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사람의 완성된 모습만 본다. 왕이 된 다윗의 모습을 보고, 총리가 된 요셉의 모습을 본다. 완성된 모습을 보면서 나와 비교한다. 다윗과 요셉에게는 저렇게 축복해주신 하나님이 왜 나에게는 안해주시나라고 낙심하고 원망한다. 그런데 하나님이 사랑했던 사람들 중에 자기의 삶을 의심하고, 힘들어 하고, 좌절을 경험하는 과정없이 세워진 경우는 없다. 특히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아브라함에게 아들이 없었던 시간은 길었다. 아들이 없었다는 것은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진 상황이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들이다. 그 아들이 부재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아브라함 자신과 아내의 몸은 점점 노쇠해 갔다.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가 되었다.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내다가는 낯선 가나안 땅에서 자식도 없이 죽어 버릴 것 같은 절망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2절에 보면 아브라함의 기도의 내용이다. “2. 아브람이 이르되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니이다. 3. 아브람이 또 이르되 주께서 내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 내 집에서 길린 자가 내 상속자가 될 것이니이다.”(창15:2-3) 자기의 집에 있는 종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으려고 했다. 이것이 우리가 기도할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하나님이 약속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으면 기도의 의지가 약해지고, 자기 스스로 안된다는 결론을 내려버린다. 하나님의 대한 믿음을 스스로 다 무너뜨려 버린다.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는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위로하시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 주셨다.
첫번째, 흔들리는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확신을 주셨다.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15:1)
두번째, 기도의 내용을 바꾸어 주셨다.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그 사람이 네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 하시고.”(창15:4) 매일 매일 늙고 약해져 가는 자와 아내의 몸을 보면서 낙심하고 있을 때 다시 약속을 확인시켜 주셨다. “네 몸에서 반드시 내가 약속한 네 상속자가 태어날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아브라함은 다시 기도할 힘을 얻었다. 기도의 내용이 바뀌면 삶의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세번째 미래를 다시 그려주셨다.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창15:5)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밖으로 데려가서 별을 보여주시면서 약속이 이루어질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셨다.
네번째 번제를 드리라고 하셨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위하여 삼 년 된 암소와 삼 년 된 암염소와 삼 년 된 숫양과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를 가져올지니라.”(창15:9) 자세히 보면 하나님을 위한 번제가 아니다. 아브라함을 위한 번제이다. 이 번제는 일반적인 번제가 아니다. 계약 당사자가 서로 언약을 체결할 때 하는 번제이다. 이때 동물을 반으로 쪼갠다. 계약을 지킬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사이를 지나간다. 내가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이 동물처럼 몸이 둘로 쪼개져도 좋다는 의미다.
쪼개진 동물 사이로 지나간 사람은 아브라함이 아니라 하나님이셨다 “해가 져서 어두울 때에 연기 나는 화로가 보이며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더라.”(창15:17)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을 해 주신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상황이 변해도 반드시 약속을 지키시겠다는 언약을 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성숙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속을 하시고, 그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를 낙심시키지 않기 위해서 계속 말씀을 주신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아도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은 때가 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삶에 충실하라. 하나님이 약속하신 말씀을 붙잡고 과정을 지나가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온다.