기한다.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내 아버지의 집과 내 고향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내게 말씀하시며 내게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이 땅을 네 씨에게 주리라 하셨으니 그가 그 사자를 너보다 앞서 보내실지라 네가 거기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할지니라” (창24:7) 미리 보내시고 준비하실 하나님의 성품을 알고 믿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믿음 안에서 장수한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다. 세월 속에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어떤 성품을 지닌 분이신지를 아는 지혜가 커진다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상황을 만나든지 평안함을 누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훌륭하게 나이들어가고 있다고 하겠다. 세월이 갈수록 하나님의 성품을 더욱 깊이 깨닫는 은혜가 더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