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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2월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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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렬 목사] 침묵의 힘

기영렬 목사(달라스 드림교회 담임)

요즘은 말 잘하는 사람들이 인기입니다. 스피치 학원이 생겨나고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말을 배우려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 회사, 교회, 학교, 가정 어디든 말을 잘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탁월한 언변보다 때로는 침묵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전도서 5:2에서는 말씀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지 말며 급한 마음으로 말을 내지 말라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음이니라 그런즉 마땅히 말을 적게 할 것이라”
여호수아 6장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 성을 돌 때, 하나님은 특별한 명령을 주셨습니다. “너희는 외치지 말며… 아무 말도 내지 말라(수 6:10).” 6일 동안의 침묵은 “하나님께서 싸우신다”는 믿음의 표현이었고 고백이었습니다. 일곱째 날 소리를 지르고 나팔을 불 때 성벽이 무너졌지만, 사실은 6일 동안 침묵의 순종이 성벽을 무너뜨린 것이기도 합니다.

시편 38편에서 다윗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들이 그를 멀리했습니다.
친척들까지 등을 돌렸습니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적들의 공격이었습니다. 그들은 올무를 놓고, 괴악한 일을 말하며, 종일 음모를 꾸몄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통 자기 변호에 나섭니다. 해명하고, 설명하고,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러나 다윗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나는 귀머거리 같아서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자 같아서 입을 열지 못하나이다”(시편 38:13). 그는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무기력함이 아니었습니다. 깊은 영적 지혜였습니다. 그래서 침묵은 그리스도인의 영적 성숙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침묵이 주는 유익이 무엇일까요?

첫째, 침묵하면, 자기 중심성이 줄어들고 하나님 중심성이 커집니다. 사람들은 비난을 들을 때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싶어합니다. 이때 침묵을 선택하면 “내가 나를 지키겠다”는 태도에서 “하나님이 나를 지키시도록 맡기겠다”는 믿음의 자리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중심이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평가로 바뀌는 영적 유익이 생깁니다.

둘째, 침묵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비난받을 때 감정이 격해지고 마음이 요동칩니다. 침묵은 감정 폭발을 막아주면서 성령께서 주시는 내적 음성-지금 너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를 들을 여유를 줍니다. 감정이 잠잠해지면 하나님의 지혜가 더 또렷하게 들어옵니다. 어떤 목회자가 자신의 사역 방향을 두고 리더들과 심한 의견 충돌을 겪었습니다. 억울한 비난도 받았습니다. 그는 삼 일간 침묵하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리더들의 문제점이 아닌 자신의 교만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겸손히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평신도 리더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셋째, 침묵은 말로 인해 죄를 짓는 것을 예방합니다.
성경은 말로 짓는 죄에 대해 경고합니다. 비난받을 때 즉각적으로 반박하면 많은 경우 감정이 섞여서 상처 주는 말, 정죄하는 말, 변명하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침묵은 이런 죄들의 문을 잠그는 역할을 합니다.

넷째, 침묵은 겸손을 배우게 합니다.
침묵은 “내 입장이 항상 옳다”는 확신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게 합니다. 다윗이 시므이에게 비난받을 때 그는 보복 대신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그를 통해 나를 책망하신다고 침묵 가운데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침묵은 “혹시 내 안에 돌아볼 부분은 없는가?”를 묵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겸손의 능력이 강해지게 됩니다.

다섯째, 하나님께서 나를 변호하시는 경험을 합니다.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이 나의 정당함을 드러내시는 경험은 신앙에서 큰 자산입니다. 침묵은 “내가 나의 변호사가 되는 자리”에서 내려와 “하나님이 나의 변호사가 되시는 자리”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이 경험을 하면 사람의 인정에 덜 흔들리고, 내면의 평안이 더 깊어집니다. 시편 37편 6절은 “그가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라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관계가 덜 파괴됩니다.
비난에 바로 맞받아치면 갈등이 커지고 관계가 깨질 가능성이 큽니다. 침묵은 즉각적인 갈등 확산을 막고, 나중에 더 지혜롭고 성숙한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줍니다.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나누는 대화는 훨씬 더 건설적이고 치유적입니다.

일곱째, 자기 정체성을 하나님 안에서 다시 확인합니다. 비난은 우리 존재를 흔들 수 있지만, 침묵하며 하나님 앞에 서면 “내가 누구인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보시는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됩니다. 이것이 영혼을 안정시키는 큰 은혜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습니다.

물론 침묵이 항상 답은 아닙니다. 진리를 변호해야 할 때, 약자를 보호해야 할 때, 복음을 전해야 할 때는 용기 있게 말해야 합니다(전 3:7). 그러나 우리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유혹이 강할 때, 감정이 격해졌을 때, 말이 상처를 줄 수 있을 때-이때의 침묵은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오늘, 침묵을 선택하십시오 우리는 말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SNS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표현하고 변호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24시간 연결된 세상에서 침묵은 점점 더 어려운 선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침묵이 최선의 대답입니다. 특히 우리가 정말로 잘못했을 때, 변명하고 싶은 유혹이 강할 때, 침묵은 회개의 시작이며 치유의 통로입니다.

다윗처럼 사람들 앞에서 입을 닫고,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여는 용기를 가지십시오. 그 침묵 속에서 당신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고, 하나님께서 당신을 변호하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침묵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이며, 포기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우리가 때로는 말할 권리를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침묵이 당신의 영혼을 지키고, 관계를 회복시키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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